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트리
▲국립재활원 공연봉사 모습. ⓒ생명샘교회 제공
1. 달꿈예술학교의 본래 정신은 '예술로 예수를, 예수로 세상을' 입니다.

예술과 예수는 글자를 보면 참 닮았습니다. 따뜻하고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위험하기도 합니다. 예술과 예수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술=예수'가 되면 안 됩니다. 예술을 통해 예수로까지 이끌어질 때, 이 아이들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됩니다.

2. 달꿈예술학교가 생기기 전, 꿈트리라는 청소년 단체를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토요일마다 청년들과 음악, 미술, 그룹상담을 병행하며 지역의 아동·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한 명의 아이부터 시작한 꿈트리에 점점 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3.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다 보니 처음의 감격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유는 그것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토요일을 완전히 반납한다는 것이, 매주 해야 하는 일상이 되니 힘들어집니다.

청년들이 너무 고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 제 자신에게도 토요일이라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의 부담이 참 컸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토요일 프로그램을 위한 홍보와 행정 작업들을 병행해야 하니, 그 부담이 더욱 컸습니다. 자연스레 그런 상황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내가 이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것이 하나님 뜻일까? 아프리카도 아니고....'

4. 사실 하나님 마음과 뜻은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가 힘들어지니 핑계를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게 그런 갈등이 있었으니, 당연히 섬기는 선생님. 청년들에게도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함께 섬겼던 선생님들 중에 그 자리를 떠난 선생님도 있습니다. 떠나면서 제게 '누구 누구 선생님도 하기 싫어하는데요' 라고 말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더 흔들리게 됩니다. 하지만 해답은 말씀에 있으니, 그렇게 힘든 마음이 들 때면 말씀을 뒤적거렸습니다.

5. 그 때 하나님이 주신 말씀, 마태복음 7장 7절입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이 말씀은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아는 말씀입니다. 다들 외우고 다니는 말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구하면 주신답니다. 악한 자도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는데 하나님 아버지께서 좋은 것 안 주시겠냐고 말씀하니, 이처럼 복된 말씀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이 말씀의 결론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

6. 구하면 주실 것을 믿는 자는, 그러므로 선행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남을 대접하는 것'입니다. 내가 남을 먼저 대접하면 하나님이 채워가시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일하는 방식이셨던 것입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하나님, 그러면 먼저 남을 대접하며 살테니 열매를 맺게 해 주시지요. 저뿐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열매 맺게 해 주세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 교회 다니게 해 주세요.한 번이라도."

꿈트리
7. 섬기는 선생님들에게 이 말씀으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먼저 섬기면 채워주신대요.'

제게는 미술을 전공한 누님이 계십니다. 당시 누님은 제게 두 질문을 주로 했습니다. '아니 하나님이 너는 만나주셨는데 나는 왜 안 만나줘?'와 미술이라는 전공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 하는 진로 고민이었습니다. 그런 누님에게 같은 말을 했습니다. '먼저 대접해. 그러면 하나님이 주셔. 그게 하나님 일하는 방식이야.'

8. 꿈트리에 다니는 아이들 중 그룹홈에서 온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초등학생이던 이 아이들은 너무나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교회까지 오려면 지하철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룹홈 선생님은 아이들이 꿈트리에 함께하는 것은 몰라도, 교회까지 다니는 것은 꺼려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주일 오전,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손을 잡고 나란히 교회까지 버스 타고 온 것입니다.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버스타고 오지 어떻게 와요' 라고 대답합니다. 우문현답입니다.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섬김의 자리를 떠나려 했던 제게 주신 하나님의 대답이었습니다.

