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비밀
하나님의 비밀

그레고리 K. 비일, 벤저민 L 글래드 | 신지철 역 | 새물결플러스 | 600쪽 | 28,000원

성경에서 '비밀'이라는 단어는 총 37번 나온다고 한다. 다니엘에서 9번, 복음서에서 3번, 바울서신에서 21번, 요한계시록에서 4번이다.

성경에서 그렇게 많이 사용되지 않는 것에 비해, 이 단어가 가지는 의미와 신학적 가치는 정말 중요하다. 하나님의 구원과 역사, 그리고 하나님 나라와 매우 밀접한 단어이다.

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하나님의 경륜을 이해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담겨진 의미를 풀어내는 열쇠이기도 하다.

성경신학자로 널리 알려진 저자는 '비밀'과 관련된 주제를 탁월하게 풀어 설명한다. 단지 단어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사이에서 객관적으로 해설해 주고 있다.

특히 다니엘서를 기초로 유대 문학과 신약에서 사용하는 비밀을 연결하는 상호 작업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은사인 것 같다. 구약 저자들의 깊은 의도를 신약 저자들이 어떻게 알아 연결해 가는지, 성령님의 일하심을 살펴볼 수 있다.

필자는 각 본문이 비밀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요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들이 충성스럽게 정리해야 될 영역이다. 그래서 필자는 성경에서 중요한 신학적 주제를 담고 있는 비밀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4가지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우선 이 비밀은 하나님 나라 사상을 뒤집는다. 구약 다니엘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강력한 왕권과 권력으로 세상 나라를 무찌르고 정복하는 개념이다. 이는 비단 다니엘서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주변국들을 부러워하며 우리에게도 왕을 달라고 요구했던 이스라엘의 정신이기도 하다.

또한 이 사상은 예수님 시대에 제자들과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하나님 나라의 비전이기도 하다. 로마의 폭력과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새로운 다윗왕국의 나라이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무력으로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다. 그 나라는 힘의 논리와 원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나라는 평화의 나라이고, 사랑의 원리로 움직이는 나라이다. 구약과 유대문학에서 그토록 소망했던 나라와는 반대로 이 나라는 점진적이고 조용하고 내면적이다.

하나님 나라는 물리적인 군사력과 무장과 전쟁과는 상관이 없다. 비밀로 가득한 하나님 나라는 믿음의 방패와 성령의 검과 구원의 투구와 진리의 허리띠와 복음의 신으로 무장한 전신갑주를 입고 쟁취하는 나라이다. 혈과 육으로 성취하지 않고 말씀과 기도와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악한 영과 권세를 대항하여 물리치는 나라이다.

모든 것에 기도를 더하고 사랑으로 세워가는 나라이다. 이 나라는 죽음으로 이루어지는 나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의 희생으로 시작되고 완성되는 나라이다.

두 번째로 이 비밀은 십자가의 지혜이다. 유대인들에게 이 십자가는 신명기의 표현대로 하나님께 저주를 받은 자가 죽는 장소이고 로마인들에게는 국가수범에 해당하는 극악한 죄인에게 선언되는 사형이다. 이 십자가는 가장 패역한 자가 짊어지는 사형이고 그가 버림받는 장소이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친 것은 정치적인 이유였는데, 십자가의 예수를 바라보는 자마다 그가 신으로부터 저주를 받은 자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슬픔과 저주와 오해와 사형과 정치의 상징인 십자가를, 바울은 하나님의 비밀이고 지혜라고 한다. 실제 바울은 이 십자가에서 죽은 부활한 예수를 만난 후 이 십자가는 하나님의 비밀임을 깊이 깨닫는다.

그가 살아나심은 하나님이 다시 그를 살리셨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인류의 죄와 자신의 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이 십자가는 인류를 구원하는 하나님의 방법이고 지혜이다.

십자가는 우리의 이름이 바뀌는 자리이고, 신분의 변화되고 회복되는 자리이다. 저주에서 축복으로, 죄인에서 의인으로, 창기에서 신부로 변화되는 놀라운 자리이다. 루터의 표현대로 행복한 교환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저주와 슬픔과 어둠의 자리가 최고로 영광스러운 자리로 대체된다.

더러운 옷을 벗기시고 아름다운 옷으로 입혀주시고, 가시관을 벗기시고 면류관을 주시는 자리이다. 죽음이 생명이 되는 놀라운 역설의 공간이다.

