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은행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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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가 활성화되면서, 대한민국의 가을은 축제 열기로 가득하다. 각종 꽃 축제, 전통 민속 축제, 온천 축제, 먹거리 축제 등 내 고장의 특성을 자랑하고 홍보하는 축제가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어느 고장을 가나 고옥한 가을산 풍경과 어우러지는 축제의 왁자지껄 소리는 사람 사는 정겨움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 서울 시내 한복판인 명동 사거리 OO은행 뒤편에서 축제가 열렸다. ‘은행나무 축제’.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무대와 먹거리 음식을 마련해 놓고, 주민들은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마을의 단합을 즐긴다. 축제 사회자는 은행나무의 수령을 541년이라고 소개한다. 더불어 여전히 많은 열매를 맺고 있다고 입담을 쏟아놓는다.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신 세월은 어느덧 541년을 살면서 여전히 열매를 맺고 있는 은행나무의 수령보다도 4배 정도 긴 시간이 흘렀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죽은 우리 영혼을 영생의 환희로 열매맺게 하신 구원 사역이다. 그리고 다시 오실 약속을 남기시고 승천하신지 2천여년이 지났다.

그리스도께서 남기신 구원의 씨앗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경작하는 농부처럼 전 세계를 논밭 삼아 그리스도의 씨앗을 뿌리고 열매 맺기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내 타락하고 말았다. 등 따시고 배 부르니 하나님이 무슨 소용이랴.

면죄부를 팔아먹으며 스스로 하나님 노릇을 재미삼아 흥청거렸다. 종교개혁을 통해 분연히 일어난 하나님의 농부들은 다시 믿음의 절개를 지키며 그리스도의 구원의 씨앗을 뿌리고 열매맺기를 거듭했다.

이윽고 한반도에도 그리스도의 구원의 씨앗이 뿌려지고, 대양(大洋)을 건너온 믿음의 농부들은 피땀을 흘리며 논밭을 기경하여 한반도에 구원의 대풍(大豊)을 안겼다.

그러나 불과 1세기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하나님께서 종교개혁을 통하여 새로운 구원 역사를 쓰실 수밖에 없었던 그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타락의 박토(薄土)가 되어 버렸다.

교회당은 물질을 쌓아두는 창고가 되었으며, 창고지기인 목회자는 온갖 비리와 술책으로 올무에 걸린 짐승처럼 물질의 덫에 걸려 있다. 교회당은 대물림하는 상속의 재산이 되었으며, 하루에 한 끼조차 편히 먹을 수 없는 빈민들이 전 세계에 가득하거늘, 교회당에는 물질이 가득 쌓여 있다.

사랑을 실천해야 할 교회에 물질이 쌓여 있는 상황은 곧 타락의 척도를 나타내는 방증이다. 교회당을 보수하고 수리해야 할 예비비 외에 교회당에 물질이 쌓여있을 당위성은 그 무엇도 이유가 될 수 없다. 구원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길을 걷는 자는, 전대도 가지지 말고, 두벌 옷도 가지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사계절이 분명한 대한민국에서 구원의 농부의 길을 걷는 목회자가 두 벌 옷을 입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각종 카드를 넣고 다니는 지갑을 소유한 것도 그렇다손 치더라도, 중대형 주택, 중대형 승용차, 넉넉한 통장 잔고, 자식의 안락까지 챙기고 있는 작태는 탐욕이 아니면 무엇이랴.

하나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탐심은 곧 우상숭배라고 분명히 경고하셨으니, 목회자라고 불리는 자들이 지금 우상숭배 놀이에 빠진 꼴이 아니면 사람이 아닌 짐승이랴.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한 자들에게 구원의 씨앗을 뿌리셨으며, 병든 자, 사회로부터 냉대받는 자, 귀신 들린 자들을 기꺼이 품으셨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음부로 비하(卑下)하셔서 죽음 문제를 해결하시고 부활하셨다.

그리스도는 영생의 주인이시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셨어도, 눈앞에서 그리스도의 죽음을 목격했어도, 무덤 안에 누워 계셔도, 빈무덤이 된 놀라움 앞에서도 끝까지 그리스도를 기다린,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은 ‘막달라 마리아’라는 여인이다. 가래침을 내밷고 냉소하던, 일곱 귀신 들린 여인이었다.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의 길은 한시적으로 걷는, 제한된 시간의 길이 아니다. 끝까지 걸어야 누릴 수 있는 불변의 길이다. 권위와 명예, 풍요와 안락, 넉넉함과 부요함, 이기주의적 편리들에게 가래침을 내밷고 일곱 귀신 들린 여인을 찾아나설 때, 541년 된 은행나무보다 더 긴 세월을 열매맺을 수 있는 영생의 길이다.

웨민총회 인천신학장 하민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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