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독교 내다보기'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진행되는 '나는 어떻게 세계기독교인이 되었는가?'는 세계 기독교와 관련된 인물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와 나눈 대화를 통해 세계 기독교를 좀 더 편안하고, 실제적인 방식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는 마크 놀이 세계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된 여정을 자전적인 글로 풀어낸 책인 <나는 왜 세계 기독교인이 되었는가(복있는사람, 2016)>에서 착안하였습니다.)

이재근
▲이재근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재근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학과(B.Th.)를 졸업하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목회학석사(M.Div.)를 받았다. 이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에서 신학석사(Th.M.), 미국 보스턴 대학(Boston University)에서 신학석사(S.T.M.)를 거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The University of Edinburgh)에서 세계기독교연구소장(Centre for the Study of World Christianity) 브라이언 스탠리(Brian Stanley)를 사사하여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회사와 선교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광교산울교회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저자소개 中)

동준(이하 DJ) - 인터뷰어
재근(이하 JK) - 인터뷰이
[] - 부연설명

2018년 3월 9일, 분당의 모 까페.
따뜻한 날씨까지는 아니었지만 선선한 바람이 적당히 불어주는 날에 이재근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DJ: 교수님! 요새 이런 저런 활동이 많으신 것 같던데! 요즘엔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JK: 학기를 시작해서 강의를 하고 있고요. 신뢰 회복 중에 있습니다 ㅎㅎㅎ

DJ: 네??ㅋㅋㅋ 신뢰회복이요??

JK: 네. 그동안 바빠서 하지 못하고 있던 약속한 일들을 소화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ㅎㅎ)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최근에 브루스 고든의 <장 칼뱅(이재근 역, IVP, 2018 출간 예정)> 번역 및 점검 작업을 마쳤구요. 뉴스앤조이에 빌리 그레이엄의 공과를 평가하는 글을 보냈고, 기독교사상에서 부탁받아 분도출판사에서 최근 출간한 그리스도교 신앙원천 시리즈 1권과 2권에 대한 서평을 보낼 준비 중이기도 해요.

복있는사람 출판사를 통해 발간될 <한국교회사>라는 책을 저술하는 중이기도 하고, 최근 다시 번역돼 발간된 맥그래스의 <복음주의와 기독교의 미래> 해설을 썼다는 이유로 북토크 패널로 부름받아 준비 중에 있어요. 아, 새물결아카데미에서 곧 진행될 두 번의 대중 강좌(각각 '칼뱅과 세계 기독교', '칼뱅과 한국교회')를 준비하고 있고, 그 다음 주부터는 새물결 아카데미에서 '다시 읽는 루터'라는 강좌를 5주나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와중에, 4월부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교회에서 구원론 강좌도 하기로 했네요^^

DJ: ;;;;;;;;;;;;;;;;;;;;;;;;;;;;;. 교수님..., 여기 계셔도 되는... 거죠?? 저어어엉말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ㅠ.
JK: 별 말씀을 (^^)



세계 기독교학 연구소
▲세계 기독교학 연구소 홈페이지.
세계 기독교와의 첫 조우

DJ: 교수님께서는 그 동안 여러 방면으로 '세계 기독교'를 한국교회에 소개하시려고 노력해 오셨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혹은 '어떠한 경로로' 세계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가 궁금해요. 생각나시는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JK: 음... 저는 세계기독교학을 조금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되었어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목회학석사(M.Div)를 받은 후 개혁주의 신학에 매료돼 오랫동안 이를 공부해 왔는데요. 이후 진학한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신학석사(Th.M)에서 '칼뱅과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의 율법 이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쓰기도 했어요.

이후 유학 결정했을 때도, 저는 원래 미국 칼빈 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 '종교개혁 연구'로 석사 입학을 하려고 했고 입학 허가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안 문제로 진학을 미루게 되었고, 다음 해에 고민하다 칼빈 신학교가 아니라 미국 보스턴 대학(Boston University)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보스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역시 저는 종교개혁을 연구하려 했고요.

하지만 그러던 중 저는 우연한 계기로 세계 기독교학에 있어 탁월한 학자이신 데이나 로버트(Dana Robert)라는 여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당시 로버트 교수님은 교회사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그 수업에서 교수님은 저희에게 '세계 기독교'라는 큰 흐름 안에서 교회의 역사를 조망해 주셨어요.

