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진
▲박형진 교수
복음의 역사

성경은 복음의 역사에 대해 "이는 우리의 복음이(gospel) 말로만(in word) 너희에게 이른 것이 아니라 오직 능력과(in power) 성령과(in the Holy Spirit) 큰 확신으로(with full conviction) 된 것이니"(데살로니가전서 1:5)라고 기록하고 있다. '말씀'과 '능력'은 복음역사의 두 핵심 요소이다. 이 두 가지는 예수님의 사역가운데 다 같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선교학에서는 복음역사의 이 두 가지 양상을 진리대결(truth encounter)과 능력대결(power encounter)로 부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진리를 구도하는 자들로 말씀을 읽거나 들을 때 그것을 믿게 됨으로 회심 하게 되고 또 어떤 이들은 능력을 체험함으로 인해 회심을 하는 경우가 있다. 역사적 실례를 보면 헬라인이면서 철학도였던 저스틴(Justin Martyr)은 성경이야말로 참된 진리이며 그가 추구한 철학의 완성으로 확신함으로 후엔 순교자가 되었고, 유대인이었던 사울은 다메섹도상에서 예수그리스도를 빛 가운데 만남으로 돌이켜 위대한 사도 바울이 되었다. 성경에도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고린도전서1:22)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복음과 조우하는 양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경우이든 우리의 마음에 역사하여 확신을 주시는 '성령'의 역사 없이는 복음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성경은 말해주고 있다.

복음의 매개체

복음을 전하는 매개체로 기독교역사를 보면 두 가지가 있음을 보게 된다. 하나는 공식적이고 보편적인 조직이라 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조직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선교학에서는 전자를 일컬어 모달리티(modality)라 부르고, 후자를 가리켜 소달리티(sodality)라 한다. 전자의 경우 교회가 되고, 후자의 경우 선교회라고 볼 수 있다. 1981년에 설립된 한국창조과학회는 지난 30여 년을 통해 꾸준히 하나님의 말씀으로 창조된 이 세상을 위해 진리를 변증해온 사역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창조과학회는 진리대결이라는 측면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사역을 감당해 온 선교회라 할 수 있다.

창조신앙과 선교

선교라고 할 때 대개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선포하여 믿게 하는 구속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성경에서 계시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를 구속하시기 위해서 오신  구세주일 뿐 아니라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창조주이시기도 하다(골로새서 1:16).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서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구속하는데 있다(로마서8:21). 그러므로 창조된 세상에 청지기로 세워진 그리스도인들은 생태계나 환경문제에도 비상한 관심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그러므로 우리가 원래 하나님의 피조물이었으며, 창조에 대해 하나님의 목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로 인해 인간이 해야 하는 선교가 있는 것이다. 피조물을 돌보는 것은 사실상 인간에 대해 나오는 최초의 목적 선언이다. 그것은 이 땅에서 우리의 최우선적 선교다."라고 하였다. 온 땅은 하나님의 선교지이자 우리의 선교지이다. 하나님의 구속은 창조세계 전체에 미친다. 창조세계의 목표는 하나님의 영광, 즉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다.

'선교'(mission)라는 말은 원래  'missio'라는 어원에서 나왔는데 이는 '보낸다'(send)라는 의미이다. 우리 하나님은 보내시는 하나님(missionary God)이요 우리는 보냄 받은 백성(missionary people)으로서 창조세계의 청지기 (창세기1:28; 9:1이하)이며 피조세계의 구속과 회복 (로마서 8:19이하)을 위해 보냄을 받은 왕과 제사장적 책무를 받은 자들이다.

오늘날 복음주의권의 대표적인 운동인 로잔운동에서는 이러한 인식하에 창조세계를 돌보는 일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Creation Care Issue Network)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참조사이트: https://www.lausanne.org/networks/issues/creation-care ).  또한  "A Rocha"라 불리는 운동도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일에 적극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참조사이트: http://www.arocha.org/en).

창조세계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교회 밖의 환경운동가들이나 심지어는 성경적 창조론을 믿지 않는 진화론자들의 영역이 되어버린 것 같은 오늘날의 상황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에 대해 심각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의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성경적 창조신앙을 믿는 자들은 이제 성경의 진리, 복음전도를 위해 변증적(apologetic) 사역과 아울러 변혁적(transforming) 사역도 모색해야 한다. 복음은 선포됨(proclaimed)과 동시에 그 진가가 발휘되야함(demonstrated)이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치열한 경쟁과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나 외에 남이나 주변을 배려하고 돌아보는 일에 무감각해져 버린 한국의 현실상황에서 세상과 구별되어야 할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부르심이다.

박형진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