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영호 공사
▲태영호 공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후 한반도의 비핵화 전망을 어둡게 바라봤다.

태 전 공사는 국민통일방송 동영상 칼럼에서 “우리가 김정은의 요구대로 이제 와서 북핵 폐기 방식을 바꾼다면, 북한 비핵화는 우리를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 자녀들과 자손들이 김정은 시대에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용의를 표명했다. 이에 더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플러스 알파 조치도 취할 용의를 시사했다”며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이 정도의 비핵화 의지를 밝혔으니, 미국도 선 핵신고 후 종전선언의 기존 입장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소개했다.

태 전 공사는 “이는 북핵 폐기의 정상적 절차를 주장하는 미국이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핵폐기를 질질 끌려는 김정은이 오히려 정상으로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기간 북핵 폐기의 핵심이자 초기 조치인 핵시설 신고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첫 번째 선택은 북핵 폐기 과정을 사전에 알 수 있는 핵 리스트를 받지 못한 채 2차 미북 정상회담에 응하여, 종전선언을 채택하고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를 대가로 제재 완화 같은 상응 조치를 취하는 길이다. 이것은 김정은이 요구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선택에 대해서는 “북핵 리스트를 먼저 받고 종전선언을 채택하며, 핵시설 리스트에 기초해 북한 비핵화를 전반적으로 추진하는 ‘정상적 비핵화’ 과정으로 가는 길”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이번에 김정은이 던져준 영변 핵시설은 핵무기를 이미 완성했고,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충분히 확보한 북한에게 쓸모없는 과거의 핵”이라고 설명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이러한 과거 핵시설 폐기를 핵폐기의 초기 단계인 핵시설 신고조치 앞에 놓겠다는 것은, 결국 이미 가지고 있는 수많은 핵시설들을 하나 하나 던져주면서 상응한 대가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겠다는 ‘살라미 전술’”이라며 “이러한 핵폐기 방식은 이른 시일 내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김정은의 말과도 모순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현 시점에서 북한으로부터 핵시설을 신고받고 아무리 빨리 다그쳐도 핵무기와 핵시설들을 완전히 폐기하는데 수년이 걸리게 된다”며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핵시설을 신고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핵무기를 그대로 갖고 있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이번에 제시한 북핵 시설의 선택적 폐기 대 상응조치 식으로 비핵화 과정이 진행된다면, 내년 한 해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과 폐쇄로 흘러갈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북한이 또 다시 던져주는 핵시설 폐쇄를 시작하는 ‘살라미 방식’으로 비핵화 과정이 이어져, 결국 북한 핵미사일들을 구경도 못해보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