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튜브 PC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절대강자, 넷플릭스와 유튜브.

◈다름, 소수, 대중문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세 등극
스트리밍의 힘: 클릭만으로 펼쳐지는 컨텐츠의 바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 플랫폼에 극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케이블∙위성 다채널 서비스와 IPTV로 대표되던 방송채널 시장이 점진적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잠식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영화 제작사, 배급사, 극장업체 역시 이들을 명시적인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다.

영화 <옥자>(2017)로 출발된 넷플릭스의 자체 영화배급 행보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고, 드라마 배급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의 역할이 커져가는 상태이다. 최근 국내 케이블 채널 tvN에서 성황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온라인 배급권 역시 넷플릭스가 구매했다.

이들 거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의 활동 영역은 컨텐츠 배급에만 멈추지 않는다. 미국 현지에서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영화, 드라마)는 이미 미국 HBO나 쇼타임(Showtime) 등 거대 드라마 제작 및 배급 업체들의 아성을 위협한 지 오래다. 여기에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마저 고품질의 자체제작 영화 및 드라마를 양산하고 있다.

스트리밍을 통한 컨텐츠 배급시장 지배의 전망은 ‘인터넷 버블’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이미 제기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전망은 당시 상황으로는 다소 허황된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고화질 스트리밍을 감당할 회선 인프라 및 동영상 압축기술이 구비되지 못했고, 무엇보다 스트리밍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컨텐츠를 제작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엔론(Enron)의 대규모 주가조작 및 회계부정 사건이 터졌다. 엔론은 블록버스터 및 유수 컨텐츠 제작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스트리밍을 통한 방송 및 영화 배급 채널 지배를 선언했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뒤로는 주가조작과 내부자 거래, 회계부정 등 위법적 행태만을 일삼다 몰락하고 말았다.

당시에는 넷플릭스 역시 스트리밍에 주력하고 있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회원들에게 맞춤형 영화 추천 및 해당 작품의 DVD 디스크 대여(우편 배송 및 수거)사업을 영위하며 DVD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와 경쟁 중이었고, 유튜브는 아직 회사가 창립되지도 않았던 시기다. 이후 수많은 업체들이 스트리밍 시장에 도전했으나 결국 대다수가 도태되었으며,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두 개의 거대 컨텐츠 배급 플랫폼이 넷플릭스와 유튜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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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자체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국내는 아직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미국에서만큼 막강하지는 않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케이블∙위성 다채널 서비스와 IPTV의 시장지분을 잠식하고 있고, 영화배급 채널로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중이다. 요즘은 상영관 최신개봉작이라 하더라도 3주만 지나면 그대로 넷플릭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된다.

때문에 최근의 영화배급 업체들은 첫 1-2주 흥행에 사활을 건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관람객을 확보하려 상영관을 독점하는 현상이 자주 목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주만 지나면 케이블∙위성 유료서비스, IPTV, 그리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 2차시장에 작품이 풀리기 때문에, 1-2주 안에 충분한 흥행을 달성해야 한다.

과거에는 TV 앞에서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던 것이 가정의 일상적 풍경이었으나, 현재는 PC, 태블릿, 스마트폰 앞에서 여가 시간 대부분을 소비하는 것이 훨씬 더 친숙한 광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케이블과 위성, IPTV가 접근할 수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의 독무대다.

2017년을 기점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라인과 모바일 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전체 사용시간의 50% 이상)을 보내는 웹페이지가 포털에서 유튜브로 변경됐다는 조사결과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막강한 지배력을 입증한다.

컨텐츠 채널의 변경은 단지 사람들의 컨텐츠 소비 행태만을 변경시킨 것이 아니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놓기 전 컨텐츠 배급 채널로서의 역할에 주력할 당시까지만 해도,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상업적으로 제작된 영화, 드라마 컨텐츠의 기존 성향까지 바꿔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들이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시리즈를 자체제작하면서부터 미국 대중문화 컨텐츠의 성향 자체가 급격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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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코브라 카이>(2018)와 <임펄스>(2018).

◈스트리밍의 성향: PC 운동의 선봉장, 넷플릭스와 유튜브

우선 넷플릭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기 전, 컨텐츠 유통 공룡이었던 블록버스터를 앞서다 못해 무너뜨리기까지 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넷플릭스 고유의 영화추천 서비스였다.

넷플릭스는 회원들의 영화 취향을 일일이 기록하고 분석했으며, 회원들이 영화 선정을 귀찮아할 경우 자체적으로 추천작을 선정해주는 서비스도 겸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하루가 멀다 않고 쏟아지는 영화, 드라마 컨텐츠에 혼란을 느꼈다. 이 와중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일일이 찾아 추천해 주는 넷플릭스의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었다. 넷플릭스는 이를 위해 정교한 소비자 분석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넷플릭스는 대규모 영화 회사들이 작품 소개에 치중하던 추천 방식에서 탈피, 소자본 다양성 영화 및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추천 서비스를 전개했다. 이들은 선댄스 영화제같이 소자본으로 제작된 인디영화나 독립영화 축제에 주목했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홍보력이 부족한, 그러나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을 발굴해 추천하고 이들의 DVD를 발송했다.

