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교회 위임예식
▲눈물을 훔치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이상학 목사. ⓒ김신의 기자
이상학 목사(새문안교회)가 노회찬 의원의 죽음과 관련, 24일 자신의 SNS에 ‘All or Nothing 문화, 이제는 좀 그만합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목사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진보정치의 아이콘 노회찬 국회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을 엄청난 충격과 상실감에 빠지게 한 것”이라며 “60 평생을 자신이 목숨처럼 지키고자 했던 신념과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온 몸으로 실천했던 삶이, 강연료인 줄만 알고 받았던 돈 4천만원에 파편처럼 날아가 버리는 현실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인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자기 당에 쏟아질 대중의 의구심과 적개심을 죽음으로라도 막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 분의 죽음과 함께 여론은 고인에 대한 추도와 덕담, 그리고 생에 대한 재조명으로 가득하다. 평소에 고인을 적으로 대했던 사람이든, 벗이요 동지로 대했던 사람이든 그에 대한 애도와 아쉬움을 쏟아낸다. 그의 순수했던 걸음에 의구심올 보내고 ‘그러면 그렇지! 너라고 별 수 있어?’라고 내심 손뼉을 치던 사람들까지”라고 했다.

이 목사는 “망자에 대해 관대한 우리 사회 유교 문화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며 “마치 적어도 고인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상전벽개하는 새 세상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내 안에 질문이 일어났다. 왜 고인(故人)을, 아니 고인을 필두로 한 모든 공인(公人)의 잘잘못을 평소에 이런 유연한 태도로 대해줄 수는 없었을까”라며 “어디 공인뿐인가? 모든 인생의 진실이 아닌가? 한 사람의 인생에는 공과 과가 있다. 모든 사물이 빛과 그림자를 갖고 있듯, 한 사람의 인생에도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이 함께 있다. 이 둘은 상극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상학 목사는 “어떤 이의 독특한 공적은 그 공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과실도 반드시 따른다는 것이 삶의 진실이라고 본다. 과단성 있는 사람이 소통이 약하다는 말을 흔히 듣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만일 적어도 ‘내게는 그림자나 어둠은 없고 빛만 있어’라고 외치는 자기 허울에 가득찬 사람이 아니라면, 평소 한 사람의 삶을 대해줌에 그의 인생이 가진 명암을 좀 더 균형잡힌 시각으로 봐 줄 ‘작은 여유’만 있었어도,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는 무죄’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법치주의적 사고만 견지하고 있었어도, 우리 사회를 위한 또 한 사람의 소중한 정치자산을 이렇게 떠나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그래서, 이 분의 정치 역정에 4천만원이라는 오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를 과도하게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삼거나, 그의 정치 신념과 가치 전체를 부정하는 극단적 문화양태만 극복해도,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어두운 힘은 제어될 수 있었을텐데”라며 “이것은 여야의 문제도 보수와 진보의 이념 문제도 아니라 본다. ‘All or nothing’ 식의 극단적 문화행태, 작은 실수 하나로 그의 삶 전체를 무(nothing)로 몰고 가는 우리 안에 팽배한 죽음의 문화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족처럼 말하지만, 고인은 뜻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유서에서 사랑해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던 ‘정의당’은 안전하게 지켜진다고 본다. 오히려 4천만원의 허물을 생명으로 갚고자 한 그의 죽음이 정의당의 상대적 순수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더욱 증폭시켜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순전히 추측이지만, 이것이 그가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당과 당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 추측이 진실이라면, 목숨을 내놓고라도 지키고 싶은 가치와 신념, 공동체가 있었던 고인은 행복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말하고 싶다. ‘한 생명의 가치는 천하의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로 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