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화가는 언제 붓을 거두어야 하는 줄 알고,
훌륭한 지휘자는 어떻게 연주를 마감해야 하는 줄 압니다.
이렇듯 우리의 삶도 어떻게 정리하고 마감하느냐를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삶의 길에서 남기지 말 것과 남길 것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는 아쉬움을 남기지 말고, 기쁨을 남겨야 합니다.
우린 때때로 놓친 고기를 아쉬워합니다.
하지만 놓친 고기는 본래 내 것이 아니었기에
내게 오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환영에서 벗어나 삶에 아쉬움을 남기지 말고,
지금 순간순간 나타나는 삶을 차지하고 기쁨으로 채우십시오.

둘째는 회한을 남기지 말고, 참회를 남겨야 합니다.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왜 이렇단 말인가?" 하는
회한이나 자탄을 남기지 마십시오.
회한은 삶에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망상이며
나약함의 증거일 뿐입니다.
회한은 회한을 낳고 매순간 삶의 밑바닥에 구멍을 내버립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회한을 버리고 참회를 하십시오.
참회는 과거를 벗고 새 날을 새롭게 맞도록 하는 영적인 힘과 은총을 얻게 합니다.

셋째는 치적을 남기려 말고, 감사를 남겨야 합니다.
자화자찬으로 치적을 남기려는 것은 영적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며,
삶의 깊음과 은총의 높음을 알지 못한 때문입니다.
아니면 삶에 아쉬움을 가진 거짓된 미화일 뿐입니다.
살아서 스스로 동상을 세운 이들이
어떠한 최후를 맞이하였는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깊음에 이르고 높은 하나님의 은총을 아는 이에게 남는 것은 감사뿐입니다.

<2005.12.13. 다시 묵상함. 연>

<오늘의 단상>
유머가 있다는 것은
이미 여유를 가질 만큼 힘이 있음을 뜻합니다.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