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김준수 목사는 “은혜로운 설교는 정확한 맞춤법과 훌륭한 문장력에 정비례하지 않지만, 어휘들을 적재적소에 배열·사용하고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는 표현은 설교자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라며 “올바른 말 사용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전했다. ⓒ이대웅 기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처럼, 목회자가 같은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청중들은 정반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세종대왕이 한글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쉽게 만들었지만,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국어는 순수한 한글에 중국에서 건너온 한자어와 서구에서 온 영어와 불어 등 외래어들이 한데 섞여 굉장히 까다롭다.

한글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나지 않아야 말이나 글에 품격이 따라온다. 둘 중 하나라도 틀리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권위를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이에 김준수 목사는 <바른말의 품격> 한자편과 한글편을 잇따라 출간해 '열에 아홉은 틀리는' 우리말과 사자성어를 바로잡고 있다. 김 목사는 이 외에도 '신·구약 성경신학 7권' 중 첫 권 <모세오경: 구약신학의 저수지>, IMF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내 삶을 다시 바꾼 1%의 지혜> 등을 썼다. 다음은 김준수 목사와의 인터뷰.

-목회자들이 가장 쉽게 틀리는 말은 무엇인가요.

"굉장히 많지만, 그 가운데 '절체절명(絶體絶命)'을 '절대절명(絶對絶命'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수갑산(三水甲山)'을 '산수갑산(山水甲山)'이라고 하고, '염치불고(廉恥不顧)'를 '염치불구(廉恥不拘)'로 쓰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국어는 굉장히 어려운 말입니다. 접미사 쪽의 변화가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틀린 말인지도 모르고 자꾸 쓰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내노라하는 분들'이라는 말 많이 쓰는데, '내로라'입니다.

'홍해를 건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믿어지지 않는다'로 사용합니다. 이 두 개는 학자들 간에도 논란이 있습니다. '믿어지지'는 영어 수동태형의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에 의해서'라는 표현도 번역투라 매끄럽지 못합니다.

가장 힘든 부분은 뉘앙스 차이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섭리입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섭리(攝理, providence·기독교에서 사랑으로 가득 찬 전지전능한 신이 세계의 생기 사건들을 관장하는 것)는 기독교 세계관적 표현입니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이 이것을 '우연(偶然, coincidence·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이라는 느낌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로에서 운 좋게 친구들을 만났다'는 식입니다. '어제까지 계속 비가 왔는데, 하나님께서 운 좋게도 오늘은 좋은 날씨를 허락하셨습니다'는, 기독교 세계관을 훼손시키는 발언입니다.

'운수(運數·이미 정해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과 기수)'나 '인연(因緣·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같은 말들은 불교 용어입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것도 불교식 표현입니다. '나락(那落·죄업을 짓고 매우 심한 괴로움의 세계에 난 중생이나 그런 중생의 세계)으로 떨어졌다'는 말을 쓰는 목사님도 있었습니다. 이 역시 불교 용어입니다.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바른 말을 한다는 것은, 설교가 은혜롭고 좋은가를 따지기 전에, 세계관적으로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제 성도들 중에도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목사님들의 타당하지 못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표현들을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설교자나 강연자라면, 가급적 표준어를 구사해야 합니다. 청중을 실족하게 하거나 청중으로부터 비난받을 일을 해선 안 될 것입니다."

-목회자들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와 예정하심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수동태형'을 유독 많이 사용하는데요.

"무엇보다 표현의 미숙함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이지요. 한글 맞춤법에 의한 정확한 표현이 요청됩니다. 그 표현이란 '올바른 단어 사용'에서 시작됩니다. 단어들이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단어와 단어가 연결돼서 문장이 되는데, 문장이 정확하고 은혜로우려면 정확한 단어를 써야지요. 말이나 글에 타고난 은사를 받은 사람도 있지만, 표현 능력 향상에는 노력과 심사숙고(深思熟考)가 필요합니다. 정확하게 문장을 구사하면서, 성경에 입각해 총체적인 은혜의 빛 안에서 문장을 내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떤 목사님들은 문장이 정확한 것보다 은혜로운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설교를 은혜롭게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성경에 입각한 올바른 표현과 바른 단어 사용을 통해 성경의 세계를 유감없이 나타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세계, 기독교적 세계관을 정확한 단어와 문장의 표현력으로 내뿜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준수 바른 말의 품격
▲김준수 목사의 저서 <바른 말의 품격> 한자편, 한글편(왼쪽부터).
-책 두 권의 제목인 '바른 말'이란 무엇일까요.

"바른 말이란 올바른 단어를 쓰고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바른 신학과 바른 신앙, 바른 생활태도에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은 바른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예수님께서도 말(言)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하셨습니다.

인류 역사상 말을 가장 은혜롭고 정확하게 쓰신 분이 예수님 아니겠습니까? 불필요한 말을 전혀 하지 않으셨습니다. 바른 말이란 제가 볼 때 은혜로운 말, 격려하는 말, 위로하는 말, 세워주는 말, 인내하는 말, 덕 있는 말..., 결국 예수님처럼 하는 말일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주님과 동행하면서 성령의 인도를 따라 뿜어내는 말, 신앙인들이 이런 말을 쓴다면 사회에서 문자 그대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 '너희 착한 행실(行實·실지로 드러나는 행동)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고 하셨습니다. 행실이란 언어와 행동이지요. 비신자들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말씀입니다.

