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그레그 스칼라튜(배경 지움)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Greg Scarlatoiu) 사무총장. ⓒ크리스천투데이DB
유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었던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북한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특히 북한에 있는 기독교인들은, 매우 혹독한 핍박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17년 연속으로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기독교 박해 국가' 1위였다.

지난해 12월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의 박해 실태와 국제 사회의 대응,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제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Greg Scarlatoiu) 사무총장은 "북한이 정치범수용소에서 자행하고 있는 인권유린과 비인간적 범죄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어 "김 씨 일가 정권은 아직까지 12만여 명이 수감된 정치범관리소(수용소)를 운영하고 있고 이러한 불법구금시설에서 살인, 노예화, 고문, 구금, 성폭행, 강제낙태, 기타 성폭력, 정치·종교·인종 등 차별적 근거에 따른 박해, 강제 이전, 강제 실종, 고의적 기아를 유발하는 비인도적 행위 등의 범죄를 일삼고 있다"고 고발했다.

특히 그는 "오픈도어즈에 따르면 정치범수용소 12만여 명 중 기독교 신자가 4분의 1, 많게는 3분의 1에 달한다"고 했다. 3~4만 명에 이르는 기독교인들이 수용소에 갇혀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크리스천투데이는 현재 전 세계를 돌며 처참한 북한 인권의 실태를 알리고 있는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자신을 "천주교 신자"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에서 활동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지금은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만 원래 루마니아 출신입니다. 김일성과 가까운 관계를 맺었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1918~1989) 독재정권 하에서 태어나 19년을 살았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후, 루마니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초청 장학생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 공부하고, 또 일하면서 분단된 한반도에서 10년을 살았습니다. 그 때부터 북한 인권은 제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로 있었으며,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에서 15년 동안 북한을 주제로 한 '스칼라튜 칼럼'을 방송했다. 또 CNN, BBC를 비롯해 Voice of America(VOA),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을 통해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지난 1999년 명예서울시민이 됐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기독교 탄압이 가장 심한 국가입니다. 왜 그럴까요?

"기독교가 독재체제의 정반대 편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신자들은 독재체제에 의한 탄압, 통제와 감시에 따라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만 믿으면서 삽니다. 그래서 북한의 김 씨 일가 입장에서 봤을 때, 기독교는 정권에 대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북한 당국은 '주체'보다 '노동당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주체사상과 이 10대 원칙의 유일한 목적은 김 씨 일가 정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김 씨 일가는 세계적으로 최악의 종교탄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수만 여 명의 기독교 신자들이 정치범관리소(수용소)와 교화소 및 다른 불법구금시설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기독교가 그렇게 사악한 인권탄압국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화해의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북한 정권이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종교의 자유를 어느 정도라도 보장한다면 화해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최소한의 조건은 북한이 △기독교 신자들까지 포함해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는 것 △유엔 고등 판무관과 대북 인권 특별보고관의 현지 조사를 허락하는 것 △대한민국과 외국의 기독교 목사 및 신자들이 북한을 자유로이 방문하도록 허가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주체사상이나 '10대 원칙'을 고수하면서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북한이 '생활총화' 등 사상 교육을 실시할 때 주체사상과 '10대 원칙'을 그냥 외우게 합니다. 만약 그것을 두고 합리적·논리적으로 토론하게 하면 여지없이 약점이 노출돼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독교가 들어가면 북한 주민들이 그런 것을 인지하게 되고, 이로 인해 김 씨 일가 정권의 신뢰성과 합법성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체사상과 '10대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김 씨 일가 정권은 기독교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스칼라튜 지성호
▲스칼라튜 사무총장 등 HRNK 스태프들이 탈북자인 지성호 씨(오른쪽 세 번째)와 찍은 사진. 지 씨는 지난 2017년 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연두교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소개하며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북한인권 단체 '나우'(NAUH)의 대표를 맡고 있다. ⓒHRNK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한에 있는 정치범관리소와 다른 불법구금시설을 속히 없애는 것입니다."

-탄압받는 북한의 기독교인들을 위해 HRNK(지난 2001년 10월 설립된 HRNK는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다)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습니까?

"북한 인권의 실태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 의회나 유엔 등에서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에게 북한 인권의 실상을 계속해서 알려야 합니다. 북한에서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 너무나 심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통일만 되면 모든 인권 이슈들이 해결된다고 기다리기만 하면 안됩니다."

-미국에 있는 교회들은 북한의 인권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그 실태를 아는 미국교회들이 탈북자들을 돕는데 많은 돈을 기부하고 인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독재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종교의 자유를 가질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