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승 생명샘교회
▲선교바자회 모습. ⓒ교회 제공
1. 학교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달꿈예술학교가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신청을 하였습니다. 무려 약 7개월이 넘는 여정 끝에 이제서야 신청한 것입니다.

비영리 민간단체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100명의 회원이 필요합니다. 주변에서 서류들은 그냥 만들어 내면 된다고, 그래야 일이 빠르다고 하였습니다. 게다가 이미 관련 활동을 2012년부터 해 왔기 때문에, 거짓이 아니니 빨리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2. 사실 단체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이 모인 총회가 있어야 함에도, 제대로 된 총회도 하지 않고 서류를 만들어서 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모든 절차에 하자가 없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나아가 각자 봉사자들의 삶이 바쁘면 한 주 연장하며 기다림으로 서로 인내하다, 이제서야 겨우겨우  단체 등록 신청을 한 것입니다.

당장 후원의 어려움이나 봉사자들을 받기 힘든 어려움 등이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처음 마음이요, 하나 됨으로 가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3. 서류 접수가 되고 하루 뒤에 서울시  담당 부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예수님 이야기 하나님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러면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맡기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록이 안 된다고 하면 다시 기다리고, 또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앞서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4. 하지만 모든 과정들을 가장 먼저 직면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른 길을 걸어가려는 우리에게 왜 하나님은 이토록 시련을 주실까...'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2012년부터 이 일을 해오면서 늘 겪었던 재정의 위기와, 함께 섬겨줄 선생님의 부족 문제는 대체 언제 채워질까를 묻지 않는다면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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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부실 천장. ⓒ교회 제공
5. 교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난 사랑의 편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교회에 물이 새고 주일예배 직전 강대상과 부엌 등에 전기가 나가는 일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긴급 수리하여 콘센트를 다른 곳에서 연결하고 예배를 드릴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누전은 아닐 것이라고 말씀하신 전기 수리하는 권사님께서, 다음 날 오셔서 우선 있는 장비로 정밀진단을 해 주셨습니다. 콘센트를 하나 하나 뜯어보며 테스트해 보니, 누전이 확인됐습니다. 낡고 녹아내린 전선과 콘센트에서 누전이 된 것입니다. 권사님께서는 정말 큰일 날 뻔 했다며 "하나님께서 발견하게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6. 여전히 물은 곳곳에서 새고 있습니다. 비도 오고 있지 않은 지난 주의 일입니다.

작년에 무너진 한나 기도실에서는 갑자기 곰팡이가 덕지덕지 번져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윗층에서 방수를 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는 작년에도 있었던 문제였습니다. 아랫층에서 물이 새면 윗층이 해결해 줘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저는 잘잘못과 돈보다 바로 우리 교회가 위치한 이 공간에서 서로의 관계가 소중하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무너진 천장과 엉망이 된 방의 수리를 우리 교회가 50% 부담했습니다. 대신 윗층에서 음식점으로 사용중인 부엌의 방수가 전혀 되지 않았으니, 그곳 방수를 해주실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방수가 전혀 안 된 것입니다.

7. 이제 한나 기도실뿐 아니라, 청년부실과 아동부실로 사용하는 방에서 그 에어컨 전기 옆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윗집에 이야기하고 주인 아주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기가 막힙니다.

"방수를 해서 물이 안 샌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방수를 하려면 1주일은 장사를 못하는데, 그 피해는 어떻게 하냐"라는 윗집의 이야기,

"1층은 말을 해도 안 들으니... 정 위험하면 교회를 빼주세요"라는 주인 선생님의 대답.

8. 작년 기도실 천장이 무너질 때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뻔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에 화가 나고, 이럴거면 아예 작년에 잘잘못을 따질것을 그랬는가 싶기도 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몇몇 성도들이 화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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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실 누수 모습. ⓒ교회 제공
9. 지난 금요일, 주인 선생님이 내려오셔서 제게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1층이 말을 안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나가셔야 해요. 제가 목사님 존경하지만 1층이 말을 안 들으니 어쩌겠어요?"

조용히 모든 말을 다 듣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우리 교회가 비록 숫자는 작고 지하에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건물을 떠날 돈을 충분히 모을 수 있습니다. 이 지하가 얼마나 습하고 공기가 안 좋은지 선생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지하에서 목회하면서 언젠가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한 순간도 없습니다.