골로새서 4장 6절에서는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하라'고 했습니다. 말을 은혜롭게 하라는 말씀입니다. 잠언에도 말에 대한 훈계가 많습니다.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목회자들은 말 한 마디를 잘못 해서 당회가 깨지거나 장로들과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말 한 마디 때문에 교회가 갈라지기도 합니다. 친구 목사님들도 말로 어려움을 당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말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잠 25:11)'는 말씀도 있습니다. 말 때문에 저도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한 권사님과 한 집사님, 한 자매님을 떠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천에게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습니다. 가정에서나 교회에서나, 관계 속에서 또는 강연에서 말로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과 SNS 시대가 되어서, 마구잡이로 한글을 줄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진 예수' 같은 표현도 나오는데요.

"한글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소멸될 수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표준안이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보존하자는 것입니다. 한글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존나'입니다. 예전에는 상스러운 욕이었는데, 요즘에는 청소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씁니다.

'자장면'의 예를 보십시오. 지금은 '짜장면'도 되지 않습니까? 두 낱말이 경쟁하다, 복수 표준어가 됐습니다. '짜장면'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한다면, 10-20년 후에는 '자장면'이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입니다 서울말이라 해서 다 표준어는 아닙니다. 교양이 있어야 하고, 지금 사용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설교나 강연, 나눔이나 일상생활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SNS에서 너무 축약해서 쓰거나 은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한글의 품격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한글의 독특성과 정체성이 사라지면, 한글 자체가 위태로워집니다. 표준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해야 할 것입니다."

김준수
▲김준수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빚어졌다면, 하나님처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은 올바른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저자 제공
-마지막으로, 직장인에서 목회자로 변신(?)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4남 4녀 중 셋째였습니다. 아버지는 새벽기도를 가시면 늘 '우리 아들 네 명 중에 목사 하나는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기도하셨고, '셋째 준수가 목사 감'이라고 은근한 압박(?)도 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굉장한 부담감을 느꼈지만(웃음), 저는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공부 잘 하면 사법고시나 신문고시 보던 시절이었습니다. 졸업 후 여러 신문사에 합격했지만,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습니다. 연좌제 때문이었지요. 영어를 좀 해서 학원 강의도 할 정도였는데, 친구가 사설 학원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1주일만에 전두환 정권의 과외 금지 조치로 망해 버렸습니다.

이제 뭘 할까 하는데... 연좌제가 폐지됐습니다. 다시 신문기자의 문을 두드렸고, 몇 군데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가니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언론사 통폐합으로 신규 채용이 취소된 것입니다. 결국 당시 증권감독원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증권회사가 좋아진다기에 현대증권에 들어갔고, 만 35세에 증권사 최연소 지점장을 할 정도였습니다. 1989년, 종합주가지수 최고점을 찍던 때였습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온누리교회에 출석하고 있었습니다. 하용조 목사님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명예욕과 출세욕도 강했지요. 그런데 회사에서 입지가 흔들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어떤 집사님이 '회개하지 않으면 목숨까지 빼앗길테니, 신학을 해서 남은 생애를 주님의 종으로 섬기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먼저 은혜를 받았습니다. 환상을 두 번이나 본 후, '지금이라도 세상 욕심을 접고 주님 종으로 살아야 한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했습니다. 거부했더니, 이혼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죽기 싫으니, 혼자 죽으라'고 하더군요. 아내 의존도가 높았던 저는 죽는 것보다 이혼이 더 무서웠습니다(웃음).

헤어지기 전에 기도나 해 보자 싶어서, 각자 기도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제 기도원 생활 3일째 회개의 영이 임해서, 2박 3일간 회개했습니다. 찬송 가사대로 '변하여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려운 시절 두세 번 '주의 종이 되겠다'고 서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흥사들도 제게 '목회자가 될 것'이라고 자주 말했고요.

회개하고 어머니를 지방으로 모신 뒤, 딸들을 자취시킨 다음 시흥에서 개척교회를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형제들은 '미쳤다'고 했습니다. 사회에서 교제하던 분들과도 모두 관계를 끊고, 기도생활과 성경 묵상만 했습니다.

하지만 생명과 구원의 성경말씀을 실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르쳐 달라'고 계속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온누리교회에서 새벽기도를 하는데 바람 같은 것이 지나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성경이 암송되고 구조가 파악되고, 어렵게만 보이던 말씀의 의미가 와 닿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이 자꾸 연구하고 싶어졌습니다.

제게 성경을 보는 은사를 주셔서, 신학교 입학 전부터 장신대 신대원생들 입시를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도 장신대에 합격했지만, 하용조 목사님의 뜻을 따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부모님의 기도가 결국 이뤄졌습니다. 하용조 목사님의 영향도 컸습니다. 목사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