그리고 저는 그 수업을 너무 재밌게 들으면서 '아, 이러한 관점(세계 기독교라는 큰 틀)으로 한국기독교를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일종의 획기적인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됐죠. 그 이후로 저는 세계기독교에 진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에딘버러 대학(The University of Edinburgh)에서 브라이언 스탠리 교수님(Brian Stanley)께 박사학위를 지도받으면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것 같아요.

[이러한 그의 관심사는 현재까지 이어져, 그는 한국 기독교의 발자취, 한국 기독교 역사와 세계 기독교 역사와의 관계, 세계 기독교 지형 내에서의 한국 기독교의 위치 등을 연구해가고 있다. -저서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저자소개 참고]

The Teacher

DJ: 아, 데이나 로버트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된 것이 일종의 예상치 못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었군요! 사실 다음 질문에 답도 미리 주신 것 같은데.... 교수님께서 세계 기독교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오시면서 많은 인물들의 영향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세계 기독교에 대한 학업의 여정에서 교수님께 큰 영향을 준 한 인물을 뽑으신다면 누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분과 얽힌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JK: 이미 언급한 브라이언 스탠리 교수님(Brian Stanley)이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예요. 제게 단 한 분의 스승, 말 그대로 The Teacher를 꼽으라면 단연 스탠리 교수님이예요. 스탠리 교수님의 학문적 엄밀함뿐 아니라 세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누구를 대하든 존중하는 자세 등은 제가 세계 기독교를 배워가는 데 있어 중요한 학문적, 인격적 자산이 되었어요.

[브라이언 스탠리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수료한 후, 케임브리지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이후 영국 에딘버러 대학으로 그 터전을 옮겨 세계기독교학 교수이자 에딘버러 대학 세계기독교학 연구소(Centre for the Study of World Christianity) 디렉터로 부임했다. 탁월한 저술들로 인정받는 그는 앤드류 월스(Andrew Walls), 라민 산네(Lamin Sanneh), 데이나 로버트(Dana Robert 등과 함께 세계기독교의 대표적 학자로 꼽힌다.]

이재근 스탠리
▲브라이언 스탠리 교수(왼쪽)와 이재근 교수.

스탠리 교수님은 학문적 역량으로는 대표적인 기독교 역사학자들인 영국의 데이비드 베빙턴(David W. Bebbington, 1949- ) 그리고 미국의 조지 마스덴(George M. Marsden, 1939- )과 견주어도 손색 없으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너무 많은 일들을 다 하나 하나 세밀하게 검토하시고,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감당하시기 때문에, 지니신 역량에 비해 학술적 결과들이 비교적 적게(물론 이미 나온 결과들도 엄청나지만 ㅎㅎ) 나왔다고 생각해요.

스탠리 교수님은 학교 안에서 그 누구도 가리지 않고 존중하고, 배려하시는 교수님으로 존경받고 계세요. 석/박사 과정 학생이든, 동료 교수든, 심지어는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말이죠.

스탠리 교수님께서 어느 정도까지 세밀하시고, 배려심이 깊으신 분이신지 보여주는 한 일화를 들려 드릴게요. 한 번은 교수님께서 한 석사 과정 학생을 면담하시는데, 어떻게 그 학생과의 만남을 준비하신지 아세요?

가장 먼저는 그 학생에 대한 정보들과 학문적 관심사 등을 미리 알아보시고, 해당 학생을 위해 작성하신 한 페이지 이상의 노트를 가져오세요. 혹여나 그 학생이 영어로 말하는 것을 아직 어려워하여, 그 학생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지 못하실까 하는 염려 때문이예요.

그리고 해당 학생이 관심있는 주제에 대한 책 목록을 뽑아 오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그 책들을 미리 대여해서 그 학생에게 주시기도 하셨어요. 더 놀라운 건, 그 학생이 그 면담에서 나눈 내용들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미리 준비했던 노트에 대화를 통해 업데이트된 정보를 추가해 메일로 보내주시기도 하신다는 겁니다.

[실제로 세계 기독교학으로 영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필자는 브라이언 스탠리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세계 기독교학과 관련된 참고 도서와 입학 관련 상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메일을 주고 받는 과정 가운데 스탠리 교수님은 언제나 너무나도 빠르게, 친절하게 질문에 필요한 참고 자료들을 첨부해서 보내주시곤 하셨다.

