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2017
▲2017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올해의 책’. ⓒ이대웅 기자
본지는 '책 읽는 그리스도인' 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올해의 책 10選'을 선정하고 있다. 4년째를 맞아 출판사·저자·기독서점·평론가·독자 등 출판 관계자 60명에게 2016년 12월 1일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 출간도서 중 각 10권씩 추천을 받았다(자사 도서 2권 이내).

8표 이상을 획득한 도서 10권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저자는 국내 6명과 해외 4명이며, 지난해에 이어 선정된 저자는 팀 켈러·이정규 목사, 김민석 작가 등 3명이다. 지난해와 달리 모두 남성 저자라는 점은 아쉽다. 신생 (1인) 출판사 3곳(도서출판100, 비아토르, 예책)에서 한 권씩 뽑힌 점이 고무적이다. IVP는 지난해에 이어 최다 득표 도서를 배출했으며, 복있는사람에서는 2권이 나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높으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그리스도인 다운 삶'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다수 선정됐다. <야근하는 당신에게>, <복음의 공공성> 등은 성도들의 관심과 사회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도서는 <바울의 공동체 사상>을 쓴 신학자 로버트 뱅크스의 얇은 책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IVP)>로, 13명이 추천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교 목회자의 강연을 바탕으로 한 <루터의 재발견>도 같은 수의 추천을 받았다. 아쉽게 10권에 선택되지 못한 다득표 도서들도 아래에 소개했다. 2018년에도 기독 출판사들의 ‘분투’를 기대하며.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초대교회는 어떻게 세상을 뒤집었나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로버트 뱅크스 | 신현기 역 | IVP | 80쪽 | 6,000원

초대교회 성도들이 어떻게 예배드리고 삶을 살았는지 '소설' 형식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한 '로마 군인'이 그리스도인 부부의 초청을 받아 한 가정에서 드려지는 '예배'에 자연스럽게 참석해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성경을 비롯한 당대 문헌들을 꼼꼼히 참고해 그려냈다.

별다른 훈계나 설교 없이도, 우리가 곧잘 말하는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구호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크기를 추구하고 세력을 과시하는 교회는 교회의 본모습을 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배용하 대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루터의 재발견
종교개혁 500주년, 루터를 말하다

루터의 재발견
최주훈 | 복있는사람 | 348쪽 | 18,000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많은 도서들이 발간된 가운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강연 내용을 토대로 '질문, 저항, 소통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고자 했던' 루터를 그렸다. 여기에 종교개혁 정신이 예술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그리고 루터의 신학을 다뤘다.

다면적 인물인 루터에 대해, 한국의 루터교회 목사로서 자신이 이해하는 루터와 오늘 여기서 건져올릴 종교개혁의 의미를 찾는 데 집중했다. "루터의 삶을 신학적 필터로 잘 설명했다. 저자의 솔직함이 이 책의 매력(이성구 서평가)", "글이 찰지다(박주신 목사)"는 평가를 받았다.

오스 기니스의 저항
변절 요구하는 시대, 주의 편에 서다

오스 기니스의 저항
오스 기니스 | 김진선 역 | 토기장이 | 328쪽 | 14,000원

개신교는 '프로테스탄트', 저항의 종교이다. 문화비평가이자 뛰어난 기독교 변증가인 저자는 현대 세계에서 교회가 받는 도전을 집중 조명하면서, 맥없이 굴복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타협이) 불가능한 사람들(impossible people, 원서 제목)'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21세기를 맞아 박해 대신 다가오는 '유혹'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그럼에도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삶에서 하나님의 자리를 고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도가 살아가야 할 변혁적 삶에 대한 역설(조영민 목사)", "언제까지 교회 안에서만 용감한 사자가 될 것인가(이동식 차장)?"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좋은 것'일수록, 우상이 되기 쉽다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팀 켈러 | 윤종석 역 | 두란노 | 280쪽 | 14,000원

지금은 '팀 켈러의 시대'다. 지지난해 <팀 켈러의 기도>, 지난해 <팀 켈러의 센터처치>에 이어 올해 3년 연속 같은 저자의 책이 선정됐다. '21세기의 C. S. 루이스' 팀 켈러의 대표작으로, 기존의 '돈, 섹스, 권력'뿐 아니라 우리 속에 교묘하게 똬리를 튼 성취, 문화, 종교 등의 우상을 파헤친다.

