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튜브 PC 운동
▲오늘날 미국에서는 정치적 올바름 운동이 대중문화계에서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진화된 공산주의의 대중화와 공산주의적 올바름의 이상 속 감춰진 강압성

영어 발전의 역사를 연구한 저명 언어학자 제프리 휴즈(Geoffrey Hughes)는 2010년에 정치적 올바름(PC) 운동이 언어 의미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며 이 운동의 역사를 기술한 바 있다.

그가 기술한 바에 의하면, 미국에서 PC 운동이 사회전체를 강타하는 이슈로 등극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 데탕트 시대로부터다. 당시 이 운동은 대학가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강의 내용이나 단어 선택에 있어 기존의 백인 중심적이고 기독교적인 색채를 버리라고 요구한 것이 이 운동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미국 대학가 운동권 학생들은 백인 중심적, 기독교적 문화가 흑인, 소수인종, 성소수자(LGBTQ), 지체부자유자들에게 적대적이며 차별적이라고 주장했고, 언어 표현에 있어 다름과 차이를 수용하는 상대주의적 포용성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휴즈는 이들이 사용한 용어, ‘정치적 올바름’에 주목한다. 이 용어는 원래 마오 쩌둥이 1930년대 중국에서 공산주의 강령을 선포하며 사용한 용어였다. 자본가와 지주들의 억압을 분쇄하고 모든 인민이 차별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용어의 의미상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정신은 1960년대 말 서구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프랑스 낭테르 대학을 출발점으로 개시된 문화혁명, 바로 68혁명의 운동강령 가운데 하나가 마오쩌둥이 주장한 전통 질서의 혁명적 파괴 및 무조건적 평등 사상이었다. 68혁명이 중국 문화대혁명에 발맞춰 발발한 만큼, 그 운동 강령에 마오 쩌둥의 사상이 등장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영화 <몽상가들>은 68혁명 당시 마오이즘에 경도된 학생들의 삶의 일탈을 그린 영화로, 현재 할리우드 스타로 자리잡은 프랑스 여배우 에바 그린(Eva Green)의 출세작이다. 근친상간, 난교, 마약, 혁명으로 얼룩진 유럽과 미국 청춘의 이상을 그려내고 있어 개봉 당시 문제작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무제한적 평등사상, 억압적 전통질서 파괴, 보수적 성윤리 파괴, 폭력 혁명 등을 통해 정치적 올바름을 실현하려 했던 68혁명 당시 유럽 대학생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예리하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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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운동의 전신인 68혁명기 젊은이들의 이상을 그린 영화, <몽상가들>(The Dreamers, 2003).
68혁명은 실패한 혁명으로 끝나고 말았다. 여기에 영향받은 1960년대 말 미국의 히피운동 역시 한때의 추억으로 남고 말았다. 그런데 그 당시 시대조류를 주도했던 혁명적 평등 사상이 1980년대 말 미국 대학가에서 새로운 형태로 부활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이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민주주의 정치체제 및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덩샤오핑 주도 하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수용했다. 이로써 서구권에서 여전히 공산주의 사상을 옹호하던 이들이 그들의 혁명적 사상을 지지할 기반을 잃고 말았다.

이들은 기존 공산주의 강령을 데탕트 이후 시대에 맞춰 새롭게 개편할 필요를 느꼈고, 진정한 인종적, 사회적, 경제적 평등이 자리잡지 못한 미국 사회의 빈틈을 노려 새로운 정치 운동을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1980년대 말 미국 사회를 강타한 PC 운동이다.

바로 이런 역사적∙사상적 기원 때문에 PC 운동은 미국 내에서 큰 호응과 극렬한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PC 운동을 주도하던 이들이 표방하는 정신은 자유와 평등이었다.

다수와 주류만 아니라 소수와 비주류도 존중받는 사회, 소수자도 평등하게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사회가 이들의 모토였지만, 정작 그 운동을 실천해가는 방향은 교조적이고 강압적이었다. 즉, 말과 행동이 명백히 모순적이었기에 의식있는 이들의 비판에 직면하였던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정치적 최고선이라 믿었고, 그들의 이념에 조금이라도 반대되는 사회 계층과 공동체를 극렬한 악의 세력으로 매도하는 선동적 폭력성을 드러냈다.

교회 역시 이들의 지탄을 피할 수 없었다. 교회는 복음의 진리됨을 옹호하였는데, 이것이 타종교와 다양한 가치체계를 억압하는 차별행위로 매도되었다. 특히 교회는 동성애에 대한 반대 주장을 고수했기에, ‘정치적 올바름’ 운동을 주도하던 이들의 주된 비판대상이 되고 말았다.

작년(2017년) 콜로라도 주에서 이슈가 되었던 동성결혼 케이크 주문 접수 거부 사건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콜로라도 주 법원이 케이크 주문을 거부당한 동성결혼 커플에게 13만 5,000달러(약 1억 6천만원)를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지급하라고 명령한 사실은, 정치적 올바름 운동이 현재 미국 내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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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커플의 결혼케이크 주문을 거부해 거액의 위로금을 지급해야 했던 잭 필립스. 정치적 올바름 운동을 주도하는 이들, 특히 동성애자들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공산주의적 모순: 누구를 위한 평등인가?

