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기도로 시를 지을 수 있고, 시로 기도를 드릴 수 있다. 성경의 시편이 그러하다. 여기 기도시를 찾아본다. 고진숙 시인은 <주여 영원히 노래하게 하소서>에서 이렇게 기도시를 적었다.

①"내 마음이 넓으면 얼마나, 깊으면 얼마나 깊고 넓으리오. 나와 인연을 맺은 자. 다 사랑할 수 있다면 또 뜨거운 눈물은 얼마나 솟아나야 하리오. 주여 나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먼 강기슭을 헤매야 할지, 이제 감동하여 굴복하게 해 주소서. 이 세상을 사랑하다 간 수많은 영혼과 영원히 쉬는 나의 어머니 계신 동산에 영혼과 영혼으로 교감하여 참(眞理)을 실현하게 하소서.

주여, 눈물 젖은 성경에 퇴색한 필적이 밤낮으로 눈앞을 어른거릴 때, 주 나를 끔찍이 사랑하는 주여, 나의 노래는 아직 시들지 않았습니다. 노래를, 뜨거운 노래를, 더욱 높게 하여 주소서. 내 어머니의 노래같이 더욱 맑게 부르게 하소서. 또 깨끗이 사랑하게 해 주조서.

주 나의 사랑이시여. 나의 길을 미리 뵈어 주소서. 억 센 다리로 달리는 순록같이 갈 길을 가게 하소서. 나의 전폭이신 주여, 나는 일찍이 배울 것 다 배우고 사랑할 것 다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모를 것, 빙산 같고 이루지 못한 것 장강으로 흐르고 밤마다 괴롭히는 무지가 있어 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짐승입니다.

주, 사랑의 주! 나의 주여, 사랑해 주소서. 얼굴을 돌리시어 환하게, 뜨겁게 비추어 주소서. 조롱과 비판과 고독을 체험하신 주, 나의 주여, 힘과 용기를 가지고 무한 고독 속에 섭생하는 나의 진리를 위하여 영원히 노래하게 하여 주소서. 조금밖에 감지할 수 없으나 아직 눈물이 다 전하지 않은 마음 깊은 속에 깨끗하게 지켜온 마음 한복판에 주가 자리 잡고 계시옵니다. 주, 나의 주, 사랑의 주, 전능의 주여!"

②"목마른 긴 밤과/ 미명 속의 새벽길을 지나며/ 싹이 트는 씨앗에게 인사합니다/ 사랑이 눈물 흐르게 하듯이/ 생명들도 그러하기에/일일이 인사합니다

주님/ 아직도 제게 주실/ 허락이 남았다면/ 주님께 한 여자가 해 드렸듯이/ 눈물과 향유와 미끈거리는 검은 모발로써/ 저도 한 사람의 발을/ 말 없이 오래오래

닦아주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엔/ 마찬가지 소원으로/ 기도드립니다"(김남조, 아침기도).

③"앙상하게 뼈만 남은 나목의 가지에도/ 단단히 얼어붙은 오월의 한 고비를 넘으면, 가지마다 싹이 되고 잎이 되고, 꿈이 되고 노래가 되는, 그러한 봄이 기어이 올 것이라는, 그것은 당신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신앙/ 그러나 2월은 밤 깊도록 온 방을 훤하게 밝혀주다가, 신랑이 오시기쯤 하여, 가물가물 꺼져가는 등불처럼 안타깝게 견디기 힘든 계절

이빨을 앙 다물고, 아픔을 참는 산모의 애처로운 모습처럼, 정말로 한 고비를, 넘기기만 하면 사랑이 꽃 피고 평화의 잎새가 움트는 봄, 봄은 기어이 오고 말 것이라는 당신의 말씀이었네/ 정말로 한 고비만 넘기기만 하면, 봄이 오고 꿈은 아지랑이처럼 가슴에서 가슴으로 번져갈 것인데 오오, 오래 참으시는 이여, 당신의 그 참으시는 인고를, 내 목을 안고 속삭이듯이 들려주지 않으시렵니까"(김원식, 2월의 기도).

④"봄이 오면 나도 예쁜 꽃 한 송이 피우고 싶다. 어울려 피는 꽃이 되어, 더불어 나누는 향기이고 싶어/ 용서의 꽃은, 돌아선 등을 마주 보게 하고, 이해의 꽃은 멀어진 가슴을 가깝게 하지/ 겸손의 꽃은 다가선 걸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의 꽃은, 마음을 이어주는 기쁨이 되지/ 나눔의 꽃은 생각만 해도 행복한 미소, 배려의 꽃은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풍경인 걸/ 사랑과 믿음의 빛으로, 내가 어디에 있건, 환히 나를 비추는 당신 햇살같이 고마운 당신에게/ 감사의 꽃도 잊어선 안 되겠지"(이채, 2월에 꿈꾸는 사랑).

⑤"참 좋은 사람들만/ 오롯이 모여 살게/ 참 마음 바른 사람들만/ 수북히 함께 살도록

하나님 도와 주세요/ 하늘나라 되게요/ 참 나쁜 사람들이 함부로 거짓말 않게/참 마음 굳은 삶들이/ 제발 못살게 굴지 않게

하나님/혼내 주세요/ 밝은 누리 되게요/ 싫은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싫은 사람/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좋은 사람

하나님/ 좋은 사람만/ 모여 살게 해 주세요"(오동훈/기도).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