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지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지. ⓒ김신의 기자

싱어송라이터가 흔치 않았던 1995년, 김수지 씨는 자신의 자작곡을 담은 1집 ‘하나님을 느낌’을 발표하며 CCM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앨범 자켓부터 노래의 음률까지 기존 기독교 음악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던 것들이었다. 이후 그녀는 기존 대중음악계의 매력을 앨범에 담아 매번 CCM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2004년 정규앨범 5집을 내며 “하나님이 그만 두라고 하시면 미련 없이 제 사역의 자리를 내려놓을 생각”이라고 했던 그녀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사역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또 다시 하나님으로부터 사인(sign)을 받아 사역 12년째 되던 해 사역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다시 11년, 그녀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소식을 전했다.

-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요즘 새롭게 자라난 세대를 위해서 자기 소개와 사역할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 전해주세요.

“제가 1995년도에 첫 번째 음반을 냈는데요. 제가 사역한 기간은 가스펠, CCM, 교회음악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기라고 할지, 그땐 수요가 많을 뿐 아니라 CCM이 교회에 주는 영향력이 컸어요. 당시 활동하시는 분들이 30-40대가 많아서, 제가 대학생인데 어린 사역자였어요. 나이도 어린데다 싱어송라이터라 많은 분들이 주의 깊게 봐주신 거 같아요. 크고 작은 집회로 약 2,500번의 사역, 많을 땐 한 달에 30-40번, 그렇게 2006년 12월까지 사역을 했어요. 지금 제 또래 분들은 여전히 ‘들어보겠니’, ‘이 시간 너의 맘 속에’ 곡을 기억해주시더라고요.”

- 아하, 저도 알고 있어요(^^). 전 나중에 알게 됐는데, 많은 곡들에서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더 관대하고 잘 이해해줄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사랑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저도 자존감이 떨어질 때가 있지만, 하나님께서 절 사랑하신단 걸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믿고, 또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고 아낄 수 있는 거 같아요.”

- 작곡은 어떻게 하시는지.

“사람마다 작곡 스타일이 천차만별인데요. 많은 분들이 피아노를 치면서 선율을 작곡하고 작사를 하거나, 편곡을 다 하고 곡을 붙이시기도 하는데, 저는 가사를 먼저 쓰고 그 후에 곡을 쓰거나, 곡과 가사를 같이 써요. 주로 오선지에다가 작곡을 하는데, 곡을 먼저 쓴 적은 없는 거 같아요. 가사를 더 중요시 여기는 타입이죠. 어렸을 땐 피아노를 배웠고, 아버지께서 노래를 잘 하셨어요. 처음 곡을 쓴 것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선생님이 마음에 드셨는지 큰 모조지에 악보를 그려오라고 해서 반 애들이 다 같이 불렀던 적이 있어요.”

김수지
▲“지금 이 순간이 선물”이라는 김수지. ⓒ김신의 기자

-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간 정말 잘 지냈어요(웃음). 남편 곽상엽 씨는 사업하느라 바쁘고 저도 늦은 나이에 전혀 다른 분야를 공부하니 쉽진 않았는데,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그 이후엔 곡을 쓰고 지냈어요.

지금은 서울에 올 때면 부모님이랑 같이 지내는데, 성경에도 항상 감사하라 써 있지만 그냥 감사해요. 엄마도 나도 자주 아프긴 하지만 누구 하나 큰 병 없이, 가족이랑 모여 살 수 있단 것이 너무 큰 행복이에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글 때처럼 충만함이 삶에서 느껴져요. 과거는 지나간 추억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미스테리인데, 지금 이 순간은 선물이잖아요. 먼 훗날 바라볼 때 추억할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감사한 거 같아요.”

- 하나님은 어떻게 만나시게 되셨나요?

“제가 모태신앙이라 처음엔 그냥 교회가 너무 좋아서 교회를 열심히 다녔어요. 어린 나이에는 비나 눈이 오면 위험하니까 부모님이 교회 가지 말라고 하는데, 넘어지면서도 교회를 가는 게 그렇게 좋았죠.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수련회에서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났어요. 그때 처음 음악이란 달란트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단 소원도 갖게 됐어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은 교회를 오래 다니거나 주일성수를 열심히 하는 것과 정말 다른 거 같아요. 하나님을 만나면 예배가 그냥 교회에서 드리는 게 아니라 하나님과의 사귐이 시작되는, 그게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겉으론 티가 안 나도, 그 사람의 내면, 삶이 바뀌어요.”

- 오랜 기간 사역을 할 수 있던 동기나 하나님과의 특별한 추억이 있나요?

“음… 사람은 자기가 보고 느끼고 인식하는 만큼의 세상을 살아요. 하나님도 마찬가지에요. 하나님은 한 분이시지만, 크리스천들의 수만큼 내가 경험한 하나님과 저분이 경험한 하나님, 신앙의 고백이 있잖아요? 제가 경험한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세요. 부정한 일을 저질러도 어떤 좋은 결과를 얻을 순 있지만, 행복한 것도 아니고 분명 마음에 불편함, 껄끄러움이 남아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게 아니죠. 그래서 제가 바르고 열심히 살 수밖에 없어요. 그럼 내가 행복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니까.