데탕트 시절 정치적 올바름 운동을 주도하던 미국의 운동권 학생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 점차 미국의 정치∙문화적 조류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들이 사회적 영향력과 경제력을 확보하면서 대중문화 역시 이들의 정치강령에 호응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대형 영화∙방송∙연예∙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이런 동향에 즉각적으로 호응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나 유투브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달랐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주류 회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대중문화계에서 비주류에 머물고 있던 인디·독립영화 제작자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했고, 이들이 옹호하던 PC 운동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영화∙드라마 콘텐츠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넷플릭스나 유투브 오리지널 시리즈뿐 아니라 기존 대형 영화∙드라마 업체들까지 PC 운동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회사가 디즈니다. 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픽사 애니메이션(픽사는 디즈니의 자회사)에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는 동성애 코드, 제3세계 코드가 이를 입증한다.

<겨울왕국>(Frozen, 2013)은 자매 간 사랑을 부각시켜,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동성애 코드가 자리잡을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실사 영화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에는 동성애자 캐릭터 뿐 아니라 실제 동성애자 배우가 여럿 등장한다.

백인 중심의 캐릭터 설정도 변화를 맞이했다. <모아나>(Moana)에서는 폴리네시안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을 차지했다. 현재 진행중인 <뮬란>(Mulan) 실사화 역시 문화적 다양성과 인종적 평등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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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영화 <미녀와 야수>의 동성애자 캐릭터 르푸.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 정신이 반영된 캐릭터다.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디즈니가 인수한 대형 시네마 프랜차이즈들, 예를 들어 <스타 워즈>(Star Wars) 시리즈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도 점차 여성, 비백인 인종, 동성애자, 지체 장애인 및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는 캐릭터들의 영웅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대중문화계의 동향이 자라나는 세대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현재 미국 고등학교∙대학교에서 교육자로 일하는 이들의 가르침 역시 정치적 올바름에 경도된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이 1980년대 말 미국 대학가의 정치적 올바름에 호응했던 이들임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비롯, 교육 동향도 이런 조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현상은 특히 진보정치를 표방하는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속화되었는데, 대중문화 방면으로는 진보계열 정치 이상과 인간 이해를 옹호하는 작품들, 예를 들어 <1987>(2017), <공작>(2018), <버닝>(2018) 등이 연달아 개봉한 바 있다.

교육계 측으로는 전교조가 장려하는 진보주의 교육이 이미 일반화된 상태다. 진보적 정치사상을 가진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여성차별, 동성애자 차별, 난민 차별, 지체장애인 차별을 죄악시하는 사상을 강조해 가르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자라나는 세대들은 학교에서는 진보주의 교육사상에 영향을 받고, 가정에서는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 등 PC를 고수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콘텐츠에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환경 가운데서 자라난 이들 대부분은 비주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죄악시하는 성향을 보인다. 대학에서 직접 경험한 일이지만, 퀴어 운동에 반대하거나 타종교에 배타적 언사를 조금이라도 내비칠 경우 즉각 학생들이 수업 및 교수평가시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현실이다.

억압받는 이들, 차별받는 이들에 대한 돌봄에 있어 역사상 기독교회만큼 헌신적이었던 단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교회는 그리스도가 죄인을 찾아오신 분이며, 병약한 자를 고쳐주시고, 사회적 약자와 여성을 차별없이 돌아보는 하나님이시라는 믿음 하에 어느 사회집단보다도 적극적으로 구제와 인권에 앞장서 왔다.

PC 운동에 경도된 이들은 이 역사적 사실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단지 그들의 운동강령에 합당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기독교회를 위선자들의 집단으로 취급한다.

넷플릭스, 유투브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기독교인들, 특히 성직자들이 등장하는 경우 거의 예외없이 위선자나 성범죄자 혹은 소수자를 억압하는 배타적 교조주의자로 그려진다. HBO, 쇼타임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트루 블러드>(True Blood), <트루 디텍티브>(True Detective) 등이다. 영화 쪽을 보면 2014년 개봉해 큰 인기를 얻었던 액션대작 <킹스맨>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설교자와 신자들 역시 악독한 백인우월주의 차별론자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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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기독교인들은 지독한 백인우월주의 차별론자로 묘사된다. 이는 정치적 올바름 운동 편에서 바라본 기독교인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치적 올바름 사상은 원래 공산주의로부터 유래된 것이며, 지극히 교조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을 갖는다. 따라서 이 운동이 기독교회에 대해 인민재판적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PC 운동은 포면적으로 자유와 평등과 박애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정치권력 획득을 통해 반대파를 탄압하고 제거하는 폭력적이고 정략적 행동지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행동지침은 현재 중국이나 북한의 정치행태를 보면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전 한국 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 문제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그리고 진보 계열 정권이 건재한 이상, 이 문제는 계속 신앙인들의 마음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PC 운동은 멀리 미국에서만 위세를 떨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독교인들의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기도 하다. 대중문화를 통해 일반에 분위기가 조성되면, 국내에서도 결국 차별금지법에 더해 동성결혼 합법화까지 시도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방송 플랫폼 장악은 단순히 편리한 문명의 이기의 승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비현실적인 평등을 강제하는 교조적 정치사상, 진화된 공산주의 사상의 문화적 승리로 귀결될 것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각은 막을 수 없는 문화적 조류다. 이에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지혜롭게 사태를 파악하고 문화 동향을 분별할 줄 아는 복음적인 신앙의 지혜를 갖추는 일이 시급히 요청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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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주인공들. 이 시리즈 대부분에서는 여성, 동성애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죄악시하는 정치적 올바름 운동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