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47장 분석의 특수기법(2)

분석치료는 무의식적 동기나 의미를 파악하여 의식화하는데 있다고 했다. 이러한 작업이 간단하지 않다. 무의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꿈-분석을 제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꿈-분석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성화의 과정에 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는 진정한 자기 자신, 즉 본래의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는 분석가의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이유다.

1. 그림에서 내용적 측면의 해석

그림의 내용적 측면은 환자의 무의식적인 세계를 나타낸다. 무의식은 어떤 형태의 상(像)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형상화는 언어에 의한 것보다 생동감을 준다. 이러한 그림을 색채로 나타낼 경우는 무의식의 기능을 활성화 하여 자율적인 기능을 표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런 과정에서 환자의 그림은 대개 정적인 데서 동적인 과정을 거치므로 무의식은 의식으로 활성화되기가 쉽다. 이는 마치 꿈을 보아 나가는 것처럼 새로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신적 발전으로 승화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림을 통한 작업은 미술요법(art therapy)이라고 부르는 치료와는 다른 것이다.

그림의 일반적인 법칙이나 기준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무의식을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무의식을 위해 그린 환자의 그림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하여 정확한 방법은 아니지만, 대체적인 방법과 몇 가지 기준점이 있다. 그것은 대체로 그림의 공간상징, 그림의 운동성, 원근묘사, 균형관계, 색깔, 수 등에 관계되는 것으로 다음의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다.  

1) 그림의 형태와 공간적 기준

그림을 해석하는 데에는 형태적, 공간적 기준이 활용되는 편이다. 이 공간적 기준은 한 장의 도화지를 우주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환자의 심리와 관련시킨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분석자는 구성적인 의미에 따라 환자의 의식과 무의식을 읽어내야 한다.

화면의 공간상징에 있어 공간은 좌우, 상하, 전후, 중간과 변두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도화지의 빈 공간은 하나의 우주와 같은 것이다. 상부는 하늘로서 이성(理性)과 정신적인 것의 좌측이며, 하부는 대지(大地)이며 모성적 본능적, 신체적인 자리로 규정한다. 하늘에 어떤 형상이 떠 있으며 그것은 대지와의 결속이 끊겨 있는가, 또는 지하에 웅크리고 있는가에 따라 심리적인 해석이 달라진다.

먼저 좌우공간의 심리학적 의미를 보면 왼손잡이가 아닌 이상 오른쪽은 우리에게 낯익고 익숙한 측면이기 때문에 환자의 현실, 의식의 세계를 가리킨다. 그 외에도 오른쪽은 외계 혹은 타인과의 관계, 미래, 외향 및 남성적인 것을 나타낸다. 반면 왼쪽은 서투르고 낯설고 생소한 측면으로서 미지의 정신세계, 즉 무의식의 세계를 나타낸다. 그 외에도 왼쪽은 내계와의 관계, 과거, 내향 및 퇴행, 여성적인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림의 형상이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가에 따라 분석자는 대충적인 정신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상하공간의 심리학적 의미는, 위쪽은 의식의 영역, 심리적이고 이상적인 것의 영역을, 아래쪽은 무의식의 영역, 본능과 자연의 영역을 나타낸다. 전후공간의 심리학적 의미는, 전면은 직접적이고 의식적인 것을, 후면은 의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무의식을 나타낸다. 화면의 중간과 변두리에 있어서, 중간에 있는 내용은 변두리에 있는 것보다 심리학적으로 보다 의미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2) 그림의 색채와 심리의 문제

그림의 색채는 환자의 심리와 관련되는 측면이 있다. 색채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색채는 미술학적인 색채론의 시각보다는 그 상징적 의미가 중요시된다. 특히 분석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색채의 상징을 확충(amplification)의 방법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어떤 동기로 그렸든지 간에 환자의 무의식을 발견하는 하나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분석자가 그림에 대한 환자의 설명을 듣는 것도 그림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때의 해석은 꿈의 해석법처럼 주관과 객관단계를 구분하여 분석해야 하는데, 시대의 문화차이에도 불구하고 객체정신을 상징적인 것이나 공통된 색채상징을 파악하는 노력이 분석자에게 요구된다.

그림의 색채는 전체적인 색조에서 우러나오는 분위기를 통하여 느낄 수 있다. 노란머리. 청색바지, 하얀 웃옷, 검은 치마 등의 색채는 전체적으로 연출되는 느낌이 있다. 한 가지 색을 사용한 경우에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는데, 여기에는 분석자의 원숙한 경험의 감각이 요구되고 있다.

3) 그림의 운동성과 심리의 문제

그림에서는 운동성이 관찰되어야 한다. 그림이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정체하고 있는지에 따라 환자의 심리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림이 움직이고 있다면 분석자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주시해야 한다. 움직이고 있는 방향은 대체로 화면의 왼쪽이나 오른쪽 방향, 무질서한 여러 방향, 어떤 특정 대상을 향한 방향 등이 있다.

