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로를 나에게 돌리시는 그분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오직 그 분의 은혜로 나를 드러내시기에 ‘M’은 대문자로, 또 그런 아버지의 겸손을 배우고 싶어 ‘i’를 소문자로 썼다.” – 『i am Melody아이 엠 멜로디(세상을 위로하는 곽윤찬의 해피 재즈 이야기)』 中

국내 재즈계의 한 획을 그은 곽윤찬 재즈 피아니스트를 최근 강남에서 만났다. 새로운 한 해를 그려가는 그는, 지난 삶 속에서 깨닫게 된 ‘창조’의 세계부터 ‘율법’과 ‘복음’에 관한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갔다. 음악과 재즈라는 장르를 넘나들면서 말이다.

곽윤찬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 ⓒ김신의 기자
음악 안에 녹아있는 하나님의 ‘설계’

“음악을 오래 공부하다 보면 둘 중 하나예요. 하나님께서 음악을 만드셨는지, 아니면 우연히 생긴 건지”

5살에 교회를 다니기 시작해, 이제는 집사이자 나사렛대학교 교수로 섬기고 있는 곽윤찬은 신앙이 깊어진 계기에 대해 이렇게 입을 열었다.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된다(롬1:20)’는 성경의 말처럼 ‘우연(偶然)’이 아닌 계획 아래 지어진 ‘설계(設計)’란 것이다.

“진화론이냐 창조론이냐라는 것처럼 음악도 똑같아요. ‘사이(間)’는 없다. 계속 음악을 공부하고 음악적 활동을 하다 보면, 음악은 완벽하게 설계된 것이에요. 그 설계가 그냥 음악 안에 녹아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인정하면 신앙이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서양음악의 음법이 된 음률은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피타고라스에 의해 정립됐으며, ‘곽윤찬의 무기’였던 ‘피아노’도 평균율이란 규칙 아래 만들어졌다. 심지어 사람의 달팽이관도 펴 보면 마치 피아노 건반처럼 저음부터 고음까지의 각 영역이 순서대로 나뉜다. 특히 화성학은 굉장히 수학적이며 분명한 규칙이 존재한다. 그래서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은 특별한 전도 없이도 신앙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제가 섬기는 대학교가 미션스쿨이지만, 신입생의 30% 정도만 크리스천으로 들어와요. 그런데 나갈 때 거의 모두가 신앙인이 돼서 나가요. 저희 과의 자랑이죠. 물론 믿음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잘 설명해주고, 깊이 생각한다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거예요. 우연으로 될 수가 없는 것이거든요.”

‘예비’하신 하나님

그렇게 신앙을 갖고 음악 하는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점 중 하나로는 음악의 장르와 관련된 문제를 꼽았다. 소위 ‘디스(상대방을 공격하는 문화 중 하나-편집자 주)’하는 음악, 욕이 들어가는 것, 세속적인 음악, 뉴에이지적인 음악, 우울하게 만드는 음악, 성적 어필을 하는 음악들로 인한 고민 때문이다. 또 실용음악 장르의 경우 공급자가 많은 것이 전문가들 안의 이슈라고 덧붙였다.

“실용음악으로 프로 뮤지션이 된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은 ‘(공급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에요. 그렇지만 전 그게 문제라고 생각 안 해요. 하나님께서 온 우주 만물을 균형 있게 만드셨듯, 수요와 공급을 하나님께서 다 조절하신다 생각하거든요. 때로는 궁핍하기도 하고, 때론 풍부하기도 하고… 하나님께서 그걸 예비 안 하셨을까… 자율주행차가 생겨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있지만, 오히려 자율주행에 관련된 산업발전으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있죠. 낙천적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느부갓네살 왕도 쓰셨고 심지어 악인도 쓰시는데, 믿는 우리를 위해 더 풍성히 예비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면서 학생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성경 속에서 악기를 담당했던 사람이 시편에 등장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평소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그들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당시 음악을 담당했던 아삽의 시가 성경 시편에 실렸다는 것은 제게 큰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음악 하는 사람을 귀하게 쓰신단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음악 하는 사람은 화음과 멜로디가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분별하기에, 분별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성령의 큰 은사인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 신앙과 함께 살아간다면, 하나님께서 만드신 음악을 인정하고 그 은혜 아래 기쁨과 감사로 그 음악을 표현한다면, 하나님의 일에 크게 쓰임을 받을 것 같아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를 해요. 학생들과 신뢰가 쌓이면 이 말이 고스란히 전달 돼요. 반면 마귀도 음악을 담당했던 천사였기 때문에, 음악을 할 때 사탄은 유혹과 꾀임에 많이 빠져들게 되죠. 술과 마약으로 인해서 많은 뮤지션들이 무너지기도 했고, 때로는 헛된 것, 예를 들어서 자연 안에 신이 있다는 범신론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꼬임에 넘어가기도 하고…, 그런 것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죠.”