'설교자'이기에, 늘 접근성 좋은 이야기들로 어렵지 않게 다가와서, 동의를 이끌어낸 다음, 변화로 나아가자고 촉구한다. "두루뭉술하게 알던 마음 속 우상들을 정확하게 핀셋으로 집어낸다(김석 과장)", "팀 켈러 저서들 중 평신도가 읽어야 할 필독서(박미숙 과장)".

복음의 공공성
복음은 개인적 영역에 국한되는가?

복음의 공공성
김근주 | 비아토르 | 446쪽 | 19,000원

구약학자로서 이 시대 성도들에게 부족한, 그러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여러 성경적 가치와 덕목들을 특히 구약 속에서 끄집어내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도 많은 선택을 받았다. 올해의 10권 중 분량상 가장 묵직하다. 그의 시선은 '공동체'와 '정의'에 있다.

이 책에서는 이질적인 '복음'과 '구약'을 그 특유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지속적으로 양질의 책을 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저자 아닐까(최경환 연구원)", "내면화·개인화된 복음의 왜곡을 비판하고 구약과 오늘의 현실적 연결을 통해 공동체적·공적 복음을 드러냈다(강호숙 박사)".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101가지 철학 개념
신학 속 철학 개념들 친절하게 안내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101가지 철학 개념
켈리 제임스 클락 외 | 김지호 역 | 도서출판100 | 256쪽 | 11,500원

(대중성도 중시하는 입장에선) 의외의 선택이지만, 그만큼 현장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철학 용어들이 신학에서 어떻게 이해·사용되는지 알려주는 '개념 사전'으로, 읽다 보면 공부가 된다. 신학 공부 중 불쑥 튀어나오는 철학 용어들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을 위한 책이다.

출판사, 저자, 독자 등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철학자 2인과 신학자 1인이 공저했다. "신생 출판사의 톡톡 튀는 기획과 편집(최경환 연구원)', "통독형 사전.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하루에 두세 장씩이라도 읽었으면 좋겠다(박주신 목사)".

설교자의 일주일
설교자와 말씀·회중·본문, 그 사이에

설교자의 일주일
김영봉 | 복있는사람 | 438쪽 | 19,500원

다양한 교회 사역을 거쳐 현재 '개척 이민교회'를 섬기고 있는, 설교자로서 만들어져 왔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저자가 쓴, '그저 그렇고 그런 설교자의 분투하는 이야기'.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로 나눠 설교자로서 자신의 삶과 경험을 진솔하게 꺼내놓고 있다.

설교를 '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에게 맡겨진 비밀을 지속적으로 알아가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비밀을 비밀로 느끼게 만들며, 그 비밀을 더 알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읽다 보면 나의 설교 준비가 얼마나 허술한지 부끄러워진다(김병년 목사)".

야근하는 당신에게
월화수목'금금금'... 당신의 일주일은

야근하는 당신에게
이정규 | 좋은씨앗 | 232쪽 | 11,000원

그리스도인 직장인들을 위한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야근하는 당신들'을 위한 힐링과 함께, 지나치게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 전체의 상황을 성경적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함께 다루면서, 고난 가운데 위로하시는 하나님을 통해 신앙이 흔들리지 않도록 이끈다.

비기독교인들까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으며, '그리스도인 기업가들에게' 당부하는 내용도 있다. 작년 12월 나온 <출근하는 그리스도인에게>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놓치지 않아야 할 성도로서의 의무와 도리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서자선 집사)."

