존 월튼
▲존 월튼 교수는 “이스라엘 문화가 고대 근동 문화의 빚을 지고 있는 건 아니다. 제가 고대 근동 문화를 성경에 뒤집어씌우려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성경 말씀은 이미 우리 세계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성경, 마치 다른 사람에게 쓴 편지 읽는 것 같지만

그 편지는 결국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이다
성경 저자들이 ‘어떤 문화적 강’ 가졌나 연구해야
문자적 읽기, 우리 사고방식과 가치관 투영 우려돼
고대 근동 문헌, 이스라엘인들 문화 이해하는 자료
현대 문화 벗어나 고대 근동 문화로 연결하는 창문

‘2019 신년 고대 근동 신학 포럼’이 7일 서울 소월로 그랜드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강의는 기독교문서선교회(CLC) 발간 ‘고대 근동 시리즈’에 속한 <고대 근동 사상과 구약성경(Ancient Near Eastern Thought And the Old Testament)>,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The Lost World of Scripture, 이상 CLC)> 등을 쓴 존 월튼 교수(美 휘튼대학교 구약학)를 초청해 진행됐다.

‘고대 근동 문헌과 구약 해석(Significance and Use of Ancient Near Eastern Literature for Interpreting the Old Testament)’을 제목으로 강연한 존 월튼 교수는 “성경은 우리를 위해 쓰였지만, 우리에게 쓰인 것은 아니다”며 “성경이 쓰인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월튼 교수는 “하나님은 우리와 언어로 소통하길 원하셨지만, 영어나 한국어로 소통하지는 않으셨다”며 “하나님의 뜻이 언어를 통해 전달되지만, 어떤 면에서는 당대 문화에 묶여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마치 다른 사람에게 쓴 편지를 읽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편지는 결국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라며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 말씀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고대 근동 세계(Ancient Near Eastern)’라는 강에 몸을 푹 담궈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월튼 교수는 “우리가 고대인들에게 가야 한다. 고대인들이 우리에게 올 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비교문화적 연구를 위해 그들의 문화에 접근해 그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에 성경 읽기는, 사실 비교문화적 연구의 최고봉에 서서 메시지를 얻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문화의 강(the River of Culture)’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문화의 강’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의 ‘문화의 강’을 살펴보겠다”며 “‘현대 문화, 개인주의, 후기 시민주의 사회, SNS, 우주의 확장, 경험주의’ 등의 낱말들은 우리가 사는 현대 세계의 일부로, 고대인들은 전혀 모른다. 이처럼 ‘문화의 강’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관계 있다”고 했다.

존 월튼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월튼 교수는 “문제는 고대인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바벨론과 가나안 사람 누구도 현재 우리의 삶을 전혀 몰랐고, 자신들의 세계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나님의 메시지를 기록했다”며 “출애굽기에서 현대 경제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는가? 열왕기서에서 현대 민주주의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우주 확장 과정에 대한 지식을 창세기에서 얻기 힘들 것이다. 이처럼 성경 저자들은 당대의 ‘문화의 강’을 통해 메시지를 전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하나님은 우리 문화를 잘 이해하실 것’이라고 말할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당시 성경 저자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지금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주제들을 물론 성경에 기록해 놓았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생각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현대의 모든 서로 다른 ‘문화적 강’에 모두 맞춘 말씀을 하셨다고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존 월튼 교수는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책임 있게 해석하려면, 당시 저자들이 ‘어떤 문화적 강’을 가졌는지 연구해야 한다”며 “그 방법을 통해서만 성경의 진정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의도로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들과 우리는 ‘문화의 강’이 서로 다르기에,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월튼 교수는 “일례로 우리는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계명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대에서 우상숭배가 어떤 의미였는지 모르지 않는가”라며 “당시 우상은 단순한 미술품이 아니었을 수 있다. 우상은 제의의 일부이고, 신의 임재 과정을 상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해 시내산에 도착했을 때, 모세를 기다리면서 왜 ‘특별한 형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라며 “이는 우리가 직관적이고 문자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도 현대인들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의 ‘문화의 강’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월튼 교수는 “우리는 성경을 기록된 대로, 문자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과연 기록된 대로 읽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우리가 문자적으로 읽는 것은, 우리의 ‘문화의 강’을 통한 해석일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성경 본문에 투영하는 행위가 될 수 있고, 곧 성경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존 월튼
▲존 월튼 교수는 “우리는 고대 근동 문헌 연구를 통해, 최소한 현대의 문화 상황을 성경에 뒤집어씌우지 않도록 조심하는 정도는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월튼 교수는 “직관적이고 문자적인 성경 읽기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경 저자가 정말 말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며 “이는 성경의 권위가 우리에게 내려오는 길을 우리가 중간에 막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성경을 책임 있게 해석하려면, 기록한 저자들의 의도를 충실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성경을 가장 문자적으로 읽는 방법은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고대의 성경 인간 저자들이 성경을 기록했을 당시의 입장과 상황에 우리 자신을 대입해 봐야 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고대 근동 문헌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고대 근동 문헌들은 물론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이 아니다. 그러나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세계에 뿌리를 박고 살았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계시가 있기에, 주변 나라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살진 않았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보다는 고대 근동 사람들이 이스라엘 사람들과 공통점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월튼 교수는 “이스라엘 민족은 문화적으로 고립돼 살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문화를 초월해 성경을 기록했다”며 “우리는 단순히 언어의 번역자가 아니라, 문화와 문화,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중재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월튼 교수는 “고대 근동 문헌이 해줄 수 있는 것은, 현대 문화를 벗어나 성경 본문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문화와 문화 사이를 연결하는 창문이나 열쇠 구멍과 같은 역할”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고대 근동 문헌들을 이해해야 성경 말씀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방한해 강연을 진행했던 존 월튼 교수는 <고대 근동 사상과 구약성경>에서는 고대 근동의 문헌들을 정리해 당시의 종교관과 우주관, 인간관을 살폈고, <고대 근동 문화와 성경의 권위>에서는 21개 명제를 통해 성경이 쓰여졌던 당시의 문화는 기록이 아닌 ‘구전(口傳)’ 중심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에 따른 신구약의 장르별 특성을 짚고 있다.

이 외에도 <창세기 1장과 고대 근동 우주론(Genesis 1 as Ancient Cosmology)>, <아담과 하와의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of Adam and Eve, 이상 새물결플러스)> <창세기 1장의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of Genesis One, 그리심)> 등을 통해 고대 근동이라는 ‘잃어버린 세계’를 탐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