9. 꿈트리에 온 학생중 한 명은 대형교회를 다녔습니다. 부모님이 강제로 끌고 교회를 다녀, 예수님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던 아이가 있습니다. 한 번도 '교회 다녀야 한다. 우리 교회다녀야 한다' 말 안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이제 청년이 돼 교회에 다니고, 간증까지 하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무것도 모른 채 천도교를 다니고, 그곳에서 상을 받았던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의 부모님은 교회에 절대로 안 다니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더니,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받는 날, 교회 앞에서 특송을 했습니다. 펑펑 울면서.... 모든 성도들도 펑펑 울게 했습니다. 이 학생의 꿈은 '주님의 도구가 되는 사람'입니다.

10. 제 누님이신 미술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며 홍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우리의 시각장애인 교사로, 그리고 여전히 달꿈예술학교의 미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하나님을 만났던 그 때, 누님 눈이 하루종일 부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매일 감동으로 살아갔던 기억이 지금도 있습니다. 아침 일찍 제게 와서 '한승아 한승아, 하나님 만났어' 라고 이야기했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11. 제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예술로 시작해 아이들을 품어주고 함께해줬던 것입니다. 먼저 섬겨야 하는 자리! 그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은 것뿐입니다. 먼저 섬겼더니. 하나님이 채워주십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채워주시고 만들어 가셨습니다.

꿈트리
12. 꿈트리는 이제 한 명을 위한 학교, 달꿈예술학교가 되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여기저기서 입학 상담을 받았습니다.

현재 기독대안학교를 이미 다니고 있는 가정도 있었습니다. 기존 학교에서 상처받고, 가정에서도 상처받아 기독 학교라 해서 대안학교에 보냈는데 그저 해외 유명대학에 보내는 것이 목표인 학교였다고, 그래서 아이가 2차 피해로 상처를 또 받았다며 펑펑 우시는 그 어머니를 보고, 저도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술을 배우고 싶다는 그 아이에게 도대체 무얼 해줄 수 있을까?

13. 제가 조금 바빠졌습니다. 담임이 되고 나니 더욱 그러합니다. 주일 설교에 신경써야 합니다. 수요예배와 새벽예배, 주일 오후 청년예배.... 뿐만 아니라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때마다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먼저 섬기는 자리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

14. 달꿈예술학교는 많은 기독 예술인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예술은 예수와 닮았습니다. 따뜻하고 자유롭습니다. 품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예술인들이 자기만 품고 사는 것 같습니다. 자기 기분과 자기 유익을 위해 노래하고 춤추면서, 타인을 위해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그리려 하지는 않습니다.

15.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좋아하면서, 한 명의 학생을 위해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그림 그려주는 것은 시간 낭비, 자기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예술인들이 일주일에 단 두 시간만이라도 함께해 준다면, 적어도 학생들의 가치관이 바뀌지는 않을까.... 아니, 학생 이전에 섬기는 교사의 삶이 바뀌지 않을까? 선생님들의 삶이 바뀌면, 이 세상도 바뀌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16. 남을 안을 수 없는 예술은 따뜻하지 않습니다. 차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차가운 예술은 결코 예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달꿈예술학교가 좀 더 따뜻하고,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학교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와야 합니다.

'너 먼저 섬기고 있니?'

17. 사랑하는 여러분, '예술로 예수를, 예수로 세상을'이라는 구호가 통하려면 일상이 아프리카가 돼야 합니다. 사람은 감동을 좇아 사는 것이 아닙니다. 감동을 받아야 일하는 사람은 감정으로 일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똑같은 해가 뜨고 지는 것이 은혜가 될 때, 비로소 자리에 눕고 일어서는 모든 곳에 하나님의 은혜가 채워집니다.

그것을 위해 오늘 여러분의 일상이 '아프리카'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만인 앞에서 공연하는 것과 같기를 바랍니다. 한 달 버는 수익을 계산하기보다, 내가 하나님께 받을 은혜를 기대하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맡겨주신 아이들을 품기 위해 먼저 섬기는 자리로 나아가십시다. 그런 여러분에게 하나님은 가장 좋은 것으로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유한승 목사(생명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