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물질적인 보답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감사하고 길이 길이
기억해주는 일은 해야 할 것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물질적인 보답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감사하고 길이 기억해주는 일은 해야 할 것이다. 시와 노래로 불러주는 것도 좋겠다.

군인과 詩는 쉽게 연결되지 않지만, 군인으로서 또는 군인의 아내(가족)로서 또는 군 생활을 마친 예비역으로서 위국헌신(爲國獻身)을 주제로 적잖은 시들이 보인다.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①박말희(시인/육군 2작전사령부 엄대식 대령 부인)가 쓴 「백마고지에서 부는 바람」을 읽어보자.

“1952년 10월 6일 쏟아지는 포탄으로, 타고 또 타서 허옇게 재가 되어버린 산등성. 인공기와 태극기가. 수차례 백병전의 밤을 보내는 동안. 떠꺼머리 아우의 가슴이 뚫리고 꿈이 피에 젖고. 비에 젖다 눈에 쌓이다 진토 되어서도. 이 고지에 태극기를 꽂아야 한다. 아우는 혼령으로도 외쳤으리라

마지막 포탄과 함께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젊은 아내의 남편은. 육박전으로 쓰러져 분토되었을망정. 두고 온 어여쁜 사연을 위해. 이 고지에 태극기를 꽂아야 한다. 영원히 아름다운 사랑은 외쳤으리라

고지를 탈환하기까지는. 죽어도 결단코 죽지 못한 용사들이여. 수류탄을 뽑아들고 적진으로 뛰어든. 강승우, 안영권, 오규봉 남아여. 결단코 고지를 탈환하고 자유의 깃발을 꽂은 김종오 님이여

단풍빛도 놀빛도 마냥 서러운 그 산등성이에도. 역사의 계절이 바뀌고. 청춘의 이름들이 새로 피어나고 무성해질 대로 무성해진 평화가 무던한 오늘

그 395고지에 남겨진 이름들이. 바람결에 주섬주섬 녹음을 덧입고 술렁 다가오는데

세대여. 시대의 숙제를. 가슴 벅차게 풀어나가야 하는 조국이여. 지금. 이 이름들이 기댈. 한편의 가슴이 되어주는 건 어떠리.”

백마고지 전투의 역사를 한 편의 시로 엮어 회상하고 있으니 그때에 순국한 영혼들이 위로를 받으리라. 누군가 기억해 주는 이가 있는 한 그 죽음과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니다.

②이창원 상병(육군 1사단 정보통신대대)이 쓴 「그들」을 읽어보자.

“웃음을 묻어버린 지진이 일어날 그날 아침/ 이슬 맺힌 무궁화가 개화한 들판 아래/ 매서운 눈빛을 가진 호랑이가 묻혔다

울음마저 삼켜버린 폭풍이 몰아친 그날 점심/ 태극기가 힘차게 휘날리던 하늘 아래/ 화려하게 날개를 펼치던 독수리가 떨어졌다

절망마저 먹어버린 해일이 닥친 그날 저녁/ 별빛이 은은하게 빛나던 바다 아래/ 은하수처럼 아름답던 고래가 나오질 않는다

숨 죽였지만 심장소리로 요란스러웠던 그날/ 푸른 소나무로 무서운 동맥 아래/ 그들은 우리를 지켰다

우리도 그들이 지킨 것을 지킬 것이다/ 그들은 자랑스러운 국군이다”

국군을 시로 풀어쓰며 6·25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그들이 느꼈던 감정을 시로 쓴 것이다. 맹수와도 같았던 육군, 해군, 공군의 의지와 희생을 호랑이와 독수리와 고래로 표현한 것이다.

③현역 시절 여단장으로 복무했던 김기홍(예비역 육군 대령)이 쓴 「삼도봉에 올라」를 읽어보자.

“백두산의 장엄한 기운, 힘차게 내려와, 여기 민주지산 삼도봉에서 다시 불끈 용틀임하도다/ 오백 년 장구한 세월, 충청-전라-경상 삼도를 지켜주는 명산으로. 삼도를 엮어주는 영봉으로. 그 명성 면면히 이어왔네/ 삼도 사람 상도봉에 올라보니. 경상 산 따로 없고, 전라 산 따로 없고, 충청 산 따로 없네/ 이 능선 저 능선 다를 바 없고. 산은 스스로 경계를 두지 않는다. 우리 작은 인간들이 이 마음 저 마음 선을 그었구나/ 하늘이시여, 백두대간 산신이시여. 여기 삼도의 선남선녀 손잡고 모여 화합의 잔 높이 들어 바치오니. 천지기운 용광로에 흩어진 마음 다시 녹여. 강철 같은 한 마음 이루게 하소서/ 그리하여 삼도화합, 나라 화평, 남북통일 이루게 해 주소서. 세계에 우뚝 서는. 위대한 대한민국 되게 해 주소서”

‘엑스트라 마일’(Extra Mile) 법칙이란 게 있다.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동안 차창까지 닦아주고 커피를 요청했는데 쿠키까지 갖다 주는 것이다. 메모지만 달랬는데 볼펜까지 갖다 주는 것이다.

성경(마 5:39-42)에서는 “네 오른쪽 뺨을 때리거든 왼쪽 뺨도 돌려 대라. 네 속옷을 가지려 하거든 겉옷까지 내어주라. 너를 강제로 1.5km를 가게 하거든 그와 함께 3km를 동행하라.”고 가르친 법칙을 말하는 것이다. 보통 인간은 실천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