창조론 연대기
신앙과 과학 사이, 흔들리는 청춘들

창조론 연대기
김민석 | 새물결플러스 | 378쪽 | 16,500원

간증이나 사영리를 넘어 신학이 가미된 묵직한 내용에 '스토리'까지 버무린 '신앙 만화 2.0' 시대를 열어젖힌 작가가, 이번에는 '창조 진화 논쟁'을 놓고 고민하는 고교생들을 중심으로 '로맨스'를 덧입혀 내놓은 신작. 웹툰에 선연재된 내용에 '에필로그'를 추가했다.

지난해 <마가복음 뒷조사>에 이어 '올해의 책'에 2년 연속 선정됐다.  30대 초반인 저자는 10대 시절 학교 과학 수업 시간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들을 가장 최근의 관련 논의와 함께 그려냈다. "반지성주의에 대한 기독 지성계의 응답을 잘 담아낸 결정판(정한욱 원장)".

신학 공부
신학과 신앙이 입맞출 때까지

신학 공부
김진혁 | 예책 | 292쪽 | 15,000원

3권으로 계획된 '질문으로 푸는 조직신학' 첫 도서로, 저자의 첫 본격 국내 저술이기도 하다. 평신도까지 망라해 이 시대 한국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안성맞춤'격인 조직신학 입문서. 49가지 질문에 답하고 있으며, 질문 자체에 배울 점이 있다. 삼위일체론, 섭리론, 신정론 등을 잘 풀어냈다.

하버드와 옥스퍼드를 거치는 등 '교과서적'인 신학 저술을 선보이고 있는 영국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신학 여정과 비슷한 길을 걸어온 저자는 이 첫 저서에서 '한국의 맥그래스'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방식과 열린 태도로 딱딱한(?) 조직신학을 조근조근 풀어준다(서자선 집사)".

올해의 책 2017
▲올해의 책 10권. ⓒ이대웅 기자

◈기타 다득표 도서들

칼 바르트 로마서 육아를 배우다 두 지평
비로소 본래 가치에 값하는 품격을

로마서(칼 바르트)
칼 바르트 | 손성현 역 | 복있는사람 | 1,124쪽 | 60,000원

하나님 경외를 배우는 육아의 과정

육아를 배우다
이요셉 | 토기장이 | 280쪽 | 14,000원

텍스트 시점과 해석자 상황의 융합

두 지평
인터니 티슬턴 | 박규태 역 | IVP | 758쪽 | 35,000원

페어 처치 걷기 속 인문학 땅의 것들
한국의 '선교적 교회' 현장을 가다

페어 처치
이도영 | 새물결플러스 | 408쪽 | 17,000원

길 위의 묵상, 발로 하는 사색과 성찰

걷기 속 인문학
황용필 | 샘솟는기쁨 | 218쪽 | 13,800원

누릴 수도, 안 누릴 수도 없는데…

땅의 것들
조 리그니 | 손현선 역 | 좋은씨앗 | 464쪽 | 18,000원

Refo 500 성경 해설 한 권으로 읽는 기독교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비유 성서 역사와 만나다
일관된 신학이 흐르는 구속사적 주석

Refo 500 성경해설
박우택 | 세움북스 | 460쪽 | 24,000원

견실하고 아름다움, 대중성과 유익함

한 권으로 읽는 기독교
알리스터 맥그래스 | 황을호·전의우 역 | 생명의말씀사 | 504쪽 | 30,000원

탕자의 비유, 중동의 시선으로 보기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비유
케네스 E. 베일리 | 오광만 역 | 이레서원 | 400쪽 | 24,000원

인류 고전 자리잡은 '성서의 문화사'

성서, 역사와 만나다
야로슬라프 펠리칸 | 김경민·양세규 역 | 비아 | 416쪽 |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