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창조, 우주·지구는 ‘오랜 연대’ 가능성”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창조와 진화⑤] 합동신대원 은퇴 송인규 박사

▲송인규 박사. 그와의 인터뷰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그의 ‘책집’에서 있었다. 집안 전체가 책장으로 가득했다. 학자다운 면모가 보였다. ⓒ김진영 기자

▲송인규 박사. 그와의 인터뷰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그의 ‘책집’에서 있었다. 집안 전체가 책장으로 가득했다. 학자다운 면모가 보였다. ⓒ김진영 기자

하나님은 인간을, 그리고 천지 만물을 어떻게 만드셨을까? 때로 우리를 궁금하게 하는 이 질문에 성경은 직접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신학자들이, 그 텍스트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들조차 이 '존재의 기원'을 묻고 또 묻는다. 그래서 이 공통의 관심사가 '접점'이 된다. 여기서 서로 갈등하기도, 또 상호 이해하기도 한다.

본지가 기획한 '창조와 진화' 연쇄 인터뷰, 그 다섯 번째 주인공은 송인규 박사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다 약 4년 전 정년은퇴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들을 탐독해 왔다. 무더웠던 7월의 어느 날, 집안 전체가 책으로 가득한, 경기도 수원에 있는 그의 '책집'에서 송 박사와 마주했다.

창조와 진화, 조직신학에 가까우나 별개의 것

-창조론, 혹은 창조와 진화의 문제는 신학계에서 그리 활발하게 논의되는 주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조직신학적 주제와 가장 밀접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별도의 분야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자연과학과 신학' 정도랄까. 완전히 조직신학도 그렇다고 자연과학도 아니기 때문이다. 창조와 진화를 말할 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천문학과 지질학, 생물학 등이 얽혀 있다. 신학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조직신학자라고, 또는 자연과학자라고 해서 모두 이 문제의 전문가는 아니다. 따로 공부해야 할 영역인데, 지금까지 신학자들 중에서 전공자가 많지는 않았다. 다른 신학적 주제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신학계에서도 '창조'라는 큰 테두리는 같지만, 각론에선 조금씩 의견이 갈리는 느낌이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이 주제는 여러 신학과 자연과학의 분야들을 아우른다. 가령 '연대'를 말할 때도, 우주의 그것과 지구의 그것,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그것이 각각 천문학과 지질학, 생물학에 영향을 받는다. 지구의 생성 연대가 매우 오래되었다고 하는 이들 중에서도 생물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신학자들도 마찬가지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는 것엔 동의하나, 그 구체적 방법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해석은 조금씩 다르다.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다."

'소진화'는 인정, 그러나 '대진화'는 부정

-이제 본격적으로 묻고 싶다. 진화론, 다시 말해 생물학적 진화론을 어떻게 보나?

"진화를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그런 진화론에 반대할 기독교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 인간도 어떤 환경에 사느냐에 따라 겉모습이 조금씩 다르지 않나? 그야말로 생존에 적합하게 적응, 내지 진화한 것이다. 이를 흔히 '소진화'라 부른다. 나 역시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주로 창조론과 대립하는 진화론은 '대진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진화론 하면, 바로 이 대진화를 일컫는 것이다. 쉽게 말해 '원숭이가 사람이 되었다'거나 '원숭이와 사람의 조상이 같다'는 등의 말들이 의미하는 진화론이다. 나도 여기엔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창세기 1장에 하나님께서 '종류대로' 창조하셨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인간은 원숭이와는 다른 존재로 창조됐을 것이다.

사실 생물학적 진화론이 논쟁적 이슈가 된 건,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고 난 뒤다. 그 전에도 진화론이라는 개념은 있었다. 다만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결국 다윈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도태와 그에 따른 생물의 무작위적, 그리고 점진적(gradual) 변화다. 그리고 이런 다윈의 이론은 무신론자는 물론이거나와 유신론자도 사용할 수 있다. 그 진화론에서 '무계획성'과 '무작위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만 빼고 대신 '신의 목적'을 넣으면, 그것이 바로 유신진화론이다. 다윈 스스로는 끝내 불가지론에 빠졌다고 한다."

생물학적 진화론, 화석 증거에서 허점

-'점진적 변화'라는 표현을 쓰셨다. 그런데 비기독교인 과학자들 중에서도 그러한 점진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화석의 존재가 빈약하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인 故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가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진화론자였지만, 다윈의 진화론, 즉 그 점진성에 반대했다. 만약 생물이 점진적으로 진화해 왔다면, 그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화석이 어느 정도는 발견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생물학적 진화론에는, 지질학의 연대 이론이나 천문학의 빅뱅 이론에 비해, 허점이 꽤 존재한다."

즉각적 창조론, 점진적 창조론, 유신진화론

-이제 연대 문제로 넘어가 보겠다. 이른바 '오랜 연대' 측에선 우주와 지구의 나이를 각각 138억 년과 46억 년, 생물의 경우 38억 년 정도로 본다. 반면 '젊은 연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우주와 지구, 생물이 모두 지금으로부터 대략 6천 년에서 1만 년 전에 창조됐다고 한다.

"여기서 후자가 흔히 말하는 창조과학인데, 개인적으로 창조과학보다는 '즉각적 창조론'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이것이 그 주장의 핵심을 더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즉각적 창조론'은 기독교 창조론의 스펙트럼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맞은 편, 가장 왼쪽에는 유신진화론이 있다. 현 단계에서 내 입장은 그 사이 '점진적 창조론'에 보다 더 기울어 있다.

