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예배 컨퍼런스
▲봉헌찬양 중 각목트리에 불을 밝히고 있다. 옆 강단에는 4개의 강림초 중 하나만 불이 켜져 있고, 예배 공간의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강림초 배너가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다. 이는 어두운 세상 속에서 주님을 기다리는 자들이 시선을 어느 곳에 두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이대웅 기자
한국예배학회(회장 박종환 교수) 주최 2018 예배 컨퍼런스 '빛을 따라 생명으로(to the Life with the Light)'가 5일 오후 2박 3일간 일정을 개막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예배학회 소속 교단과 신학교가 연합해 진행되고 있다. 컨퍼런스의 하이라이트인 '주의 강림에서 성령강림까지 일곱 번의 예배축제'는 감신대, 서울신대, 실천신대, 이화여대, 장신대에서 각각 준비했다.

첫날 오후에는 서울 신촌성결교회(담임 박노훈 목사)에서 세 차례의 예배와 한 차례의 전체강의가 진행됐다. 개회예배는 강림절 첫째 주일(Advent) 예배로 '빛으로 나아오라!'는 주제로 어둠과 빛, 절제된 시각적 상징과 예전음악을 통해 드리는 주일예배를 시연했다.

이 예배에 대해 학회 측은 "강림절은 한 해 교회력의 시작으로, 현대 교회들은 강림절을 성탄절을 준비하는 절기로 지키고 있다"며 "아울러 강림절은 '기다림'과 '오심'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초림의 사건을 기억함과 동시에 재림을 소망한다. 강림절 첫째 주일 예배는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면서, 어두운 이 땅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대망하는 예배"라고 설명했다.

감신대에서 준비한 이 예배는 2002년 발간된 감리회 <새 예배서>의 말씀 중심 주일 낮 예배 순서를 따라 '하나님 앞으로 나아옴(빛으로 나아옴)- 말씀 선포(빛의 말씀)- 감사와 응답(빛으로 감사)- 세상으로 나아감(빛 되어 세상으로)' 등 4중 구조 내에 각 순서가 위치했다.

'절제된 시각적 상징'은 하나의 불만 밝혀져 있는 강림초(촛불)와 어둡고 거친 느낌의 각목트리, 어두운 조명 등으로 표현됐다. 특히 '각목트리'는 화려한 녹색 잎 하나 없이 겹겹이 각목을 쌓아 만든 것으로, 봉헌찬양 전까지 아무런 빛도 장식도 없는 상태에서 봉헌찬양을 하며 트리에 빛을 하나씩 밝히며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선 "어두운 조명 아래 철저히 죄를 회개하고, 죄의 고백을 통해 자신의 죄악된 삶과 빛이 부재된 어두운 세상을 경험한다"며 "그러나 말씀 선포를 통해 회중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빛으로 오셨음을 알고, '빛으로 감사'하고, '빛 되어 세상으로' 보냄을 받는다"고 밝혔다.

'예전음악'은 본지에 소개된 바 있는 베스퍼스 합창단이 이끌었다. 오르간만을 사용하여 웅장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키리에와 시편찬송, '곧 오소서 임마누엘'과 바흐의 칸타타 축복송 등을 클래식한 화음으로 표현해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음악에 관해 예배학회 측은 "시각적 요소가 한정적인 이 예배에서 예전음악은 상당한 역할을 한다"며 "오르간과 찬양대는 연주에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예배 가운데 회중의 귀와 마음을 활짝 열게 한다"고 소개했다.

2018 예배 컨퍼런스
▲박종환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우리의 모든 예배가 이렇게 아름다울 순 없다”