그림의 운동성은 심리학적으로는 심리적 에너지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다. 운동의 방향이 화면의 왼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는 환자의 심리적 에너지가 무의식의 방향으로 내향하거나 퇴행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에는 심리적 에너지가 의식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때 외계현실과 관계하고자 하는 외향적이고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낸다. 운동의 방향이 무질서하게 여러 방향일 때는 심리 및 정신의 해리의 경향을, 어떤 특정 대상으로 향한 운동성은 그 대상에 대한 공격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참고할 수 있다.

4) 그림의 원근묘사와 전체적인 균형의 구도

그림에서 분석자는 원근묘사와 전체적인 균형구도와 관련을 관찰해야 한다. 그림의 원근묘사에는 전경과 배경으로 구분되는데, 전경은 화면의 전면에 보이는 것이며, 심리학적으로는 직접적이고 의식적인 것이다. 배경은 화면의 후면에 나타나는 것으로서 의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무의식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전경, 즉 의식의 영역에 나타난 그림내용은 배경, 즉 무의식적 영역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과장된 원근묘사는 과장된 의식적 태도를, 그 반면에 원근묘사가 없음은 자아의식의 발달이 미숙한 상태를 나타낸다. 또한 배경이 없음은 무의식에 대한 불안을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 원근묘사가 없는 그림은 정신분열증 환자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의 균형관계에서는 그림에 표현된 중심대상의 균형을 관찰해야 한다. 분석자는 환자의 그림전체 혹은 배경과의 관계가 균형 있게 되어 있는지, 대상 상호간에 균형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이때 그림의 대상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요소 간에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그림의 균형 문제는 심리학적으로는 심리적 에너지의 대응정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 인물의 그림에 있어서 큰 머리와 작은 몸통은 머리 부분에 심리적 에너지가 많이 집착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머리는 그 환자에게 중요한 심리학적 의미를 갖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어떤 중요한 심리학적 의미를 갖고 있느냐는 그 환자의 개인적 연상 및 집단연상이나 생활을 통해 밝혀진다. 그림의 불균형은 대개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5) 그림 주제와의 관련성

분석자는 그림의 주제가 환자의 심리적인 관련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관찰해야 한다. 그림의 주제는 식사, 전쟁, 사랑 등 무수히 많은 주제가 가능하다. 그 주제는 다양한 상징을 표현한 것이다. 분석자는 꿈-해석의 원리처럼 각각의 상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나무, 동물, 인물, 호수, 시내, 바다, 성(性), 곤충, 기계,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동화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본래 지니고 있는 상징과 관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자는 환자의 필치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 선의 움직임, 강도, 격렬성, 어떤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여 그린 것인지를 관찰해야 한다. 만약 어떤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여 진한 빛깔의 바탕을 그려 돋보이게 하였다면, 그 상에 내포된 이미지와 관련된 감정의 정도를 표현한 것이다.

만약 수(數)의 상징이 등장하였다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새나 짐승 등이 몇으로 나타났는지, 3각 또는 4각의 모양으로 어떤 것이 배열되었는지를 관찰한다. 3위(Triade)와 4위(Quaternio)는 역사적으로 보편성과 특수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인류의 정신적 유산, 특히 각종 종교의 표상, 민속자료 등에서 그렇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환자는 단순하게 자신의 가족원들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그림이 때로 독특하다는 연구도 있다. 이 그림들은 꿈처럼 자신의 외적 현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 그림들은 대체로 원형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기괴한 기운이 감돌고, 보는 이는 하여금 혐오감과 경악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의 무시무시한 혼돈의 세계나 마음을 압도하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그림들은 때로 마음의 심층을 소박하게 표현한 것들이어서 일반의 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강렬한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 혼돈과 분열 속에서 질서를 회복해가는 그림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느낌도 갖게 한다. 전반적으로는 환자가 어떤 그림을 그렸던지 그림의 주제는 주로 환자 자신의 내적 현실, 즉 심리적 상황을 표현하는 것은 분명하다.

