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뿌리 생각을 다시 했어

전무용

아침에 잠시 산길을 걸었어.
된서리 제법 내려
마른 풀잎 위를
낙엽 위를 희끗 덮고 있었지.

그 길 갈 때마다 보는 아카시아 나무들 있었어.
지난 여름인지 그 전해 여름인지,

어느 여름 바람에 쓰러져서
숲에 길게 드러누운 아카시아를 보았어.
원래 뿌리가 깊지 않은 녀석들이
숲 속에서 경쟁을 하다가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키를 키웠나봐.

오늘 새삼 여기 저기 쓰러져 누운 아카시아 보면서,
그렇지,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쓰러진다 했는데,
아카시아,
뿌리는 키우지 않고
제 욕심대로
제 허영대로
하늘로만 줄기 솟구쳐 올리더니,
어느 여름 바람에 쓰러져 버렸더라고.

길게 쓰러져 누운 아카시아 보면서,
뿌리 생각을 다시 했어.
그래, 뿌리가 깊어야지.
쓰러진 아카시아 볼 때마다 뿌리를 생각하진 않지만,
오늘 아침엔 뿌리 생각을 한동안 했어.

<2005.12.09. 다시 묵상함. 연>

*감사-서신 가족이신 시인 전무용님께서 글을 보내오셔서 함께 나눕니다.
서신 가족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오늘의 단상>
기본에 충실한 이는 실력은 물론이고 경험 있는 노련한 존재입니다.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