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헤리티지 매스 콰이어. ⓒ헤리티지 미니스트리 공식 페이스북
기독교 신앙을 드러낸는 것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대중 문화에서 ‘소향’, ‘비와이’ 등이 매스컴에 나와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블랙가스펠 ‘헤리티지’도 그들 중 하나다.

헤리티지는 최근 KBS ‘불후의 명곡’에서 양동근과의 협업, Mnet ‘더 콜’에서 김범수 비와이와 협업하며 폭발적 가창력과 함께 블랙가스펠이란 장르를 대중에게 가감 없이 선보였다.

-가스펠이나 CCM에 대한 매스컴의 거부감이 비교적 줄어든 것 같다.

김효식: “일반 공영방송에서는 워낙 종교적인 가사, 내용을 조심하긴 하죠. 물론 용인되는게 몇 개 있습니다. ‘Amazing Grace’라던가 사람들이 잘 아는 곡들이 용서 된다고 할까요? 이제는 저희가 기독교 팀이라는 인식이 굳어져서 쉽게 섭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싶긴 한데, 저희는 그러든 말든 방송에 못 나가서 막 안달하는 것도 아니라서요.

그저 제 생각에는 팀으로 혼성, 화성 음악을 하는 게 클래식 합창단 외에 처음이지 않나… 음악적인 측면에서 요즘 합창단, 콰이어 등이 실용음악에서도 많이 생겨난 것 같아요. 가스펠 중심이 되는 포맷으로 씨를 뿌린 것 같은 느낌인데, 음악이 좀 더 다채로워지지 않았나… 코러스가 아닌 콰이어 개념으로 말이에요.”

-비와이 같은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효식: “비와이를 볼 때면 이 점이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비와이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제한되죠. PD들도 몸을 사리고 말이에요.”

이신희: “힙합 자체가 스웩이기 때문에 비와이의 스웩, 신념이라고 인정해 주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되요.”

헤리티지 김범수 비와이 썸네일
▲블랙가스펠 헤리티지 김범수 비와이 콜라보레이션 공연. ⓒMnet 'The Call'
-실력이 있으면 인정해 주는 분위기인가?

이철규: “실력 면에 있어선, ‘더 콜’ 무대에서 김범수 씨가 발성으로 내는 소리에 비와이의 랩 발성이 안 밀리더라고요. 랩을 하면 소리가 작을 줄 알았는데 발성 자체, 실력이 굉장히 타고나서 먼치킨(압도적으로 강한 캐릭터라는 뜻의 신조어-편집자 주) 같더라고요(웃음). 개인적으로 신앙 쪽은 기독교를 욕하는 사람들에게 저격 당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음악이 좋고 대세가 되다 보니 그걸 압도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멋있다고 생각했죠.”

김효식: “김범수 씨가 실제로 기획할 때부터 비와이를 섭외할 생각을 하고, 헤리티지가 와야 한다고 하셨죠. 많은 방송 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쳤는데도 밀어붙였는데, 그건 찬양하겠다는 거로 봐요.”

이철규: “사담이지만 앞뒤 재지 않는 사람으로 양동근 씨가 대표적인 것 같아요. 예수님이 왜 승천하셨는지 ‘내가 떠나면 유익이다’라는 성경구절, 그걸 방송에서 부르고, 또 ‘예슈아’ 하고 곡을 끝냈죠. 또 홍서범 씨의 곡 ‘불놀이야’를 ‘글로리아’로 바꿔서 부르더라고요. 교회 안에서 사역하는 저에게 굉장한 도전이 되더라고요.”

김효식: “동근 씨가 그러더라고요. ‘사역하는 사람들에겐 늘 전하는 게 복음이지만 나는 늘 일반 방송 하니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찬양만 하고 싶은데 나는 헤리티지가 너무 부럽고 겨우 이 정도 한다’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볼 때는 동근 씨는 몸을 사릴 수 있는 입장인데 이걸 초월한 것 같았어요. 다른 것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표현이나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냥 하는 것. 컨셉이 아니라 삶이 그런 거 같아요.”

-그렇다면 헤리티지는?