‘클래식’이 구약이라면 ‘재즈’는 신약

재즈를 ‘약자의 음악’이자 ‘약한 자에게 힘을 주는 음악’이라고 표현했던 곽윤찬은 클래식과 재즈의 차이를 한 마디로 ‘구약’과 ‘신약’이라고 표현했다. 구약은 ‘율법의 거울’이자 ‘본보기’로 신약은 ‘진리로 인한 자유’라고 말이다.

“구약은 반드시 알아야 하고, 신약의 대표적인 말씀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말씀이잖아요. 이 진리란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셔서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죽으셨다는 것이고, 그걸 믿으면 진리가 저희를 자유케 하는 것인데, 이것이 재즈와 거의 일치한다고 생각해요. 자유가 있다고 해서 클래식을 전혀 모르고 재즈를 공부하면 이게 될 수가 없어요. 클래식 바탕없이 재즈가 될 수가 없어요. 그렇기에 이 재즈에는 조금 더 많은 자유와 은혜가 있고, 그로 인한 감사가 넘치게 되는 거죠.”

하나님 마음에 합한 연주와 작곡, 편곡에서는 ‘성령 충만’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맹물에 어떤 알약을 넣으면 탄산수가 되는 게 있어요. 그런데 알약을 집어넣었는데 안 녹으면 탄산수가 안 되겠죠. 누군가 성령 충만을 그렇게 묘사했는데, 내 안에 성령이 충만하면 기포가 올라오겠죠. 성령 충만한 상태라면 작곡을 하거나 편곡을 하거나, 심지어 프로듀싱을 하더라도 하나님과 합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 “내비게이션처럼 인도하심”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지난 삶을 회고하며 지금 그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물었다. 그중 두 가지는 존 패티투치(John Patitucci), 비니 칼리우타(vinnie Colaiuta), 제프헤밀턴(Jeff Hamilton)을 비롯해 그가 공부할 때 만났던 이들과 공연을 하고 함께 음반을 낸 것과,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에 한국인 최초로 음반을 낸 것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정말 영웅처럼 생각했던 뮤지션들이 있었죠. 재즈계의 영웅이거든요. 그들의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공부하게 되는데, 그분들과 같이 앨범을 내고 공연도 하게 된 것, 또 야구의 메이저리그가 있다면 재즈에도 비슷한 것이 있는데 120년 역사의 세계 최대 재즈 음반 회사 ‘블루노트’에 제가 한국인 최초로 아티스트가 된 거죠. 그건 꿈만 같은 얘기였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얼, 박기영, 장희영, 팀, 이하늬, 서영은, 장윤주, 리사를 비롯한 크리스천 아티스트들과 ‘i am Melody’를 작업한 것을 꼽았다.

“‘i am Melody’ 1, 2, 3은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주었던 미국과 영국에, 우리가 음악으로써 앨범을 만들어 복음으로 역전도를 하려고 만든 거예요. 국내 20-30명의 유명 대중가수들과 같이 앨범을 만들 때,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울기도 하고 기도도 하고, 외국의 유명한 아티스트들과 서로 믿음을 공유하고 하나님께 찬양 드리는 앨범을 만들게 된 것인데 가장 기억에 남죠.

하나님께선 모든 것을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데, 제 앨범을 만드는 것이 무조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거라 생각은 하지 않고, 그 모든 것에는 잘못된 것도 있겠죠. 선택을 잘못해서 만들었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잘못 선택한 길도 바르게 인도하시면서 합력해 선을 이루신다는 것, 그렇게 믿고 때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거죠.”

현재는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1월에 나올 예정이며, 2016년 ‘La’ 앨범 이후 1년 4개월, 햇수로 약 2년 만이다.

“다음 앨범 준비를 하고 있어서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1월에 나올 예정이에요.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원맨밴드예요. 작곡, 편곡, 프로듀싱, 연주, 믹싱까지, 보컬을 제외한 모든 걸 담당해서 이번 앨범은 이제서야 할 수 있는 앨범 같아요.”

i am Melody… 그 다음 이야기

마지막으로 그만 만들기로 ‘결심’까지 했던 ‘i am Melody’에 대해서도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i am Melody’는 3집 정도 만들면 데살로니가 말씀처럼 될 것이라 생각을 해 왔는데, 만들면서 너무 지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만 만들려 했어요. 앨범 하나 만드는데 1년 반에서 2년 걸리고… 그만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그런데 요새 와서 저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너무 많은 요청과 자원자와 일꾼들을 보내시는 하나님이 느껴져요.

사실 ‘i am Melody’를 무슨 돈, 무슨 재정으로 만드냐는 분도 많은데,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 여태까지 잘 이끌어 오셨어요.

최근에 들은 얘기에요. CCM을 많이 유통하던 음반회사에서 CCM 유통을 안 하기로 하고 문을 닫았다고. CCM 음반을 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던 가수들이 이제는 앨범을 내도 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디지털 음원, 수익금도 CD 판매에 턱없이 부족하고, 제작비도 수입이 안 되는 현실이 돼버려서… 정말 은혜로운 찬양을 했던 가수들인데… 그런 분들하고 i am melody를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혹시나 2018년 제가 아이엠멜로디를 다시 시작하게 될 수도 있으니, 그것을 위해 기도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