때로 환자의 그림을 보며 분석자는 전문적인 해석을 내릴 수도 있지만, 환자의 무의식의 상태가 자유연상을 통하여 표출된 신선한 작품정도로 여기는 단순한 자세도 필요하다. 그것은 환자 자신의 마음이 투사된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분석자는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듯이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흥미로운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분석자에게 꿈-해석 원리를 적용하여 그 내용의 심리학적 의미를 살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분석자에게 환자의 개인연상과 집단연상을 통해 파악해가는 확충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2. 적극적인 명상의 기법

적극적 명상은 다른 학파와는 달리 분석심리학파에서 시도하는 독특한 분석기법이다. 융은 분석치료를 위하여 의식과 무의식의 만남과 대결, 이를 소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통합하는 개성화(Individuation)를 달성한다. 개성화의 과정에서 분석가는 환자의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 이를 동화해 가는 목적으로 꿈을 분석하면서 그림분석을 시도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전혀 다른 방법이 있는데, 이는 환자가 직접 명상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1) 적극적 명상과 환상

적극적 명상은 무의식을 직접 체험해보는 특이한 방법이다. 이 적극적 명상은 분석자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기보다는 환자 스스로가 명상하여 자신에게서 나오는 여러 상(像)을 만나는 보다 높은 차원의 자기성찰의 방법이다. 이 적극적 명상에서는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나 환상, 강박관념, 백일몽 등의 내용들을 경계하고 아무런 비판 없이 편안하게 명상에 잠기는 것이다. 이 명상에서는 환상(Phantasie)이 중요한데, 여기서는 환상이라는 방법이 필연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환상에는 두 가지, 적극적 환상과 피동적 환상이 있다. 융에 의하면 적극적 환상(aktive Phantasie)이란 능동적인 성격으로서 직관, 즉 무의식을 인지하려는 자세에 입각하여 행해지는 것이다. 이때 리비도(Libido)는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모든 요소들을 직접 사로잡으며, 이에 해당하는 모든 요소들을 연상케 함으로써 고도의 명확성과 인식가능성을 부여한다. 피동적 환상(passive Phantasie)이란 수동적인 태도로서 직관적 자세를 미리 갖지 않는 것이다. 이 피동적 환상은 정신의 해리(dissociation)를 수반하는, 즉 일종의 분열현상이 어느 정도 일어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정신의 해리현상은 의식에 대립되어 나타나는 것이며 병(病)적 또는 이상한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 환상에서는 수행자의 적극적인 참여 자세로 인해 해리상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의식 역시 무의식에 대립적 관계도 아니라 보충적 관계이다. 이는 차원 높은 고도의 정신활동, 즉 의식과 무의식이 성격이 통합되는 적극적 환상작업이다. 분석자의 지도를 받을 필요도 없는 이 작업은 단지 명상 수행자가 자아와 무의식과의 대면을 목적으로 한다.

2) 적극적 명상의 조건

적극적 명상의 작업은 성숙된 자아를 필요로 한다. 이 작업은 분석에서 아무나 할 수 있고 환자가 반드시 시도해야 작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아기능이 약한 사람은 무의식에 휘말리는 위험도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성숙된 자아기능이 필요하다. 적극적 명상은 수행자가 무의식에서 경험되는 현상과 직면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시도자는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시각적 환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며 때로는 청각적으로 듣는 경우도 발생한다. 여기에는 우선 수행자의 자아관조를 통해 환상이 일어나게 만드는(Geschehenlassen) 현상이 있고, 수행자가 그 일어난 환상이나 환청과 적극적으로 직면하는(dialekti- sche Auseinandersetzung) 것도 발생한다.

융은 이 방법을 스스로 시도해 보았고 제자들에게도 권했다고 한다. 특별히 그의 제자 중에서도 한나(B. Hannah)여사와 폰 프란츠(M.-L. von Franz)여사 등이 시도하여 이를 통항 임상사례로 발표하였다고 한다. 한나 여사가 한 여성을 분석한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 심한 환청에 시달리는 이 환자는 파괴적이고 위험한 소리에 영향을 받았다. 한나 여사는 그 여환자로 하여금 적극적 명상을 시켰다.

환자는 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져 그가 누구인지, 무슨 이유로 그녀를 괴롭히는지를 질문하며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파괴적이고 위험했던 소리의 내용은 차츰 감소되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바뀌어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 그 환자는 완쾌되어 결혼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3) 적극적 명상의 과정

적극적 명상을 수행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기술된다. 수행자는 고요한 묵상이나 환상이 '일어나도록 함'에 있어서 집중이 가능한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외부영향을 차단시켜 명상에 집중하여 어떤 상(像)이 나타나면, 그 상이 스스로 변화(sich wandeln)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때 수행자는 무의식적 내용을 억압하는 의식의 영향을 약화시키면서 그 상(像)이 어떻게 전개되어 변하는가를 관찰해야 한다.

이때 수행자에게 나타난 상(像)을 인위적으로 지우려고 하거나 거부감을 나타낼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직면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면 그 상은 자유로운 변화를 일으킨다. 만약 뱀이 나타났다면 그 뱀은 그대로 있지 않고 점차 사라지면서 다른 상(像)으로 바뀌게 되면서 이어서 전혀 새로운 상이 나타나게 된다.