김효식: “저희는 또 저희가 가진 색깔이 있는데, 두 가지 리스너(Listener)들이 있어요. 하나는 저희를 교회에서 접한 분들, 또 다른 하나는 헤리티지 음반이나 일반 곡들로 저희를 접한 분들이에요. 이 비기독교인분들은 헤리티지가 기독교 음악 하는 팀인지 몰랐다고 하면서, ‘기독교면 어때 노래가 좋은데’하고 콰이어스쿨에 배우러 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가랑비에 옷 젖듯이 편안하게 음악으로 접근하고 다가가서 소통하는 게 저희인 것 같아요.”

박희영: “6개월마다 스쿨을 여는데 넌크리스천분들이 조금씩은 꼭 오더라고요. 나중에 졸업할 때쯤엔 서로 친해지면 교회 따라가기도 하고요. 가뭄에 콩 나듯이라도 계속 영혼들이 오니까 이건 계속 해야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죠.”

-10년 전과 비교해서 CCM 환경이 어떤가?

김효식: “CCM 환경을 얘기 하기에 저희는 CCM 한 가운데 있지는 않아서요. 저희도 처음엔 CCM 환경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해 보니 아니더라고요. 찬양하시는 분들과 단순히 비교되기에는 노선이 다른 거 같아요. 하나의 예로, CCM 사역하시는 분들이 여름 캠프로 가장 바쁠 때 저희는 가장 한가해요. 또 팀이다 보니 사이즈가 커서, 음반 한 번 내거나 공연하거나 초청하는 자체가 접근이 달라요. 거기에 저희가 워낙 사적으로 교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콰이어랑하다 보면 저희끼리 교제하기도 바쁘죠.

그저 제3자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얘기하자면, CCM 환경이 좋아진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흰 30대 후반, 낀 세대인데요. 10대 후반 20대 초반이 재기 발랄한 찬양의 재해석들 보면 ‘어떻게 저렇게 담대하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아직도 CD, 정규앨범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에요. 공연이랑 인터뷰도 큰 맘 먹고 하고 그런데, 이런 면에서는 훨씬 발전한 거 같아요. 환경 자체는 미디어나 음반, 공연 중심에서 유튜브 영상이 생겨서 편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고, 또 싱글이 대세라 대학생들도 싱글을 내서 지지를 받거나 기회 얻는 것들이 많아진 거 같아요. 훨씬 가능성이 크고 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변화없이 여전히 15~20년 전 시스템이 여전히 남아있는 부분도 있는데, 좋으면서도 아쉬워요. 새로운 분들이 굵직하게 자리잡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워십 음악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기독교 음악, 문화적으로 표현하려는 분들에게 기회가 적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이철규: “한국교회가 밴드에 강하죠. 예전엔 주찬양, 옹기장이 등 소위 말해 클래식 했다면, 지금은 어노인팅, 마커스, 예수전도단 밴드 사운드가 많죠. 그렇다 보니 멜론의 100위 안에 저희는 없어요. 음반 시장 등은 계속 락, 밴드 사운드가 강세죠.

예전에 지방 사역 다닐 때, 그런 경험이 있어요. 저희가 블랙가스펠 흑인음악으로 예배하면 ‘시끄럽다’고 나가시는 분도 계셨죠. 회중 찬양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예배음악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그래도 요즘 흑인음악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 반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요.”

김효식: “밴드 말고 김복유라는 친구가 하나 있어요. 정말 독특한 친구에요. 전혀 워십 음악이 아니에요. 일반 기독교 음악 대회에서 탈락하다 최근에 상을 받았는데, 새로운 가능성을 연 거 같아요. 예전에는 싱어송라이터가 많았는데… 이 친구는 정말 싱어송라이터에요. 정말 독특하게 쓰고 노래하는데 이런 사람이 CCM에서 주목받는 게 너무 반가웠죠. 유투브나 페북을 통한 것, 이게 가능성이라고 봐요.”