즉각적 창조론이 우주와 지구, 생물의 '오랜 연대'를 모두 부정하는 반면, 유신진화론은 그 모두를 인정한다. 그 중간에 있는 점진적 창조론은 우주와 지구의 나이는 대체로 '오랜 연대'를 수용하지만, 대진화를 전제로 한 생물학적 진화론은 거부한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 진화론에만 국한하면, 이를 반대한다는 점에서 즉각적 창조론이나 점진적 창조론은 서로 다르지 않다. 또 우주와 지구의 '오랜 연대'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점진적 창조론은 유신진화론과도 일치하는 면이 있다."

-정리하자면, 박사님은 우주와 지구의 나이는 각각 138억 년과 46억 년 정도로 보지만, 생물의 출현 시기는 그처럼 오래되지 않았다고 보는 건가?

"아니다. 생물의 출현 시기에 대해서도 오랜 세월, 즉 약 38억 년을 상정한다. 단지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점이 유신진화론과 다르다. 조금 전 언급했듯, 대진화는 학문적으로 평가할 때도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다. 특히 인간의 생성에 관해 말하자면 성경은 인간을 하나님의 특별 창조의 산물로 묘사한다(창 1:26-27; 2:7)."

인간의 창조, 144시간의 6일보다는 길었을 것

-그럼 인간의 출현 시기는 대략 언제로 보나? 약 6천 년에서 1만 년 전이라는 즉각적 창조론과 같은 입장인가?

"그 역시 아니다. 점진적 창조론자들 사이에서도 인간의 출현 시기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어떤 이는 약 15만 년 전이라고, 또 어떤 이는 약 7만 년 전, 다른 이는 약 3만 년 전이라고 한다. 나는 현재로써 그 중간 정도의 시기에 마음이 끌리지만, 확정적 주장은 못 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즉각적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6천 년에서 1만 년보다는 오래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144시간의 6일보다는 더 긴 시간에 걸쳐 창조됐을 거라는 건가?

"그렇다."

창세기 1장의 '욤', 문맥상 꼭 '24시간'만은 아냐

-그러나 창세기 1장의 문맥상 '욤'을 '24시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며 전통적인 주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루터나 칼빈을 포함해 18세기 이전엔 대부분이 그렇게 봤다. 하지만 지질학이 발전한 후에는 개혁주의 내에서도 특정한 입장이 확정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욤'을 24시간보다 충분히 더 긴 시간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찰스 핫지나 워필드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다만 우리나라 개혁주의에 크게 영향을 미친 벌코프가 '욤'을 24시간으로 보는 견해에 가까웠다. '욤'을 24시간으로 해석하는 게 '전통적인 주석'이라는 주장은 아마 그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18세기 이후 기독교의 창조론에 지질학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인가?

"하나님의 계시에는 특별계시와 일반계시가 있다. 특별계시, 즉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구원에 대해 가르치시지만 일반계시, 곧 자연세계와 인간의 양심을 통해서도 자신을 계시하신다. 따라서 자연과학도 하나님의 일반계시 영역일 수 있다. 그것을 무조건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배척하는 것도 곤란하다. 기독교인이라면 우선 성경을 믿어야 하지만 자연과학 이론도 진리를 밝히는 수단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가령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빅뱅 이론은 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것에 근접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 점에서 우주의 연대가 1만 년 정도라는 건, 빅뱅 이론의 138억 년과 비교했을 때 너무 차이가 난다."

유신진화론, 한 마디로 단정키 어려워

-유신진화론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그것의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다. 아주 보수적인 견해부터 자유주의적인 주장까지 섞여 있다. 가령 제임스 오 같은 학자는 인간 외에는 생물학적 진화론을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인간만큼은 특별히 창조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니 인간만 떼 놓고 보면, 제임스 오는 그야말로 창조론자다. 그런데 그 반대편의 극단에선 아예 모든 생물을 진화의 결과물로 본다. 때문에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복음주의 혹은 보수주의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단정하기가 어렵다."

-최근엔 '아담의 역사성'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아담이 정말 존재했던 인물인지, 아니면 단지 인류의 상징일 뿐인지와 같은...

"이 문제가 중요한 건, 여기에 원죄나 속죄와 같은 복음의 핵심적 교리들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아담을 실제 있었던 개인으로 볼 것인지, 인류의 상징일 뿐인지, 아담 이전에도 인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현재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엔 아담의 역사성을 인정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복음주의와 자유주의를 구분했는데, 최근에 와서는 복음주의권 내에서도 아담의 역사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쨌든 아담의 역사성은 복음의 핵심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되어 있다."

노아의 홍수, 전지구적 격변은 아니었을 것

-창조와 진화를 논할 때 '노아의 홍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노아의 홍수를 전지구적 격변으로 보나?

"대개 즉각적 창조론에선 그것을 전지구적 격변으로 보고, 점진적 창조론이나 유신진화론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 또 점진적 창조론자나 보수적인 유신진화론자들은 노아의 홍수를 역사적 사건으로 간주하지만, 그 범위는 근동 지방에만 국한됐을 거라고 본다. 당시 인류가 전지구로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지구적 격변이라고 할 경우, 과연 그 정도의 물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줄어들었지에 대한 설명이 쉽지 않다. 물론 모든 산이 물에 잠겼다는 표현이 있지만, 여기서 '모든'이라는 건, 관찰자의 주관적 관점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나도 노아의 홍수는 단지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격변이라는 견해에 기울어 있다."

-끝으로 못 다한 말이 있다면?

"우리의 구원은 즉각적 창조론, 점진적 창조론, 유신진화론 가운데 어느 입장을 수용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면서 존중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주장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강점이 있는가 하면 약점도 있다. 이런 까닭에 신중하고 객관적인 자세,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유연한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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