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일
▲이은일 박사(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1. 서론: 유신진화론 또는 진화창조론은 무엇인가?

유신진화론 또는 진화창조론이란 간단히 말하면 하나님께서 진화의 방식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과 동물은 물질로부터, 단세포 생명체로부터 진화되어 이 지구상에 출현한 진화의 과정을 단순화 시킨 것이며, 하나님께서 진화가 되도록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진화론을 기정사실화 한 유신진화론은 당연히 성경에 대한 정통적인 해석도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신진화론 학자인 기버슨 박사는 인간의 죄도 진화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생명체들의 진화과정에서 죄가 확장되었고 인간에게 꽃피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인간 이전 수많은 생명체의 죽음도 당연한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아담을 창조하신 후 "매우 좋았더라"라고 말씀하실 때 아담의 발밑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죽음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이런 해석은 아담 한 명으로부터 죽음이 왔고, 예수님 한 분으로부터 생명이 다시 왔다는 기독교의 근본적인 교리를 거짓으로 만드는 것이다.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에 성경의 해석도 진화론에 맞춰 변화한 것이다. 유신진화론자들이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로는 첫째, 주류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있고, 둘째, 환경과 생명체의 상호작용에 대한 상당히 근거 있는 과학적 증거들이 있으며, 셋째, 진화론의 예측은 잘 들어맞는 이론이며, 넷째, 모든 과학은 넓은 의미로 관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관찰에 근거한 이론인 진화론은 충분히 과학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기원에 대한 진화론 가설을 믿음직한 과학으로 정당화 시키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이런 주장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유신진화론에 대한 비판과 성찰은 첫째, 초월적인 창조를 대신한 과학적 설명이 있다는 주장, 둘째, 진화론이 과학이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 셋째는 생명체의 다양성이 진화론의 증거라고 주장 등에 대한 것이다.

2. 본론: 유신진화론 비판

1) 초월적 창조를 대신할 수 있는 과학적 설명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

하나님의 창조는 초월적인 것이며, 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 유신진화론이나 반창조과학 진영에서는 그런 주장을 '간격의 하나님'이라고 하면서 비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주의 방법론을 사용한 과학으로 하나님의 창조를 설명하려고 하는 유신진화론이 훨씬 지성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우주과학이 발전할수록 빅뱅이론과 맞지 않는 현상들이 더 발견되고, 생명과학이 발전할수록 DNA 조절 기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서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고 있는 과학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유신진화론자들은 빅뱅이론이 하나님의 초월적 창조를 대신할 수 있는 절대적 이론인 것처럼 주장한다. 빅뱅이론이 우주의 확장 뿐 만 아니라 여러 우주의 현상들을 잘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뱅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많은 현상들이 있다. 대폭발에 의해 우주가 형성되었다면 어떻게 우주 어디를 봐도 균질할까? 관찰되는 별, 블랙홀 등 모든 것들을 합쳐도 설명되지 않는 우주를 움직이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무엇인가? 그렇기 때문에 빅뱅이론은 하나의 이론일 뿐이며, 새로운 발견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빅뱅이론의 한계는 빅뱅이론에서 전제하는 우주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초기 물질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그 물질이 무슨 힘으로 폭발하였는지, 순간적으로 매우 높은 온도에 도달한 에너지는 어디서 왔는지, 광속의 몇 천배 이상으로 공간이 어떻게 팽창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우연한 빅뱅으로 어떻게 이런 질서정연한 우주와 거대 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지 등등의 질문에는 아직 답이 없는 실정이다. 호킹 등의 과학자들이 "다중우주 이론"을 주장하는 것도 한 번의 빅뱅으로 이런 우주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과학이 발전하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고, 간격의 신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진화론자들의 철학적 주장에 불과하다. 우주과학 뿐 아니라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동일한 과학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2001년 인간 유전자 전체를 해독했다는 지놈 프로젝트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는 과학자들은 인간 유전자에 대하여 다 알게 된 것처럼 자신 만만하였다. 연구 결과 인간의 유전자는 3만개 정도이며, 95%가 쓰레기 DNA라고 발표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진화과정 가운데 기능이 사라진 유전자들이 쌓여서 쓰레기 DNA가 된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이후 인간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유전정보를 조절하는 질서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쓰레기 DNA는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 되었다. 유전정보 조절에 대한 기존의 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질서들이 속속 발견하게 되면서, 과학자들은 유전자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2013년 Phillip Ball 박사는 "모르는 것에 대한 축제(Celebrate Unknowns)"라는 제목의 글을 Nature지에 기고하면서 진화론으로 이런 복잡한 조절기전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기술하였다.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는다면 진화론보다 초월적 창조론이 훨씬 설득력이 있음에 틀림없다.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생명체의 유전정보 설계도도 창조하셨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과학적으로도 유전정보의 변이로 새로운 유전정보 설계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포의 DNA가 쉽게 변화되지 않을 뿐 아니라, 돌연변이에 의한 변화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진화론에 입각하여 유전자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프로그램을 만들어 예측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유전정보의 무질서도가 증가할 뿐 새로운 설계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2) 진화론이 과학이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

유신진화론자들은 기독교인들이 과학인 진화론을 거부하는 것은 지적 자살이라고 말한다. 과학은 자연주의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주의 방법론을 사용하는 진화론은 과학이고 초월적 창조론은 자연주의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이 아닌 초월적 창조론을 창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지성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모든 것이 물질로부터 왔다는 자연주의 철학에 기반을 둔 것으로 유신진화론자들이나 진화론자들이나 똑같은 자연주의 철학, 즉 무신론적 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신진화론자들은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교묘한 말장난을 한다. 자신들은 진화론이 갖고 있는 무신론철학은 인정하지 않고, 자연주의 방법론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유신진화론은 진화론의 자연주의적 방법론은 수용하고, 자연주의적 철학은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화론과 과학을 동일시하여 진화론의 허구를 감추고자 하는 주장일 뿐이다. 모든 자연 과학은 물질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당연히 자연주의 방법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과학이 관찰할 수도 실험할 수도 없는 기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진화론은 기원의 문제를 다루는 과학으로서 하나님을 배제하고 물질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전제한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화론이 과학이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가 하나님 없이 진화되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