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이찬수 | 규장 | 272쪽 | 15,000원

오래 전 모 목사님의 책들을 꽤 많이 읽었던 적이 있다. 그 분의 책들을 읽다 보면, 하나님이 인정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도 엘리트여야 한다는 암묵적 강조가 강하게 나타나 있어 불편했고, 책마다 본인들이 힘쓰고 있다는 것들에 대한-예컨대 기도, 말씀, 운동, 인터넷 등-시간을 다 합치면 하루 24시간도 넘을 것 같아서 과장이 꽤 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흑백논리도 좀 강한 듯 싶었다. 직접 들은 설교도 그런 경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자꾸 읽게 되었던 이유는 그 전체적 평가보다 그 분의 각각의 책에서 볼 수 있는 한두 가지 통찰들이 상당히 도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그분은 몇 년 전 개인적 스캔들 문제로 몰락하고 말았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 중, 설교집은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거나 그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경우를 본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어느 설교집들을 보면 여러 책들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예화나 내용들이 상당수 있고, 제대로 출처조차 알 수 없는 경우들도 많다. 너무 여러 군데 반복돼, 표절이라고 하기에 그 처음도 알기 힘들 때가 있다.

설교집이라고는 하지만 본문과 따로 노는 설교들이 가득한 경우도 여럿 있고, 본문을 설교하지만 연구나 묵상의 깊이가 별로인 책들도 자주 본다. 또 일부 책들은 목회자의 자랑이나 교회 성공(?)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가득한 책들도 꽤나 보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의 모든 책들을 다 싸잡아 비난하거나 폄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모든 설교집들은 그 저자가 속한 교회나 공동체 또는 어느 집회에서 선포됐던 설교들이고, 또 그 설교를 들은 대상이 있기에, 그 설교집들을 도매급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주일 또는 예배 때 강단에 올라가 설교하는 목회자들과 그 설교를 듣고 은혜 받는 성도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설교집의 수준의 여부를 판단하지 말자거나 설교는 무조건 절대선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설교는 목회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중요한 신앙적 행위이며, 아주 소중한 것이다. 우리는 그 설교 자체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그 듣고자 하는 태도도 중요할 것이다. 역으로 설교자는 말씀을 전함에 있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와 그 말씀에 대한 묵상과 연구를 통해 설교를 준비하고 전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설교집은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하고 귀한 책들이고, 단지 그 설교집을 내놓는 설교자가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찬수
▲이찬수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그런 점에서 이찬수 목사님은 귀중하다. 솔직히 저자와 친분이 없고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에 이러한 평가는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그분의 이전 책들과 몇 년 전에 몇 개월간 그분의 설교를 예배 시간에 들었던 것을 통해 보면서 저자의 진솔성과 영성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건방지고 죄송한 표현이지만, 이 분의 목소리 톤이나 설교 구성은 설교학 교수가 본다면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내 점수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설교의 내용을 떠나, 종종 목소리 하나로 이미 청중을 사로잡고 ‘사이다성 설교’로 성도들을 휘어잡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그분들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설교자로서 취약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설교자로서, 목회자로서 하나님 앞에 겸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목회자가 하나님 앞에 겸비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렇지 못한 이들을 자주 본다.

하나님이 최선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은연중에 하나님보다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 이들을 보곤 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결함이 있고 부족함을 알기에 겸손하고 언제든지 자기의 부족을 고백하고 돌아볼 줄 안다. 또 그것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돌이키려 노력한다.

이번에 읽은 저자의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도 저자의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나는 설교집이다. 삼손은 자기 자신이 최고였고, 닥치는 많은 유혹과 대적들 속에서도 그것을 마땅히 이길 수 있다고 착각했던 이였다.

결국 그는 그 속에서 패배하고 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라는 회한과 돌이킴 속에서 마지막 승리와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저자는 이러한 삼손을 통해, 유혹 많은 세상 속에서 교만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들릴라의 무릎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안전하다 느끼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