물론 수행자는 어둠과 밝음으로 애써 구분하려는 심리적 작용이 수반되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수행자에게 상당한 시간 부정적인 상이 나타난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수행자는 빨리 지우려고 하는 유혹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때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자아를 더 강하게 인식하는 자세이다. 실로 무의식과의 대면은 공포적인 대결을 경험하는 터널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수행자에게는 명상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용기와 확신, 그리고 인내가 요구된다.  

4) 원형상과의 대면

자기원형상과의 대면은 초월적인 경험이다. 그것은 가장 깊은 무의식에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상을 '일어나게 함'이 성공하면, 수행자는 그 상(像)과 함께 행동하고 직면하는 과정에서 신비로운 자기 원형을 대면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초월기능의 작용이라 부른다. 이것은 거의 꿈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은 유사한 체험이라는 점에서 명상에서 나타나는 상은 마치 꿈에 대하는 것과 기분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수행자 자신이 꿈을 꾸는 것으로 착각될 수도 있다. 이때 무시무시한 상이 나타나면 재빨리 눈을 뜨고 싶어지는데, 이는 그 상을 지워버리기 위해서다. 이때 용기와 인내가 수행자에게 필요하다. 명상을 통하여 무의식의 깊은 세계를 체험해보지 않는 사람은 이런 체험이 신비하면서도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이것은 사람이 신비스런 것에 직면한다는 것은 희열이면서도 두려움이라는 이중성을 경험하는 특이한 현상이다.

만약 호랑이의 상이 명상에서 나타났다면, 그 호랑이와 대화를 해보아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물론 공포감을 느끼며 호랑이와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대화는 단순히 호랑이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대화하는 것이 된다. 이런 대화를 통하여 호랑이는 다른 상으로 변형되고, 결국 그 상(像)은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호랑이를 내 자신의 일부로 수용함으로써 나에게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 때의 기분은 어떤 것이며 또 어떤 깨달음과 느낌을 갖게 되었는지. 이것은 수행자 본인이 직접 체험하게 되는 느낌과 스스로의 해석이 따르는 경험이다. 어떤 이론적인 지식이 필요 없으며 거의 직감적이고 직관적 작용에 해당하는 현상이다.

적극적인 명상과 관련하여 저자의 경험 사례를 예로 든다. 저자는 7일 단위로 두 번을 시도해 보았다. 이를 자세히 밝히기는 어려워 대략적으로 밝힌다. 첫 번째 7일에서는 조용한 집에서 시도해 보았는데 3일째가 힘들었다. 가족과 격리된 장소에서 본격적으로 물만 마시며 시도해 보았다. 물론 이상한 환상도 보이고 이상한 소리도 들리며 상당한 두려움도 있었다. 뱀이 나타나기도 하고 표현하기 곤란한 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등 견디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3일 후에는 이런 상들이 다 사라지고 무의식에 깊이 들어갈 수 있어 참으로 고요하고 마음이 평안했다. 이는 진정한 나의 무의식이 나의 자아에 다가옴으로써 새로운 존재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평안함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한적한 바위산에서 시도하였다. 인적을 마주할 수 없는 바위산의 정상에서의 일주일은 마치 무슨 도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특별히 밤에는 명상하기에 매우 힘들고 어려운 점이 있다. 이것은 밤에 홀로 산에 있다고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세상을 등진 우주에 홀로 선 외로움, 밤의 적막감, 어두움에 대한 공포, 마음 깊은 곳에서 기대되는 밝은 날에 대한 희망 등이 지배적이다.

산에서 홀로 직면하는 어두움은 유난히 두려움을 주며, 여름인데도 춥고 무섭지만, 그런 밤에는 명상이 잘 진행되지 않았고 밝은 낮이 훨씬 좋았다. 낮이 주는 평온함과 고요함은 깊은 대지 속으로 들어가는 듯 심오함을 깨닫게 하였다. 낮과 밤의 교차로 인한 명상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명상도중에 신비로운 상념에 이르러 황홀함을 느낄 수도 있다. 실로 이 명상작업은 힘들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이끄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신비로움이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신적 에너지와 희열을 맛보는 특이함이 있었다.

3. 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앞 장에 이어서 분석의 특수기법에 대하여 기술했다. 분석심리학에서 분석치료의 주된 관심은 무의식에 있는데, 이는 환자의 심리현상에 드러나는 무의식적 동기나 의미를 의식화하는데 있기 때문이었다. 무의식을 의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화 이상의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경우 환자로부터 제시되는 의식이란 피상적으로 되기도 하고 심화되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의식화 과정을 포기해야 하는 수도 있었다.

이는 실로 의식화 과정, 즉 개성화의 과정분석자의 능력과 경험이 환자와 조화를 이룰 때만 효과적으로 되는 하나의 예술적 작품과도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였다. 환자의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야 하는 무의식을 위한 기법은 특수기법에 해당하며 분석자의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