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모
▲백영모 선교사 부부(왼쪽)가 석방 후 기뻐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필리핀에서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지난 5월 30일 억울하게 구속 수감됐던 백영모 선교사가 126일만인 지난 2일 오후 5시 40분경(이하 현지시간) 보석허가 통보를 받고 석방됐다.

백영모 선교사는 당초 3일 오전 마닐라 RTC(Regional Trail Court)에서 보석 청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었으나, 이를 이틀 앞둔 지난 1일 오후 5시경 법원으로부터 보석허가 통보를 받았다.

보석허가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고발자인 필리핀국제대학교(PIC) 경비원은 백영모 선교사가 수류탄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지만, 10미터 밖에서는 어른 손에 쥐어진 수류탄을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고 판단했다.

또 “경비원이 12월 13일 백영모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수류탄과, 12월 15일 수색영장이 집행될 당시 발견된 수류탄이 동일한 폭발물이라는 증거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런 이유로 인해 보석신청을 받아들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또 “총기와 폭발물이 PIC 컴파운드가 아닌 가정집에서 발견됐고, 그 가정집은 경비회사에서 임대하던 곳으로 백 선교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곳임을 확인했다”며 “이는 수색영장 범위를 벗어난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적시했다.

최초 폭발물이 발견됐다고 신고한 곳(PIC 컴파운드)과 경찰이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폭발물을 발견한 곳(가정집)이 다르기 때문에, 수색영장 집행에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지 소식통은 그 동안 이른바 ‘셋업’ 논란이 됐던 부분을 필리핀 법원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보석 집행 절차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RTC 콘세조 제노스 익나라가(Ma. Consejo Gengos-Ignalaga) 판사는 지난 9월 19일 고발인 심문 공판 후 검사 측이 제기한 의향서와 변호사 측의 의견서를 검토 후 3일 최종 선고를 예고했지만, 예정보다 이틀 앞서 보석을 결정했다.

필리핀에서는 보통 보석 결정이 내려져도 그 절차가 2-3일 가량 소요되지만, 법원 판사와 교도소장 등 현지 사법·행정 당국의 적극적 도움으로 허가 하루 만에 보석 집행이 이뤄졌다.

백 선교사는 출옥 후 “가족의 품과 선교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며 “126일 긴 시간 동안 석방을 위해 조석으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해 주신 전국 교회의 성도님들과 교단 총회장, 해외선교위원장 등 목회자, 동료 선교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백영모 선교사는 당분간 안정을 취하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수감 중 얻은 폐결핵을 치료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셋업’ 논란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재판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백 선교사는 “이제 재판이 시작되는 것이니, 꼭 무죄 판결을 받고 억울한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며 “선교사로서 하나님께 받은 사명을 향해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석방된 상태에서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으며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돼, 향후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지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이 보석을 허가한 것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필리핀 내 유력 로펌에 근무하는 최일영 변호사(시십 로펌)는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검사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 선교사가 소속된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윤성원 목사, 기성)는 그의 석방 소식을 환영하면서, 다시는 이런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성원 총회장은 “백 선교사님이 그동안 억울하고 고생도 많았겠지만, 잘 견디고 무사히 돌아와 줘서 무척 다행스럽다”며 “다시는 이런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영모선교사석방대책위원장 이형로 목사(교단 해외선교위원회 회장)도 “이제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혐의를 벗고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며 “남은 재판을 위해 계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