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자녀세미나
ⓒ목회자사모신문
뜨거운 여름, 더 뜨거운 은혜를 찾아 기독교인들은 '세속'(secular)을 떠난다. 이제 8월이면 거의 대부분의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각종 캠프와 수련회(Retreat)로 분주한 한 달을 보낸다. 간절한 기도와 찬양, 영혼을 울리는 말씀... 언제나 수련회의 은혜는 받아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그런 위로와 힘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런데 잠깐! 이맘 때가 되면, 고민하는 기독교인들도 없지 않다. "공부 때문에..."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학생, "수련회를 꼭 가야 하나요?" 질풍노도의 사춘기 소녀, "정말 가고 싶은데..." 집에서 홀로 교회를 다니는 주부... 가고 싶어도 못 가거나 아예 가기 싫거나 갈까 말까 망설이는, 저마다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여기, 지난해 벌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오른 이런 저런 사연들, 그리고 오며 가며 기자가 직접 교회 지인들에게 들은 것들을 아래 '주은혜 스토리'로 재구성했다. 혹시 수련회 때문에 갈팡질팡한다면, 도움이 되길.

"안녕하세요. 전 올해 21살이 된 여대생 주은혜(가명)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요. 저와 엄마는 교회를 다니는데, 불행히도 아빠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엄마와 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일예배 한 번 드려봐요 아빠, 진짜 좋아요' 하며 조르지만, 부처님(?) 같은 우리 아빠, 꿈쩍도 하지 않네요...ㅠㅠ

27회 목회자자녀세미나
▲목회자 자녀들이 찬양하고 있다. ⓒ사모신문 제공
이제 몇 주만 더 지나면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수련회를 떠나요. 그래서 전 늘 8월을 기다린답니다. 왜냐구요? 그야 사랑하는 주님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언제였더라...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수련회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물이 바다 덮음 같이'라는 찬양을 부르는데, 가슴이 막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났어요. 주체할 수가 없었죠. '그 십자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주님의 아픔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을 치며 기도했어요. 그 때의 기억이 저로 하여금 매년 수련회를 가디리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에 곤란한 일이 생겼지 뭐에요. 아빠의 여름휴가 기간이 그만 수련회와 딱 겹치고 말았던 거죠. 실은, 아빠가 몇 개월 전부터 '이번 여름휴가는 가족들끼리 보내자'며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셨거든요. 이 때부터 저의 눈치작전 스타트!! 수련회 대신 여행을 가길 바라시는 아빠는... '이번에야 말로!!' 이런 굳은 심지(?)를 보이셨어요. 사실 아빠는 저와 엄마가 교회에 너무 열심이라며 평소에 자주 투덜대셨답니다.(^^;;)

아빠: '수련회는 작년에도, 또 그 전에도 항상 갔었으니 이번엔 가족들끼리 여행을 가도록 하자. 수련회 한 번쯤 가지 않는다고, 그 뭐냐, 구원이 취소되는 건 아니잖니? 그리고 뭐든 마찬가지듯이, 평소에 잘하면 되지 꼭 수련회 가야 신앙심이 좋아지는 건 아니라고 봐. 어때? 아빠 말이 틀렸니?'

'듣고 보니 일리는 있는 것 같은데...' 마음이 조금 흔들렸어요. '그래, 이번 한 번인데 뭐. 가족들끼리 여행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수련회는 내년에 또 가면 되니까' 그런데 여지없이 단호한 우리 엄마!

엄마: '여보, 정말 미안해요. 우리가 딸을 위해 조금 양보해 줍시다. 은혜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당신 마음은 알지만, 은혜의 신앙을 위해선 수련회가 정말 중요하답니다. 우리 은혜도 수련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교회를 다니지 않는 당신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수련회에선 평소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주님의 은혜가 내려요. 이 한 번의 수련회가 우리 은혜의 신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누가 알겠어요. 가족 여행은 나중에 또 갈 수 있잖아요.(^^)"

할렐루야교회 청소년 수련회
ⓒ크리스천투데이 DB
엄마 아빠는 한동안 옥신각신하셨어요. 모처럼의 여행을 포기하고 싶지 않으셨던지, 늘 자상했던 우리 아빠가 그때 만큼은 꽤 버티셨죠. 그러면서 집안 분위기도 어두침침. 그런데 그 때,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어요. 전 조용히 제 방에 들어가 두 손을 모았지요.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일주일 쯤 되었나, 문득 아빠가 절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아빠: ‘은혜야, 너 정말 수련회 가고 싶은가보구나. 어제, 조금 열린 네 방문 사이로 네가 기도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지. 사실 말이야, 아빤 여행을 가고 싶다기보다 그냥 늘 교회가 먼저인 거 같은 엄마와 네게 섭섭한 마음이 들어, 여행을 핑계로 삼았던 거 같아. 그런데 네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아무래도 넌, 여행보다 수련회를 가는 게 좋겠다.(^^)’   

아멘! 전 아빠의 이 말을 듣고는, 제 기도가 응답된 것 같아 너무 기뻤어요. 마침내 전, 저와 엄마의 바람대로 수련회에 갈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렇게 참석하게 된 수련회에서 전 정말이지 많은 은혜를 받을 수 있었답니다. 주님 앞에 내려놓았던 저의 부족함과 약함들, 그 모든 것들을 두고 기도했던 그 때의 기억, 그리고 주님과의 만남... 그날의 수련회를 전 오래도록 지울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빠에겐 살짝 미안하지만, 여행 대신 수련회를 선택한 것, 정말 잘한 일 같아요.(^^) 그리고 아빠, 정말 고마워요. 무엇보다 하나님,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 이제 여러분도 수련회 떠날 준비 되셨죠? 다함께 수련회장으로 고고씽!! 아참, 아빠! 올해는 꼭 교회에 같이 다녔으면 좋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