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도너패밀리가 주최한 뇌사장기 기증자 유가족 예우 촉구 기자회견 “잘 지내고 있나요?” 현장에서 박진탁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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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너패밀리의 장부순 부회장(기증자 이종훈 모친)은 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의 인사에 이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장 부회장의 아들은 뇌사로 세상과 이별하며 4개의 장기를 기증했다. 그녀는 아들을 떠나 보내던 때를 떠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지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장기기증을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모진 말들은 고스란히 상처가 돼 남았습니다. 아들을 잃은 아픔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오는 상처까지 감당할 수 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 가운데 ‘도너패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이식인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장 부회장은 건강하고 밝게 생활하고 있는 이식인들의 모습에 비로소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유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 가운데서 생명을 살리고자 어려운 결정을 한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예우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위로와 격려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뇌사 장기기증인이 4,000여명에 달했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예우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법적으로 장기 이식인의 정보 공개가 일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장 부회장은 “편지로라도 이식인과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면 그것이 유가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고, 또한 장기기증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하루 속히 뇌사 장기기증자들의 유가족들이 이식인과 안부를 전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 ‘도너패밀리’의 유가족과 신 ·췌장 이식인 모임의 송범식 회장이 사연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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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뇌사로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식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이식인들의 얼굴을 마주하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이어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고 작은 것이다. 그저 이식인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라며 “그 짧은 인사를 전 14년 동안 기다려왔고, 더 오래 기다린 이들도 있을 거다. 오랜 기다림이 끝나고 서로 안부를 건네며 인사할 날이 곧 오길 간절히 기다린다”고 결국 눈물을 훔쳤다.
송범식 회장은 2000년 7월 한 뇌사 장기기증자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이식 받았다. 그는 “제가 지난달 검사를 받았는데 정상인보다 수치가 좋다. 그렇게 관리한 이유 중 하나가 제게 장기를 주고 하늘나라로 가신 그분과 그분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허투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환우도 답답하다. 누구에게 장기를 받았는지 모른다”며 “우리들도 장기를 주신 그분과 가족들의 소식을 알고 싶고, 또 지금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고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편지만이라도 보내고 싶습니다’, ‘뇌사장기기증자의 유가족을 기억해주세요’, ‘그저 잘 지내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생명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장기기증 홍보 가두캠페인이 진행됐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 ‘도너패밀리’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장기기증 유가족과 이식인의 교류를 외치며 장기기증 홍보 가두캠페인을 진행했다. ⓒ김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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