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번제’라는 예명처럼, 여러 음악 작업에 대해 “모든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는 작업”이라고 표현한 정성원 목사는 그의 작업뿐 아니라 삶 자체를 하나님께 드리고자 한다. 독신으로 살겠다고 서원까지 한 그는 현재 음악 작업 뿐 아니라 다음세대도 목회하고 있다. 그와 하나님의 동행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무겁고 깊으면서도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그의 신앙을 엿볼 수 있었다.


정성원
▲일천번제 정성원 목사. ⓒ정성원 페이스북

- 언제부터 예수님을 믿게 되셨나요?

“모태신앙인데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건 신학교를 가기로한 때였죠. 7살때 뇌성마비 환자였다가 나았는데, 어릴 땐 기적적이라고만 생각하다가 스무 살 무렵 저를 통해 하나님이 일하셨다는 걸 온 마음으로 깨닫고 신학교를 갔어요. 그때만 해도 목사가 될 줄은 몰랐어요.”

- ‘목사가 될 줄 몰랐다’고 말씀하시는 목사님들이 많은 거 같아요.

“전 원래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2년 배우고 교회 반주하면서 어깨너머로 피아노를 배우다 대학에 가선 교회 오르간 반주를 한다고 오르간을 공부했죠. 그러다 합창 지휘를 알게 되고 지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클래식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갔어요. 거기서 공부를 마치면서 목사 안수를 받게 됐는데, ‘독신으로 살겠다’고 서원을 했어요. 목사가 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제게 음악은 어떤 안전장치 같은 거였어요. 음악 목사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이제 목사 안수받은 지 12년째인데 목회를 하고 있네요. 하나님께서 하게 하시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신앙이 깊어지게 된 건 언젠가요?

“사실 이제야 성숙해지는 거 같아요. 요즘은 특히 10대 아이들을 통해 제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예수님의 능력으로 가능케 하시는 걸 보게 돼요. 예수님도 모르고 세상적이고, 술, 담배와 친하고 마음이 외로운, 교회하고 전혀 친하지 않을 거 같은 아이들이 기적처럼 교회를 오고, 그 아이들이 바뀌어 가는 걸 보면서 오히려 제가 성숙하고 있어요.

목사가 돼서 너무 좋아요. 요새 말로 ‘인싸’라고 ‘아웃사이더’의 반대말인데요, 아이들이 ‘저하고 친해져야 인싸 취급을 받는다’고 반 장난삼아 얘기를 해요. 최근엔 운동하는 친구가 저를 뒤에서 껴안았는데 그때부터 가슴이 아픈 거예요. 혹시라도 뼈가 부러졌으면 안 되니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뼈 멀쩡하세요. 근육이 좀 찢어졌네요’라고 하더라고요. 제 나이 42세에 10대 아이들에게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산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지(이렇게 말한 그는 무척 환하게 미소를 보이며 호쾌하게 웃었다). 저는 그냥 통로에요.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면 제 뒤에 계신 하나님을 보는 거죠. 저를 통로로 하셔서 귀한 한 사람 한 사람을 바꾸는 아름다운 삶을 산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강요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제 음반 얘기를 안 하는데, 하나님에 대해 인정하기 시작한 친구는 뜬금없이 ‘제 노래를 무한 반복해서 튼다’고, 그 얘기를 듣고 울었어요. 음악 작업으로도 할 게 정말 많고 더 노력해야 하겠지만, 아이들을 보면 이미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요즘 다음세대들의 복음화율이 정말 심각한데 이야기를 들으니 희망적입니다.

“청소년 사역은 하면 할수록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영유아 유치부 찬양을 만드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찬양이 나오면 계속 따라 하고, 이게 신앙을 갖는 토대가 돼요. 그렇지만 초등학생은 아무리 영특해도 어린이예요. 한편 청년의 경우는 이미 굳어진 것이 있죠.

복음을 전하는 황금기는 사춘기, 뒤집어지는 때의 중고등 학생 시기예요. 그런데 시기가 너무 짧아요. 황금기가 한 3~4년. 19살만 되도 어른처럼 돼요. 그렇기에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면 달려들어야 하는 분야, 힘을 모아야 할 부분인 거 같아요. 한국교회가 중고등 학생에게 관심을 가져야 해요.

너무 어린아이는 아직 아이고, 어른은 잘 변하지 않는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참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요. 아이가 아무리 영악하다 해도 진리를 보여주고 진심을 보여주면, 이 아이들로 인해 가정까지 변해요. 흘려듣는 거 같아도 들어요. 우리 교회만 해도 중고등부가 없어질 지경에 이르렀다가, 2년 사이 50명 이상의 새로운 아이들이 오게 됐어요. 교회를 처음 오는 아이들이 반 이상이었죠. 이를 보면 절대 한국교회 침체가 아니에요. 분명 희망이 있죠. 하나님께서 같이 일하실 것이라 확신을 느낍니다.”

-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성경 구절에 대해.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그러나 내가 긍휼을 입은 까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먼저 일절 오래 참으심을 보이사…’ – 디모데전서 1장 中

“디모데전서 1장 12절부터 후반부를 제일 좋아해요. ‘죄인 중의 괴수’, ‘선한 싸움’… 바울이 평생을 살다 노년에 이르러 디모데에게 이야기해준 구절이나 다름없어요. 솔직 담백하게 제 삶을 돌아보게 되고 또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갖게 돼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닌 게 많고, 너무 한계가 많고, 반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예수님의 능력으로 하는 게 많아요. 지금까지도 본 게 너무 많은데 앞으로의 삶에서 더 많이 보게 하시겠죠. 이 바울의 고백이 제게 있어서도 평생의 신앙 고백이 되었으면 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