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글로 물의를 빚으면 필화(筆禍)라 하고, 말로 문제를 일으키면 설화(舌禍)라 한다. 누구에게나 말은 중요하다. 말(言)은 신뢰(信)의 중요 단서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발언이나 약속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말의 신용을 잃으면 그 인격은 죽은 것이다.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이런 얘기가 들어 있다. 수(隨)나라의 양제가 새로 지은 궁전을 보러 갔다. 왕은 특히 그 정원이 마음에 들었는데, 개똥벌레가 없는 게 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등불을 켜 놓는 대신 개똥벌레를 좀 잡아다 놓으면 운치가 나지 않겠는가?"라고 의견을 말했다.

그것은 명령도 지시도 아니고 그냥 의견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궁궐 건설 책임자는 인부 수천 명을 동원해서 개똥벌레를 잡게 해, 마차 500대에 실어와 궁궐 연못에 풀어놓았다. 당(唐)나라의 태종은 이 애기를 신하들에게 들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보통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조금이라도 상대방이 자기 비위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그걸 잊지 않고 있다가 언젠가 반드시 보복하는 법이다. 하물며 천하를 다스리는 군주가 신하와 얘기할 때는 사소한 실언도 해서는 안 된다. 그 영향은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모든 화근은 혀 끝에 있다. 입에서 한 번 나온 말은 다시 입안에 돌려넣을 수 없다. 그래서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란 말이 생긴 것이다. 「신음어(呻吟語)」에서 여곤(呂坤)은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마음에 울타리를 치고 입에는 문을 닫아라. 울타리를 치면 쓸데없는 말이 빠져나오지 않을 것이다. 말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경솔하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은 발언을 조심해서 천금같이 해야 한다. 칼빈 쿨리지는 매우 과묵한 대통령이었다. 누군가가 왜 그리 말이 없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난 일찍이 배웠다."

「역경(易經)」에서도 "훌륭한 사람일수록 말이 적고 마음이 가벼운 사람일수록 말이 많다"며 입조심을 강조하고 있다.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말이 많은 법이다"라고 몽테스키외가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침묵이 금'인 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말이 많으면 경박해 보인다. 마하트마 간디는 "그의 생각과 언어와 행동이 일치할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라고 일렀다.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三思一言)'는 교훈도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대화는 '사상'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중간 수준의 대화는 '사건'을 이야기하고, 가장 낮은 수준의 대화는 '사람'을 이야기한다고 돼 있다. 이 사람, 저 사람 등 사람에 대한 품평은 저수준의 대화다. 사상, 이념, 정신 등 높은 차원의 추상 명사들을 화제로 삼아보자.

관자(管子)는 "곡식을 심으면 1년 후에 수확하고, 나무를 심으면 10년 후에 결실을 맺지만 사람을 기르면 100년 후가 든든하다"라고 했다. 중국 칭화대(淸華大)의 교훈은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 쉬지 않고 정진에 힘쓰며 덕성을 함양해 이익을 만든다)'로 돼 있다.

「중용(中庸)」에 "군자(君子)의 도(道)는 멀리 가고자 하면 가까이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거룩함(聖)이란 한자어는 먼저 듣는 것(耳)을 잘 하고(王), 말하는 것(口)을 잘 해야(王) 거룩함(聖)이 된다고 해자(解字)할 수 있다. "듣기는 속히 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고 절대 화를 먼저 내지 마라(약 1:19-20)"는 성경의 충고도 귀한 것이다.

제갈공명이 아들에게 준 충고가 있다. "마음이 담백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

말 한 마디 손짓 하나도 그 심중에서 숙성시킨 후 발언되어야 말의 값을 하는 것이다. 덧없이 던진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아픔을 줄 때, 혀로 짓는 죄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