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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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화를 내며 자신의 코트를 움켜쥐고 문을 꽝 닫고 나가버렸다. 최근에는 그래도 잘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차도를 걸어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가 오늘 저녁 좀 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가지를 성가시게 잔소리했었고, 그가 결정한 사소한 것들까지 걸고 넘어갔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 정도의 말로 그렇게 화를 내거나 문제 삼지 않았었다. 그는 기댈 수 있는 넓은 어깨를 가진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는 예민해졌고, 나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때때로 그는 우울증에서 벗어나 정서적으로 강해졌다가도, 아주 작은 일에 화를 내며 다시 새로운 하강 주기에 접어들곤 했다.

나는 그가 눈과 추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가 옷을 충분하게 입고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밖에 오랫동안 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짐은 가족과 식사할 시간이 되어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대학에서 학기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딸들과 함께 하기로 했던 저녁 만찬이었다. 아빠를 기다리던 딸들은 모두 다른 약속이 있어서 대충 먹고 밖으로 나갔고, 나는 다시 식탁을 준비하고 그를 기다렸다.

나중에 집에 돌아온 짐은 내 사과를 받아들였고, 우리는 촛불 옆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가 상냥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의 내면에서 여전히 화가 격렬하게 끓어오르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분노 가운데 일부는 내게로 향한 것이었으나 대부분은 그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깊은 갈등에서 초래되는 혼란과 공포였다. 짐은 3년 이상 지속된 거대한 중년의 위기를 한창 겪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모든 책임들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했다. 게다가 요즈음 들어서는 특히 더 우울했고 시무룩하거나 화를 내며 도전적이 되었다.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고, 그가 그 밤을 격렬한 갈등으로 꼬박 지새웠음은 나중에야 알았다. 같은 침대에서 자는 마지막 밤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내게 나에 대한 모든 감정을 상실했다고 선언했다.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우리가 결혼한 것은 실수였소." 그의 가치관이 완전히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짐의 혼란이 몇 주일, 몇 달, 아니 몇 년이 계속되는 동안, 나는 줄곧 내 어린 시절의 어떤 장면만을 생각했다. 남편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돕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나의 인내는 아마도 그 장면의 기억에서 나온 것이리라.

우박을 동반한 폭풍으로 농사가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 그해 여름, 어머니는 폭풍이 지나간 우리 농가 앞에서 나와 함께 서 계셨다. 우리는 우박으로 처참하게 쓰러진 건너편 옥수수 구릉을 바라보고 있었다. 밭의 채소들은 보기에도 끔찍한 모습으로 뒹굴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그 옥수수 밭에 쏟아부은 정성과 경비를 생각하며 비탄에 잠겨 계신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해의 적자를 메우려는 모든 희망이 산산조각 난 순간이었다. 부모님은 더욱 큰 빚을 지게 되었다.

그때 어머니는 옥수수 밭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지금 내가 기억하는 것은 내 어깨를 감싸 안은 어머니의 단단한 팔과 한 마디 말씀이다. "얘야, 남편과 아내가 서로 사랑하는 한, 삶에서 마주치는 어떤 일도 받아들일 수 있단다."

그 이후 부모님은 정말로 '어떤 일이든 감수할 수 있는' 사랑으로 가득 찬 부부애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우리는 그 많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농장을 지킬 수 있었다. 그 단단한 유대는 아버지가 83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되었고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그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짐과 나는 중년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요즘 중년 성인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과 세미나들을 주최하고 있다. 우리는 오랜 결혼생활이 파괴되려 하거나 거의 파괴되어 버린 중년부부들을 상담할 때, 어머니께서 하셨던 그 말씀을 늘 해준다. 짐과 나도 꾸준히 그것을 배우고 있다. 또한 우리는 사람은 단순한 감정의 동물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사랑은 감정이 존재하지 않을 때도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사랑은 서로를 위해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가꾸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두 사람의 서약이며 결심이다. 사랑은 상대방이 사랑하는 마음을 상실할 때조차도 상대방을 소중히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삶이 줄 수 있는 모든 상처와 심한 실패들에도 불구하고 결혼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 36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짐과 내가 사랑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어머니께 배웠던 바로 그 위대한 교훈 때문이었다. 부부의 사랑이 삶의 어떤 상황보다 강하다고 말씀하신 그 교훈은 지금 많은 열매를 거두며 여러 사람에게 행복한 삶의 중요한 근원이 되고 있다.

- 『나는 이렇게 하나님을 만났다』 중에서
(바버라 부시 외 23인 지음 / 오늘 / 269쪽 / 8,000원)<북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