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아버지로서 성부, 어머니로서 성령
눈물도 없는? 말 없어 생각 더 많고
표현 약하기에 고통은 더 큰 아버지

‘아버지’란 호칭은 ‘어머니’란 호칭과 함께 한 인간이 최초로 배우고 가장 오래 사용하는 단어이다.

주기도문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된다. 이 한 구절로 큰 깨달음과 은혜를 받은 이로 문제천 장로(더드림교회)가 있다.

성경에서의 ‘아버지’는 육신의 아버지(창 27:18), 민족의 조상(요 8:39), 국부(國父, 왕하 13:14), 스승(왕하 2:20), 하나님(눅 6:36)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창조주요, 통치자인 만유의 아버지(롬 11:36, 엡 4:6), 더욱 친근한 아빠, 아버지(막 14:36/롬 8:15), 아버지 하나님(엡 5:30), 영존하시는 아버지(사 9:6) 등으로도 기록됐다.

많은 사람들이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嚴父慈母, 아버지로서의 성부, 어머니로서의 성령)”를 생각하기도 한다. 시인은 아버지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살펴보자.

①“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 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 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시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속/ 품 속에 넣고 계셨지

이제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만 계시네

어쩌다 찾아오면/ 잔디풀, 도라지꽃/ 주름진 얼굴인 양 웃는 눈인 양/ ‘너 왔구나!’ 하시는 듯/ 아! 아버지는 정다운 무덤으로/ 산에만 계시네(이원수, 아버지)”

②“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 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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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버지가 되어 자기 자식을 길러봐야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를 이해할 때가 되면, 대개의 아버지는 이 세상에 안 계신다.

“나무가 고요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부모를 모시려 해도 기다려주지 못한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韓詩外傳)”는 것이 불행이라면 불행이다. 그래서 효도는 때가 중요하다. 살아계실 때 못하면 영영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는 가슴으로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는 멀리 바라본다. 멀리 바라보기에 허물을 잘 보지 않는다. 멀리서 바라보면 미운 사람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멀리 바라보기에 그리움만 남는다. 자식들의 먼 후일을 바라보고 그 힘든 삶의 자리에서도 너털웃음으로 참아낸다.

자존심이 무너지는 굴욕감을 참아내면서도 미소 지으며 집 안에 들어서는 아버지. 아버지는 말 못하는 바보처럼 말이 없으시다. 표현하는 것이 작아서 자식들로부터 오해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눈물도 없고 잔정도 없는 돌 같은 사람이 아니다. 말이 없기에 생각이 더 많고, 사랑의 표현이 약하기에 마음의 고통은 더 큰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아버지는 작은 사랑에는 인색하지만, 큰 사랑엔 부자이다. 대범하게 용서하고 혼자서 응어리를 풀어내는 치료상담사이다. 멀리 바라보기에 내일을 예견한다. 자식을 바로잡으려 때로는 사자후처럼 집안을 울려도 자식들의 눈가에 눈물이 보일 때 아버지의 눈물은 가슴에서 강물처럼 흐른다.

아버지의 사랑은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은 아버지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알게 되는 것이다.

“김 안 나는 물이 더 뜨겁다.” 자식이 밤늦어도 들어오지 않을 때 어머니는 말로써 걱정을 하지만, 아버지는 말없이 현관문만 바라보는 것이다. 육신의 아버지와 하나님 아버지는 항상 든든하고 그리운 이름이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