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인공지능 신앙 기독교문화연구소
▲김흡영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인공지능이 신앙을 가진다면? 종교적 인간의 미래 고찰’이라는 주제로 2018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가을융합학술대회가 14일 오후 서울 연세대 원두우신학관 대예배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센터장 정재현 교수) 주관으로 인공지능연구원 김진형 원장(KAIST 명예교수) 한국과학생명포럼 김흡영 대표(강남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한국조직신학회 회장을 지낸 신학자인 김흡영 대표는 “20세기 기독교의 가장 큰 화두는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신문’이라는 칼 바르트의 말처럼 신앙과 사회, 즉 기독교인들은 격변하는 20세기 사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였다”며 “저는 21세기 기독교의 가장 큰 화두는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모니터링’이라고 말한다. 21세기는 인류의 미래가 결정될 과학기술의 세기”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화의 계기를 안겨줄 수 있는 과학기술이기에, 하나님의 이름을 대신하는 우상을 분석하고 훼파하는 것이 주 임무인 조직신학자로서 이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며 “AI는 우상을 넘어 신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고, 점점 AI 없는 삶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 AI를 연구하는 이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기독교인들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신학적 입장에서 접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면이 많기에 낙관적 전망도 있지만, 초지성(Super-intelligence)을 갖기 위해 발전하는 AGI는 인간(이세돌)에게 승리한 알파고 사건 이후 우리 앞에 충격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며 “알파고를 만들었던 딥마인드(DeepMind) 엔지니어가 ‘인간의 뇌는 몇 파운드의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던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문화적 운동)을 주장해 왔기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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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흡영 대표는 “AI는 알파고 이후 이미 인간의 지능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AI는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므로, 독립성을 가졌을 때 어떻게 될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상위 지능’을 가지게 된 AI가 ‘하위 지능’인 인간에게 종속될 수 있을지 등의 가치 문제가 발생한다. AI의 위험성은 ‘초지성을 만들면 우리의 할 일은 끝난다. AI가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한 어빙 굿(Irving Good)의 말에서 알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헨리 키신저도 ‘계몽혁명 이후 AI의 출현은 인간 역사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다. AI는 내러티브와 컨텍스트가 없으므로, 그들 스스로 가치를 결정할 경우 AlphaGod이 나타나 인간 역사에 종말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며 “특히 인공지능을 무기 체계에 도입하면, 당해낼 수가 없기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발 하라리의 다음 발언도 소개했다. “현대의 과학과 문화는 죽음을 형이상학적 신비로 간주하지 않고, 당연히 죽음에서 인생의 의미가 나온다고 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현대인에게 죽음은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 문제이다. … 모든 기술적 문제에는 기술적 해법이 있다.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예수의 재림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 실험실의 괴짜 열 명이면 된다. 과거에 죽음이 성직자와 신학자들의 일이었다면, 지금은 공학자들이 그 권한을 인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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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김진형 원장은 “AI는 감정을 가질 수 없다. 감정을 가진다면, AI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그러면서 “트랜스휴머니즘의 전제는 ‘생물학적 인간’에게는 문제가 많고, 인간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변해간다. 인간도 사실상 물질, 기계에 불과하고, 그 본질은 정보’라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는 육체를 넘어 사이버와 디지털 상에서 불멸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이보그로서 영생을 누리고, 트랜스휴머니즘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대비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흡영 대표는 “의학이 발전되면 과학적·기술적으로 죽음을 없앨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기독교는 이 비전의 완성이 ‘전통적 종말론’의 종말인가 하는 신학적 문제가 나타난다”며 “그리스도의 재림, 죽음의 최종적 패배, 고통 없는 천국, 영화된 몸과 부활 등 전통적 기독교에서 말하던 것들이 트랜스휴머니즘에서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실제로 AI 종교가 만들어져 인간은 ‘장로’로서 그들을 섬기고 우리 자신을 허락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망상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환원되고 축소된 ‘로고스 신학’을 넘어선 신학의 대형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호랑이를 이길 수 없다면, 호랑이를 타고 넘어야 하지 않겠는가. AI가 인간의 가치와 도덕성, 인간다움을 탑재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I는 신앙을 가질 수 있는가

김흡영 대표는 종합토론에서 ‘AI가 신앙을 가질 수 있느냐는 말할 수 없지만, AI가 설교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진형 원장의 견해에 대해 “목사는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하고, 설교는 기도에 의해 하나님과의 교제를 통해 얻어진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AI가 설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런 이해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하나님의 전지전능성의 신학은 이미 깨졌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무저항의 비극적 패배가 바로 우리의 신앙”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해하는 AI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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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욱주 교수(맨 오른쪽)가 토론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 패널토론에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박욱주 교수는 ‘김진형 교수님의 강연에 따르면, AI가 신앙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교의적 데이터를 무수히 학습시킴으로써 신앙고백을 그대로 모방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이는 데이터 편향의 문제를 극복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자율적 학습에 의한 신앙적 선택이 될 수 없으므로, 지극히 피상적인 ‘묻지마 믿음’일 뿐”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다른 한 가지는 시행·분석을 통한 배움, 보상과 처벌을 바탕으로 한 학습을 바탕으로 스스로 신의 존재와 신앙의 개념을 설정하도록 이끄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인간이 자유의지를 통해 신앙을 가질 것인지 결정하는 방식과 유사하지만, 이는 ‘신앙이란 무엇인가? AI는 향후 어느 수준까지 인간적 본질을 향유할 수 있을까?’ 두 가지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의 종교성은 순전히 주지적 본질만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정적·주의적 측면과 한 인간을 주위 세계와의 직접적 관계 속에서 구체적·개별적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신체성까지 포괄하는 전인적 삶과 실존 가운데 일어난다”며 “이처럼 삶의 전인적 지평에서 일어나는 종교성을 포괄하기에, 초월지향적 역현(kratophany)의 종교성은 그 범위가 과도하고 협소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는 앞서 언급한 ‘묻지마 신앙’보다는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전인적 삶의 현실 자체보다 합리에 매몰돼 보상에 대한 희망에 맹목적으로 천착한다는 점에서 종교적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휘둘리는 ‘묻지마 신앙’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며 “이런 전인적 종교성을 발견하고 충만하게 향유하기 위해 보상과 처벌을 주도하는 힘의 논리로서 신의 존재가 아닌, 인간의 삶 자체로부터 그 무한성과 신비적 본성을 드러내는 초월자와의 관계를 논해야 할텐데, 이 대목에서 성현(hierophany)의 종교성이 부각된다”고 덧붙였다.

박욱주 교수는 “AI가 인간이 수행하고 향유할 수 있을 만큼의 신앙을 가지려면, 인간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전인적 마음(心)을 실현해야 할 것이나, 이는 태생적으로 수학적 논리와 기계로 이뤄진 몸을 가진 AI 로봇에게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 지점이 바로 AI가 가질 수 있는 ‘묻지마 믿음’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성찰의 믿음’의 근본 차이가 발견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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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날 학술대회는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세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미래의료인문사회과학회,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박욱주 교수 외에도 박성원 박사(국회미래연구원)와 이일학 교수(연세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가 패널토론을 펼쳤다.

앞서 정재현 소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AI의 발달을 종교성의 문제와 연관짓고, 분과학문의 벽을 넘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배움을 청하고자 한다”며 “인공지능이 도구적 이성을 보조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과연 인간을 능가하고 대체할 것인지, 그때 인간의 ‘종교성’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