예배 후 첫 강의에 나선 박종환 교수(실천신대)는 이번 컨퍼런스 예배와 강의의 의미들을 설명했다. 그는 먼저 컨퍼런스에 대해 "교파를 초월한 예배 컨퍼런스에 대한 비전이 생겼고, 예배학회 모든 신학교 관계자들과 반년 가까운 회의를 했다"며 "한국교회에는 아시아 지역 예배 컨퍼런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있다. 서울뿐 아니라 충청과 영호남에서도 열리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컨퍼런스에서 일곱 번의 예배를 함께 드리는 가운데 우려가 있다면, 우리의 모든 예배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많은 장비와 인원을 동원하기도 어렵다. 우리의 예배가 갖지 못한 것들로 인해 실망하거나 스스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박 교수는 "예배의 진정한 예술은 살아있는 사람이다. 고난을 이겨낸 인격, 유혹을 참아낸 삶의 고백, 저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찬양하는 삶의 자세가 진정한 예배를 만든다"며 "가장 소박하고 진정성 있는 고백이 진정한 예배를 드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 실천신대는 내일 '재의 수요일' 예배를 준비하고 있는데, 거친 광야와 죄로 고통받는 영혼들을 상징하기 위해 주변에서 거친 돌을 한 아름 주워왔다. 하지만 그것을 옮기느라 수고한 학생들의 땀이야말로 예배라 생각한다"며 "예배라는 커튼 뒤에서 흘리는 땀과 우리의 삶 자체가 예배이다. 예배 예술은 그래서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세상을 올려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예배에서 예술적 표현은 고상할 수 없다. 그것은 절규이고, 탄식이며, 희망의 노래"라고 말했다.

박종환 교수는 "예배를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이야기가 우리 삶의 이야기로 침투할 것이다. 예배 가운데 사람들은 그들의 감각과 육체를 통해 하나님의 신비를 맛보게 될 것이다. 내 영혼 안에서만 경험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 가운데 함께 드러나고 인식되는 공동체적 신비를 경험할 것"이라며 "하나님의 거룩함으로 인도하고 그 종말의 시간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 예배는 모든 예술적 장르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예배는 음악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예술을 통해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해야 한다"며 "교회력에 따른 색깔, 이콘(icon)을 포함한 시각예술을 수용해야 한다. 초대교회의 예전적 요소도 수용해야 한다. 수동적 관람이 아닌, 예배 공동체적 참여의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 미래의 예배는 살아있는 공동체 안에서 창조된 예배로서, 예배 참여자들이 전통을 현대적이고 복음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예배 모임 전반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교 중심의 예배를 지양해야 한다. 예배 인도자는 인도자로서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구원의 신비로 다가가야 한다"며 "개인의 회심을 넘어, 탄식과 죄의 고백, 침묵 등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가 하나님과 정직하게 대면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제된 결론을 유도하기보다, 열려진 결말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이 공존하는 예배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미래의 예배는 자신들의 믿음을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데 있어 미술, 음악, 시, 사진, 춤, 퍼포먼스 등 창조적인 도구와 장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방적 가르침이 아니라 서로 물으며 진리를 추구하고, 고대 예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창조해야 한다. 고대의 비주얼을 따라하기보다, 성찬과 아픈 자, 고통받는 자를 위한 치유기도 같은 초대교회 전통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8 예배 컨퍼런스
▲강림절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에는 성찬과 함께하는 개혁교회의 성탄예배(구유에 뉘인 진리의 빛, 장신대), 주현절 예배(빛을 품고 세상으로, 서울신대)가 이어졌다.

6일에는 죽음과 참회의 '재의 예식'을 떼제(Taize) 형식을 통해 담아내는 예전적 '재의 수요일' 예배(어둠 속의 탄식, 실천신대), 십자가상 일곱 말씀과 몸짓, 시각예술 작품으로 응답하는 전인적 성금요일 예배(불쌍히 여기소서, 이화여대), 세례-성찬 예식이 포함된 부활절 음악(국악) 예배(빛은 생명이 되어, 서울신대) 등 세 차례 예배가 드려지고, 두 차례씩 전체 강의와 선택 강의가 마련된다.

마지막 날인 7일에는 성령강림주일(생명으로 나아가라, 감신대) 예배가 '말씀과 성찬이 함께 있는 이머징 주일예배'로 드려지고, 패널 토의가 진행된다. 2-3일째 컨퍼런스는 종교교회에서 개최된다.

한국예배학회 측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예배에서의 예술적 표현과 초기 교회의 전통이 갖는 아름다움이 한국 개신교 예배에 체화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라며 "앞으로도 예배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교회에 좋은 예배를 소개하고 가르치는 일에 헌신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