헤리티지
▲헤리티지. (왼쪽부터) 박희영, 이신희, 김효식, 이철규, 이경선. ⓒ김신의 기자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효식: “선배라는 이름이 좀 그렇지만 그 동안 CCM 선배들이 걸어왔던 다양한 길이 있지만 새로운 시대이니 새로운 도전도 많이 했으면 해요. CCM이 가졌던 색이나 형태를 완전히 파괴하는 도전이나 시도도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왜냐면 제가 느끼기에 한국 기독교는 정치를 떠나 음악이나 문화를 받아들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유연하지 못하고 굉장히 보수적이거든요. 필요한 면이지만 너무 보수적으로 치우치면 건강하지 않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기성 세대가 해 왔던 문화에서 열려야 하지 않을지. 또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기독교 음악이나 문화가 표현될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나 해요. 더 많은 분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없는 길을 개척해 주셨으면 합니다.”

-비전과 계획

김효식: “저희가 창단 한지는 20년, 이 멤버로는 15년 됐는데, 음악적 패턴이라 던지 그간 최선을 다했어요. 결혼과 출산, 양육하면서 유지해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제 앞으로 15년 20년을 가야 하는데, 이젠 우리도 새로운 시대 변화에 발맞춰서 음악도 찬양도 새로운 도전들을 해볼 만한 때가 아닌가 해요.

나이가 들면서 두 가지 느낀 것이 있는데요. 첫 째는 새로운 도전이 좀 두려워지는 것이 있더라고요. 그 동안 해 왔던 게 편하고 실수, 실패하지 않으려는 그런 게 생기더라고요. 두 번째는 장점인데 특별히 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 같이 들어요. 그러니 조금 담대해지더라고요.”

이경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영감을 잃지 않기 위해 신앙과 음악 부분 다 노력해야 하는 거 같아요. 또 새로운 것을 찾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재해석해서 우리 색을 잃지 않되, 헤리티지를 통해 듣고, 얻고 싶은 것, 만족시킬 수 있는 것도 고민을 계속 해야 하는 부분인 거 같아요.”

이철규: “요즘 제일 고민되는 부분인데요. 이번에 제가 콰이어 디렉터를 맡았어요. 찬양은 하나님을 높이고 경배는 우리가 낮아지는 건데, 저희 음악은 좀 화려하잖아요. 블랙가스펠에 대해 모르면 찬양만 있고 경배가 없다는 식으로 잣대를 들이대기 쉽더라고요. 음악적으로만 부각되지 않도록 곡을 선정하는 부분에서 그게 참 고민이 있어요.

어떤 분은 저희를 알면서도 예배가 아니라고 해서 마음이 많이 상했어요. 그러면 예배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 질문이 또 나오는데, 외국에 찾아보니까 폴 발로쉬(Paul Baloche)라고 콘서트 형식으로 예배하시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저희에게 중요한 건 찬양과 경배, 이게 같이 있어야 예배라 생각해요. 누군가는 저희의 화려함만 보고 가스펠 중창단을 하겠다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음악만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도제목이기도 하고, 찬양과 경배 이 부분도 기도 부탁드려요.”

박희영: “계속 찬양하면서 사는 것이 제가 소망하는 것이고요. 계획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라, 엄청나게 구체적인 건 없고 목표를 향해서 가는 거고요. 싱글을 이제 만들어 가는데, 앨범 활동, 찬양이 계속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저희가 계획할지라도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일들이 필요하니까 그런 면이 기도 제목이에요.”

이신희: “오래 사역할 수 있는 것이 가정이 큰 원동력인 거 같아요. 싱글이 희영 씨 한 명 남았는데, 저희 공동 기도제목이 믿음 안에서 끝내주는 배우자를 만났으면 하는 거예요.”

이경선: “이 멤버로 15년째인데, 많은 분들이 ‘지금 어떠니?’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럼 답변은 ‘늘 언제나 지금이 제일 좋습니다’에요.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신앙적으로도 그렇고 사역을 끌어가는 힘이라던지 결속력들이 말이에요. 처음엔 ‘이렇게 해야해’라는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더 서로의 생각이 녹아들고 서로 고민하는 것들이 이제 시작되는 거 같아요. 또 신앙적으로도 굉장히 안정됐죠. 지금 굉장히 좋은 때이기 때문에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