일반적으로 영국의 행정처리는 상당히 느리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을 통해 체득(?)한 이후였던 터라, 스탠리 교수님의 이러한 모습은 필자에게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필자도 조금이나마 스탠리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신 세심함과 배려심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만약 단 한 명의 영국인 신사를 꼽으라면,
만약 단 한 명의 진실된 학자를 꼽으라면,
그리고 만약 이 세상에서 단 한 명의 진정한 스승을 꼽으라면,
나는 나의 소중한 지도 교수님을 뽑을 것이다."
(이재근 교수의 2011년 1월 26일 페이스북 게시글)

세계기독교 입문서 추천

DJ: 다음에 드리고픈 질문은 책에 대한 질문입니다. 세계 기독교를 공부해 오신 교수님께 영향을 주었던 많은 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 가운데 세계 기독교에 입문하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추천해 주시고 픈 책들이 있으시다면 추천해 주시겠어요?

JK: 일단 영어 원서부터 추천을 하자면, 당연히 앤드류 월스(Andrew Walls)의 책들을 추천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세계 기독교에 입문할 당시 이 책들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앤드류 월스 교수님은 세계 기독교의 가장 선구적인 학자 중 한 명으로 불리시는 만큼, 앤드류 교수님께서 쓰신 아티클들을 모아논 아래의 책들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앤드류 월스
▲앤드류 월스의 아티클들을 편집해 만들어진 위 책들은 각각 오른쪽부터 1996년, 2002년, 2017년 출간됐다.

한글로 된 책들을 추천드리자면, 가장 먼저 제가 저술한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복있는사람)>을 추천드릴 수 있어요. 제 책은 브라이언 스탠리 교수님의 <복음주의 세계확산(CLC)>을 한국의 정황 속에 비교적 쉽게 쓰여졌기 때문에, 세계 기독교 입문용으로 사용하시기에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읽으셨거나 더 확장된 논의를 참고하시고 싶으신 분은 <복음주의 세계확산(CLC)>을 같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책으로는 마크 놀이 저술한 두 권의 책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는 왜 세계기독교인이 되었는가(복있는사람)>는 마크 놀이 세계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된 과정을 자전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책이기에 보시기에 편한 면이 있을 것 같고요. 마크 놀의 또 다른 책인 <복음주의와 세계 기독교의 형성(IVP)>도 세계 기독교 입문서로 상당히 유익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절판된 책들이긴 하지만, 구하실 수 있다면 필립 젠킨스(Philip Jenkins)의 <신의 미래(도마의길)>나 이문장 교수께서 편집하신 <기독교의 미래(청림출판)>를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해요. 필립 젠킨스는 세계기독교라는 논의를 대중화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사람 중 한 명인데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The Next Christendom』 을 번역한 <신의 미래>는 세계 기독교에 입문하는 데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미래>는 세계 기독교 입문시 도움이 될 만한 논문을 편집한 책이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 기독교
▲국문으로 번역된 세계기독교 관련 책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복음주의 세계확산>, <나는 왜 세계기독교인이 되었는가>, <기독교의 미래>, <신의 미래>, <복음주의와 세계 기독교의 형성>.
우리 '밖'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는 유익

DJ: 어느 덧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겠네요.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는 한국교회가 '세계 기독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교수님의 의견을 나눠주세요!

JK: 크게 두 가지 구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 한국교회의 선교가 이제는 '이해와 존중의 방식' 혹은 '이양의 단계'에 와 있다는 점에서, 세계 기독교는 한국교회에 큰 유익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의 선교적 자원이 맞닿아 있는 선교지의 많은 경우는 '일방적으로 선교적 자원을 공급해야 하는 단계'를 지나고 있습니다. 즉 이제는 우리가 선교지에 대해 가지고 있던 권한들을 그들에게 이양해야 하는 단계에 와있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들을 우리의 파트너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식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계 기독교는 우리가 '그들을 더욱 알아감으로써'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동역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줍니다.

둘째로 세계 기독교는 우리 '밖'의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세계 기독교는 우리 '밖'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하여 우리 '내부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던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죠.

그리고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서구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실제로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전 세계에서 성장하고 있는 기독교에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자신들을 돌아보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이미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 역시 성장과 성숙을 위해 세계 기독교에 대해 더욱 알아가야 합니다.

DJ: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JK: 저도 감사해요 :)

서동준 강도사
총신대학교 신학과(B.A)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였다. '세계기독교학'을 깊이 공부하기 위해 영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으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post.naver.com/seodj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