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셉
▲주요셉 목사(시인/소설가/결혼사역자/반동성애운동가, 헤세드결혼문화선교회 대표/www.hesedwem.net,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www.antihomo.net).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가 무척 어려운 존재다. 외부의 한계도 그렇지만, 스스로 설정한 내면의 한계 또한 쉽게 극복치 못하는 경우를 본다. 열등감 또한 그런 예에 속할 것이다.

네 번째로 살펴볼 결혼장애요소는 열등감 장애물이다. 미혼청년들 중 결혼에 자신감을 잃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데, 자신이 설정한 기준점에 미달한 자신을 그대로 용인하고 체념해버리는 경우다. 그들은 남들보다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핑계로 이성에게 자신 있게 다가가지 못하거나 쉽게 결혼의지를 꺾어버린다. 그리곤 내면의 욕구와 소원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자학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실상 그런 미혼청년들을 깊이 상담해보면,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통찰하지 못하고 외부의 환경과 사람 탓을 하며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걸 본다. 언론이 삼포세대라는 둥 칠포세대라는 둥 기를 죽이는 보도를 남발하니 자연스레 길들여지고 주눅 든 청년들만을 탓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칼자루는 본인이 쥔 것이기에 분발을 촉구한다.

일반적으로 원치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했을 경우 자신감이 떨어지고 열등감을 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난한 가정환경, 편부모 및 고아로 성장한 케이스, 학대받거나 부모이혼 가정, 외모 불만족 등은 일차적 원인이다. 거기에 더해 원하는 학교 진학 실패, 본인이 원하는 직장 미취업, 재정 신용등급 미달, 지난날 이성교제 실패 등의 이차적 원인이 더해지면 열등감은 더욱 증폭된다. 그로 말미암아 자신은 도저히 결혼할 자신이 없고 이성에게 인기도 없어 차라리 결혼생각을 접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에까지 이른다. 그들 심정이 오죽하면 그랬겠냐 동정이 가면서도, 결혼문제를 푸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기에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껏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음에도 결혼 못한 미혼남자들의 상당수, 미혼여자들의 일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은 결혼문제에서 지나치게 위축돼 있고, 자신이 설정한 한계범위를 쉽게 극복 못하고, 주변에서 도와주려고 해도 지나치게 부담스러우면 잠적하거나 포기하는 퇴행적 행동을 반복한다. 얼마든지 가능성이 열려있음에도 스스로 굳게 걸어 잠근 마음빗장을 열지 못한 채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제풀에 꺾이거나 주저앉아 버린다. 이를 도와주려 다가가도 오히려 도망치듯 관계를 단절하는 모습을 볼 때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물론 그런 열등감을 지혜롭게 잘 극복하고 결혼의 높은 문턱을 넘어선 훌륭한 미혼청년들 또한 많다. 그들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지난날 과거의 불행이나 외적조건의 좋고 나쁨은 단지 핑계거리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외적조건보다 마음의 열등감을 털어낸 것이 결혼성공의 비결이라고 고백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내가 그런 말이나 평가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시해버리면 얼마든지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법이다. 고집불통이나 유아독존이 되라는 게 아니라, 내게 쏟아지는 부정적 반응에 귀를 막고 긍정적 반응에 집중하고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릴 경우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성경에도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열등감에 심하게 사로잡혀 있거나 미극복 상태인 미혼청년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헤매곤 한다. 밝은 빛을 비춰줘도 그 빛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거부하며 탈출구 없는 미로(迷路) 속에서 끊임없이 암중모색(暗中摸索)하다가 마침내 출옥(出獄)을 거부한다. 굳이 힘들게 결혼할 필요가 있겠냐는 자기합리화. 그 순간 짓눌렀던 심적 부담감이 사라지고 홀가분해진다. 결혼이 필수 아닌 선택 옵션이 돼버린 세태는 이러한 심리를 더욱 부추긴다. 그래서 결국 미혼상태로 나이를 계속 먹어 결혼한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 못할 단계로 접어든다. 그 마음에 여전히 결혼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면 그때라도 결혼을 시도하겠지만, 더욱 절망적 상황으로 뒤바뀐 현실에 좌절감만 깊어질 수밖에. 필자는 그런 안타까운 이들을 여럿 상담한 사례가 있다.

결혼
▲ⓒ픽사베이
열등감이 심한 미혼청년들을 깊이 상담해보면 그들 내면에 타인에 대한 선망(羨望)이 매우 강렬함을 발견한다. 그들은 사실 타인처럼 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미워하고 학대하다가 결국 자신에게 영원히 풀려날 수 없는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너는 영원히 구제불능이야! 너 같은 게 무슨 결혼이라구..." 그렇게 슬픔을 지나 체념을 지나 자기학대를 지나 종신형 선고를 내리면, 더는 결혼을 꿈꾸지도 부러워하지도 않게 된다. 부러워하면 할수록 상처가 덧나고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결혼 이외의 것들에 초점을 돌리며 집착하게 된다. 이런 비극적 아이러니를 예방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본인이 거부하면 또 어쩔 수 없는 한계성도 있다. 그래서 결혼사역은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워낙 다양한 케이스, 천차만별의 모습과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물의 골짜기를 빠져나오길 호소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들을 어떻게든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열등감으로 인한 장애요소를 사안별로 살펴보면, 첫째) 가정형편이 어려웠거나 현재도 어려운 경우, 둘째) 학력이 낮은 경우, 셋째) 직장이 있어도 변변치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 넷째) 외모에 자신 없거나 위축된 경우, 다섯째) 과거 때문에 죄책감을 심하게 겪는 경우 등이다.

이럴 경우엔 사안을 구별해서 하나씩 풀어줘야 함은 물론이다. 잔가지를 하나씩 꺾으면 쉽게 꺾이지만, 한 묶음으로 묶으면 쉽게 꺾을 수 없는 원리와도 같다. 열등감도 여러 종류가 뭉쳐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장애요소와 뒤엉켜있기에, 미혼청년들의 심리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들이 묶여있는 것들로부터 천천히 자유함을 얻도록 도와야 함을 물론이다. 그리스도의 빛이 들어가면 쉬울 텐데, 이상스럽게도 크리스천들마저 그 빛을 차단한 채 결혼문제만큼은 자신의 전적인 책임이며 자신의 주권 하에 결정되는 문제로 오진(誤診)하기에 병세는 날로 깊어간다.

필자는 지금껏 개인경험과 수많은 임상경험을 통해서 결혼문제에서의 주권(主權)이 개인에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음을 경험했다. 일반인들에게 적용하면, 하늘의 뜻이라고 해두면 좋고 '짚신에도 짝이 있다'는 속담이 매우 시의적절하다. 영적인 의미에서 독신의 은사자(고전 7:7, 마 19:12)가 아닌 경우, 하나님께서 짝지워주신 배필이 반드시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미혼청년은 결혼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되며,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사람, 누가 보더라도 서로 어울려 보이는 배우자를 소망해야 하며 그런 짝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열등감이 깊은 어떤 이들의 내면엔 자신의 수준과 무관하게 터무니없는 수준의 배필을 오매불망 소원하는 이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럴 경우엔 비극이며, 그 비극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현실의 결혼 문이 열리는 건 분수에 맞는 눈높이와 깊은 열등감으로부터의 자유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 깊은 어둠의 터널에서 괴로워하는 미혼청년에게 이 글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