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도너패밀리가 주최한 뇌사장기 기증자 유가족 예우 촉구 기자회견 “잘 지내고 있나요?” 현장에서 박진탁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와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뇌사장기 기증자 유가족 예우 촉구 기자회견 “잘 지내고 있나요?”를 진행했다.

이날 도너패밀리의 장부순 부회장(기증자 이종훈 모친)은 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의 인사에 이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장 부회장의 아들은 뇌사로 세상과 이별하며 4개의 장기를 기증했다. 그녀는 아들을 떠나 보내던 때를 떠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지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장기기증을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모진 말들은 고스란히 상처가 돼 남았습니다. 아들을 잃은 아픔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오는 상처까지 감당할 수 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 가운데 ‘도너패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이식인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장 부회장은 건강하고 밝게 생활하고 있는 이식인들의 모습에 비로소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유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 가운데서 생명을 살리고자 어려운 결정을 한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예우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위로와 격려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뇌사 장기기증인이 4,000여명에 달했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예우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법적으로 장기 이식인의 정보 공개가 일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장 부회장은 “편지로라도 이식인과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면 그것이 유가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고, 또한 장기기증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하루 속히 뇌사 장기기증자들의 유가족들이 이식인과 안부를 전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도너패밀리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 ‘도너패밀리’의 유가족과 신 ·췌장 이식인 모임의 송범식 회장이 사연을 전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이어 도너패밀리의 박상렬 씨(기증자 편준범 모친)와 송범식 회장(신 ·췌장 이식인 모임 회장)이 뇌사 장기기증인 유족과 장기를 이식 받은 사람 사이의 서신교류를 허용해달라며 사연을 전했다.

박씨는 뇌사로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식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이식인들의 얼굴을 마주하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이어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고 작은 것이다. 그저 이식인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라며 “그 짧은 인사를 전 14년 동안 기다려왔고, 더 오래 기다린 이들도 있을 거다. 오랜 기다림이 끝나고 서로 안부를 건네며 인사할 날이 곧 오길 간절히 기다린다”고 결국 눈물을 훔쳤다.

송범식 회장은 2000년 7월 한 뇌사 장기기증자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이식 받았다. 그는 “제가 지난달 검사를 받았는데 정상인보다 수치가 좋다. 그렇게 관리한 이유 중 하나가 제게 장기를 주고 하늘나라로 가신 그분과 그분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허투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환우도 답답하다. 누구에게 장기를 받았는지 모른다”며 “우리들도 장기를 주신 그분과 가족들의 소식을 알고 싶고, 또 지금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고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편지만이라도 보내고 싶습니다’, ‘뇌사장기기증자의 유가족을 기억해주세요’, ‘그저 잘 지내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생명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장기기증 홍보 가두캠페인이 진행됐다.

도너패밀리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 ‘도너패밀리’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장기기증 유가족과 이식인의 교류를 외치며 장기기증 홍보 가두캠페인을 진행했다. ⓒ김신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