오히려 선생님이 빌려주신 이 건물에 몸담고 있는 우리 교회를 통해 이 건물 공간이 살아날 것을 위해 목회하고 있습니다. 이 주변 사람들이 이 건물에 있는 교회를 자랑스러워하는 교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지금 나가라고 하시는데... 저희는 갈 곳이 없습니다. 우리 교회는 돈을 건축을 위해서나 건물을 위해서 모아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다 들으신 선생님은 일단은 알았다고 하시며 올라가셨습니다.

10. 그런 이야기를 한 제 마음 속에는 실상 주님과 씨름 중에 있었습니다.

"주님, 돈보다 소중한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작년 그 위험한 상황에서도 우리 권리를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왜 올해도 이런 고통을 성도들에게 주어야 합니까? 왜 피해는 늘 바른 길을 걸어가려 하는 우리가 받아야 합니까?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까?"

11.참 많고 복잡한 문제들이 어우러져 있지요? 저는 이렇게 어지러운 교회의 형편, 학교의 형편을 보내는 중입니다.

그리고 지난주 우리 교회는 포도나무 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우리는 선교바자회를 했습니다. 성도들이 기증한 물건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아주 저렴하게 물품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청년들이 새로운 양말을 판다고 200켤레를 구매했습니다. 양말도 완판했습니다. 60여만원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 날 모여진 금액은 더 어려운 교회들을 돕는데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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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양말을 판매하고 있다. ⓒ교회 제공
12. 그런데,

우리 성도들 누구 하나 이 돈으로 교회부터 고치자 말하지 않습니다. 이 돈으로 건축헌금 하자, 이사 비용 하자 말하지 않습니다.

13. 지난 주간 말씀을 묵상하는 순서에 에스라 9장을 만났습니다. 성전 건물을 세우고 모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 백성들과 그 지도자들이, 오히려 그 삶이 무너져가고 있었습니다.

에스라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데, 그 가운데 제 마음에 깊숙히 박힌 문장이 있습니다. '거룩한 처소의 못'이라는 문장입니다.

14. 성전의 참된 회복과 거룩한 처소의 못....

그 의미를 묵상했습니다. 못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있지 않습니다. 못은 깊숙히 자기를 벽 속에 숨겨야 하고, 나머지 자신의 모습마저 또 다른 그림이나 액자가 덮어버립니다. 완전히 자기는 사라지는 것입니다.

왜 하필 이런 못이 되어야 하는가.... 교회 상황. 학교 상황과 맞물려 주님께 물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주님이 응답하셨습니다.

"그래야 나를 만나지."

15. 예수님은 기꺼이 못 박히셨습니다. 크고 울퉁불퉁, 못난 못이건 상관하지 않고, 기꺼이 당신의 살을 벽 삼아 못 박혀주셨습니다. 그 분은 십자가에 당신 자신의 수족에 못 박히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성전의 머리가 되심으로, 그분을 통해 많은 지체들이 손과 발 됨으로 거룩한 교회를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한 거대한 생명의 집합체가 되는 것이고, 그 빛이 어두운 세상을 정화시키는 것입니다.

16. 다시 결심해 봅니다.

'거룩한 성전의 못이 되야겠구나.'

비록 우리가 죽는 일이고, 우리가 가리워지는 일이고, 어디도 가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할지라도, 내가 박히면 박힐수록 우리를 위해 못박혀주신 주님을 만나겠구나.

그 주님의 은혜가 우리와 하나될 때, 비로소 못박힌 나를 통해 수많은 그림들이 걸리겠구나.

17. 많은 분들이 권하십니다.

"류 목사님, 지하를 벗어나셔야 합니다. 그래야 부흥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가 필요합니다. '못 박힌 교회' 말입니다.

아직 지하에서 여전히 냄새나는 곳. 청소해도 바로 내일이면 습기가 가득한 곳. 지하실 문을 열자마자 벌레들의 인사와 습기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곳. 예배 처소에서 곳곳마다 물이새도 마음대로 고칠 수 없는 곳. 우리가 마땅히 해야할 일을 다 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핍박 받는 곳.

그러나 그럼으로 우리가 기꺼이 못박힐때 우리 주님께서 일하심을 믿으려 합니다.

18. 오 주여, 주님이 맡겨주신 사명을 위해 못박힌 삶을 사는 저와 우리 교회 되게 하옵소서.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않겠느냐'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당당함이 오늘 우리에게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