하나님을 위해 찬양한다는 말은… 뭐랄까 찬양은,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만든 피조물이라 당연한 일이고, 또 제게 기쁜 일이에요. 물론 사역하면서 힘든 일, 고난도 겪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기쁨, 행복이 있고, 그로 인해 하나님께서 기뻐하세요. 지금도 제가 노래하는 게 기쁘고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리란 믿음이 있기에,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어요.”

김수지
▲2018년 한 해의 표어가 ‘문턱 낮추기’라는 김수지. ⓒ김신의 기자

- 이번에 새 앨범을 내신다고 들었는데요.

“곽상엽 씨랑 같이 ‘라벤더커피’ 그룹을 만들었는데, 사실 대중음악이에요. 사람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대학생 시절부터 12년 간 사역의 울타리 안에만 있었잖아요. 사실 사회생활도 한 적이 없는 거죠. 그러다 10여년 간 다양한 사람들을 공부하면서 생각의 지평이 넓어졌어요.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느낀 것이,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교회 문턱이 참 높단 거였어요. 예전에는 불교, 기독교, 무속신앙 등 종교를 가진 것이 대수롭지 않았는데, 이질적이게 되어버렸어요. 보이지 않는 믿음보다 점점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되어가는 세대가 되어가는 거죠.

발표예정인 곡 중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란 곡이 있는데,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노래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일단 사람들이 내 눈에 보이는 것 이외의 것이 있음을 인식하고 생각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고, 또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위로하고 힘을 주고, 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첫 번째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는 그런 곡이 필요하단 생각이었어요. 문턱이 낮아져서 사람들이 ‘이런 평안, 쉼을 얻는 게 교회라고? 그럼 나도 가볼까?’ 이런 생각 할 수 있도록. 사실 하나님을 믿는 게 중요하잖아요. 하나님이란 존재가 뭐지? 영적인 것? 그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장르가 가요인데 어렵지 않으세요?

“사실 제가 생각하기엔 일반 가요와 CCM 중간의 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정적으로 보는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중요한 일이고 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많은 분들도 하고 계시지만, 음악은 유니버셜 랭귀지이자 범공동체적 언어잖아요.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권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전 음악으로 씨를 뿌리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듣는 사람의 마음에서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성령께 맡기고, 아마 크리스천인 분들은 제 음악에서 ‘예수님’, ‘하나님’ 이런 단어가 없어도 무얼 말씀하시는지 느낄 수 있을 거에요.”

- 이번에 서울, 부산, 대전에서 공연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공연은 티켓을 판매하잖아요. 처음 공연을 준비할 때 남편이랑 고민하면서 10여년 만에 ‘라벤더커피’란 이름으로 음악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갖고 무료 공연으로 선물을 드리자. 하나님 앞에선 헌신하잔 마음이었어요. 10여년 만에 음악을 다시 하려니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조율도 어렵고, 살도 많이 빠졌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시켜서는 못하죠. 감사하고 기쁘니까 할 수 있어요. 영상도 준비되고 있고 토크 콘서트 형식이에요. 가을처럼 잔잔하게 스며들면서 연주 팀들과 함께, 편안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즐기실 수 있는 공연이 될 거 같아요.”

- 요즘 많은 CCM 사역자들이 어려움 속에 있는데요, 그들에게 메시지 던진다면.

“제가 해외에 있었으니, 사실 저는 잘 모르잖아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일을 시작할 때 하나님의 컨택이 있었을 테고, 그 첫 마음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찬양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말 밖엔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너무 고생하신다고, 정말 대단하시고 너무 멋지시다고, 우리 오늘 하루 또 열심히 달리자고 이렇게 밖에 할 말이 없네요.”

- 앞으로의 사역 방향

“하나님께서 어떻게 바꾸실지 모르겠지만, CCM은 김수지고, 라벤더커피는 대중음악으로 활동할 거 같아요. 물론 대중음악이래도 김수지랑 곽상엽인데 정체성이 왔다 갔다 하진 않겠죠(웃음). 근본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고, 열심히 하게 될 거 같아요. 2018년 한 해의 표어는 ‘문턱 낮추기’예요. 지역주민을 위한 공연과 봉사, 교회 카페 등 100회의 공연을 갖는 게 목표지만 어떻게 인도하실지 모르겠어요.”

- 마지막으로 기도제목이 있으시다면.

“제가 진짜 마음 아팠던 것이, 우리나라에서 크리스천들 하면 신세대였어요.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 깨어있는 사람들, 문맥을 깨뜨리고 존경 받았던 것이 크리스천이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지탄을 받게 됐는지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죠. 우리가 더 잘 살아야지.

이런 말이 있어요. 무디가 한 말인데, ‘백명 중 한 명은 성경을 읽고 나머지 99명은 그리스도인을 읽는다’는 말이에요. 우리의 모습, 말과 행동이 중요한 거 같아요. 먼저는 공연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기쁜 마음으로, 다 함께 누리면서 마치는 게 첫 번째 기도제목이에요. ‘라벤더커피’의 음악이 그리스도인을 읽는 99명의 마음에 좋은 씨가 됐으면 해요.

그리고 2018년도 ‘문턱 낮추기’ 캠페인이 잘 될 수 있기를, 이게 두 번째 기도제목이에요. 크고 작은 100회의 사역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보여지진 않아도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음악을 통해서 믿지 않는 이들에게 하나님을 전할 수 있도록, 마음이 맞는 분들이 연락 주시고 동참해주시고 함께 움직여서 교회의 문턱을 낮출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