사업 영역을 스트리밍으로 이전시킨 후에도 이 추천 서비스의 성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면서 인디영화나 독립영화 제작자들의 흥행 창구로 애용되기 시작했고, 넷플릭스 역시 이들의 제작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안정적으로 양질의 컨텐츠를 공급받아 왔다.

영화계 비주류에 속해 있던 이들이 넷플릭스의 지원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영화계의 주류로 등극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드라마 업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인디영화 및 독립영화계의 현실은 성향상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정치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띤 소위 ‘의식있는’ 컨텐츠 제작자, 감독,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마르크스주의, 실존철학,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의 계보를 잇는 인간중심적 다원주의 사상을 추종했다. 이들에게 있어서 PC(political correctness) 운동, 즉 정치적 올바름 운동은 작품을 제작하는 하나의 주된 모토로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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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운동이 반영된 영화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매그니피센트 7>. 기존 서부극에서 주연이 될 수 없었던 흑인 치안판사(댄젤 워싱턴 분), 동양인 용병(이병헌 분), 인디언 용사(마틴 센스마이어)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인종차별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주연구성을 보인다.

통상적으로 PC 운동의 기원은 유럽에서는 68혁명, 미국에서는 이 68혁명에 영향을 받은 반전∙인권운동 및 히피문화의 유행으로 지목된다. 1968년 프랑스 파리 근교 낭테르 대학에서 시작된 68혁명의 이상은 ‘상상력에 자유를’이라는 구호에 압축돼 있다.

68혁명을 주도하던 이들은 기독교 문화에 뿌리내고 있던 서유럽의 도덕률과 종교문화, 그리고 계몽주의에 기반을 둔 기성세대의 모더니즘에 반발하며 토대적 질서의 해체, 다원주의적 자유, 차이와 다름의 수긍 등을 주장했다.

이 운동은 전 세계의 젊은층, 특히 대학생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해, 동유럽에서는 프라하의 봄으로 대표되는 소련 제국주의 반대 민주화운동으로, 일본에서는 전공투(全学共闘会議)로 대표되는 좌익 학생운동으로, 미국에서는 흑인인권운동과 반전운동, 페미니스트 운동, 히피운동 등으로 변형되어 확산됐다.

68혁명과 그 여파로 일어난 전 세계의 문화혁명은 당시로서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당시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대학생들이 각국의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68혁명의 이상이 점차 주류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보수우익적 성향에 반대해, PC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내건 기치는 인종차별, 성차별, 종족차별 반대였다. 흑인 인권에 대해서뿐 아니라 남미 라틴계 이주민, 동양계 이주민에 대한 정치적∙제도적 차별을 지탄했고, 여성차별 뿐 아니라 성소수자, 이른바 LGBTQ에 대한 차별반대 운동이 본격화되었으며, 자연환경 보호와 동물복지에 대한 목소리 역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PC 운동 주창자들은 이른바 앵글로 색슨, 백인, 남성, 그리고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삼는 미국 주류 인종 및 그들의 서구중심적 문화사상을 우월감에 빠진 독단적 문화로 규정했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 이들의 활동은 아직 정치적 행동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의 주장이 학문적으로 체계화된 것은 1990-2000년대, 사회와 대중문화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10년대에 들어와서로 볼 수 있다.

대중문화 역시 점진적으로 PC 운동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0-1990년대까지는 PC 운동의 이상이 아직 미국 대중문화의 주류로 등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단 컨텐츠 유통채널이 극장, TV, 라디오 등으로 제한돼 있었고, 이 채널들이 모두 기존의 대자본 컨텐츠 제작 및 배급업체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온라인 세상이 펼쳐지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2007년 최초로 아이폰이 시중에 판매돼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컨텐츠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었을 뿐 아니라, 그 무게중심이 온라인 및 모바일 회선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영상기기와 더불어 스마트폰의 촬영성능 또한 급격히 발전되면서 컨텐츠 제작에 있어서도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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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운동의 이상이 반영된 드라마로 지목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따돌림, 성폭력, 자살, 동성애, 인종차별 등으로 혼란을 겪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아 전달한다.

넷플릭스는 이런 시대적 조류 속에서 PC 운동의 이상을 추종하던 비주류 컨텐츠 제작자들과 감독, 배우들을 포섭했고, 그들의 작품이 온라인 컨텐츠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도록 길을 열었다. 유튜브는 개인방송 제작의 길을 열어준 가운데, 현재는 전문적인 상업적 컨텐츠 유통뿐 아니라 자체 제작에까지 착수하며 넷플릭스가 걸어간 길을 뒤따르고 있다.

통상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컨텐츠 유통채널 장악 현상에 대해서는 주로 경영학 관점의 분석과 전망이 활발히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문화 비평을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들의 상업적 영향력보다 사상적 영향력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이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은 대중문화계 PC 운동의 선봉장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기존 컨텐츠 제작 및 유통업체들이 이들의 문화적 이상을 거꾸로 모방하고 뒤따라가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현재 미국에서 제작되는 영화 및 드라마 대부분은 PC 운동의 이상을 반영하는 등장인물을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여성, 게이∙레즈비언 등의 동성애자, 뇌성마비로 고통받는 신체장애인, 자폐증에 걸린 정신장애인, 소수민족, 비기독교 무신론자로 대표되는 소수자의 영웅들이 주인공 및 중요인물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이런 행태가 대중문화계의 지배적 관행으로 자리잡는 데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