세 번째로 하나님의 비밀은 이방인의 구원이다. 구약은 택한 백성의 구원과 유대인을 통한 구원의 확장을 말한다. 그들이 가진 선민 의식과 구원관은 철저히 배타적이고 민족적이다. 그들의 신론은 지방신 또는 수호신 정도이다. 기독론은 왜곡되고 변질되어 있고 세계관은 협소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비밀은 이 모든 가치를 뒤집는다. 복음이 가치전복적이고 예수님의 가르침이 혁명적이듯 이 구원에 대한 비밀 또한 그러하다.

자신의 율법과 전통을 지키는 자가 복이 있고 하나님의 자녀라 여겼는데, 이제는 예수님의 보혈로 죄 용서를 받은 자가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 신분과 출생과 지역과 학식과 혈통은 더 이상 구원의 조건이 될 수 없다. 오직 길이고 진리이고 생명이 되신 그분을 믿는 자가 복이 있고 구원에 이르게 된다.

출신에 따라 구원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앞에서 죄인됨의 고백과 모든 것을 걸고 따르는 제자도의 헌신이 있을 때 구원의 길을 걷는 것이다.

구원의 표증과 보증이 되는 하나님의 성령 또한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는 자 위에 임한다. 특수한 사람과 사명을 맡은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창조주와 구원자로 고백하고 마음으로 믿는 자 위에 주님의 성령님이 임재하신다. 또한 무가치하다고 버려진 자들이 유대인과 하나가 된다.

서로 연결되고 연합하여 교회를 이루고 구원의 공동체를 이룬다. 놀라운 반전, 구원의 신비, 구원의 비밀이다.

네 번째는 비밀의 결정체이신 그리스도이다. 그분의 존재는 인성과 신성을 지닌 참 사람이고 참 하나님이시다. 유일하게 죄를 제거하시는 분이시고 제2위이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하나님의 본질과 영광과 능력이 동등하신 분이시다. 그분은 만물의 창조주요 구속주이며 우주의 통치자가 되신다.

가장 높은 영광을 버리고 가장 낮은 이 땅까지 오셔서 순종으로 죽음에 이른 비밀이시다. 그분은 하나님의 사랑이고 하나님의 사역이고 하나님의 계획이고 하나님의 계시이다.

그리스도는 교회를 세우시는 분이고 교회의 주인이 되셔서 교회를 이끌어 가시는 분이시다. 예수님은 당신의 교회를 영광으로 가득하게 채우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생명 그 자체이시고 참 이스라엘을 구별해주시는 표지이다.

그분을 어떻게 알고 믿느냐가 우리의 믿음과 삶을 좌우한다. 주님은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셔서 우리에게 부활체를 주시고, 종말의 때에 신령한 몸으로 변화시켜주신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공의이다. 우리의 구속을 위한 제물이 되셔서 모든 하나님의 진노를 유화시킨다.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유일한 화해자가 되신다.

하나님과의 끊어진 관계를 회복시키는 분은 오직 하나님의 아들밖에 없다. 그분을 통해서만 하나님 보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분의 사랑만이 하나님의 경륜을 깨닫게 한다. 그리스도를 알 때 하나님의 존재를 더욱 사랑하고 하나님의 경륜을 신뢰하게 된다.

끝으로 이 책은 하나님의 비밀이 구약과 신약에서 어떻게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그 관계성을 파악하는데 중점이 있다. 또한 그 비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성경적으로 설명해 준다.

비밀은 이방의 종교처럼 내부의 특정한 사람에게만 알려진 지식이나 제의적인 차원이 아니다. 하나님의 교회에 속한 자에게 알려진 지식이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님의 역사와 경륜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 비밀은 선명해진다.

이 비밀은 기독론적이고 종말론적이며 교회론적이다. 또한 이 비밀은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통로이고 무너지지 않고 쇠하지 않는 영원한 나라에 소속된 백성으로 살아가게 한다.

비록 땅에서는 고통과 환란과 박해가 있지만 그리스도께서 죽음으로 승리와 영광을 얻으신 것처럼 우리 또한 끝까지 견디고 인내하며 순종으로 승리한다.

이 비밀은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것인데, 이곳에서부터 그분의 통치를 구현하는 곳이고 마침내 그분이 재림하실 때 완성된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