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쉼, 정담 그리고 돌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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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쉼을 기대한다. 의식주 해결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환경을 수용하고 있는 활동에서부터, 생명 가진 자의 존립 가치를 특정한 그 무엇에 두고 이를 위하여 침잠하거나 때로는 호전적인 활동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쉼을 갈망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는 잠에서 깬 시간과 잠든 시간의 조합이다. 하루 안에 잠이라는 쉼이 있기에 새로운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생은 쉼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지된다. 우리들에게 쉼은 활동의 보상이 아니라 쉼을 위하여 기꺼이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활동은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진행된다. 대화 없이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조화로우며 보편적 가치들을 실천한다. 눈을 뜨면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로부터 하루가 전개 된다. 대화는 곧 사회이며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그래서 대화는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를 형성하는 범우주적 기능이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사랑하고 헌신하며 선한 목적들을 실천하고 조율한다. 그러나 대화는 선한 가치만을 수용하지 않는다. 대화는 마치 물과 같아서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극한의 악재적 기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휴가철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역동적인 피서를 계획하거나 자신만을 위한 특별하고도 고요한 칩거의 쉼이 주어지는 시간이다. 어떠한 형태의 쉼이건 한번쯤 밤하늘을 우러르며 우리들은 어떤 대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돌아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대화는 주관적인 생각, 일방적 사고를 관철시키는 수단이 아니다. 대화는 상대방과의 어울림이다. 대화는 마음 깊은 자리까지 파고드는 감동일 수도 있으나 불편한 심기를 참아야 하는 암울한 인내를 발휘해야 하는 고통을 수반할 때도 적지 않다.

우리는 다양한 만남을 통해 대화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의식주 이야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식상한 대화에 익숙하다. 주변 사람들의 성공담을 주제로, 소유와 소유의 과정을 무용담처럼 고루하고 따분하게 쏟아내기 일쑤이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많이 소유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의 힘으로 인하여 인생길이 지극히 짧음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지성의 사회에서 소유의 가치는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없다. 빈털터리로 가야 하는 죽음 길을 우리는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담을 원하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정담에서부터 화로 불에 손을 녹이던, 사랑방에서 허허실실 웃어넘기던 정담을 그리워한다.

복잡하고 획일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정담을 나누기를 원한다. 갈등과 대립 없던 동심을 찾아내기를 원한다. 가슴 시린 이야기 한 번 없던 그날의 순수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부요한 자들의 호화로운 여행보다 기꺼이 이런 상황에서도, 저런 환경에서도 쉼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정담은 철저히 쉼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쉼을 통하여 정담을 나누며 인생길을 걸어간다. 인생길 걷다 보면 쉼과 더불어 돌아봄의 시간이 절실히 요구된다. 돌아봄을 통해 유한한 인생길 어디쯤 걸어가고 있는가를 깨닫게 된다. 돌아보니 아픔이고 후회이면 앞을 보고 더 걸어가면 된다. 굳이 아픔이고 후회스러운 과거를 돌아볼 이유는 없다.

돌아보아야 상처이고 갈등이고 좌절이라면, 앞을 보고 분연히 일어나 계속 걸어가면 그만이다. 앞을 보고 걷다 보면, 다시 돌아볼 시간이 도래한다. 다시 돌아볼 때 지난날이 추억이고 환희이면 지금 우리들은 인생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쉼, 정담 그리고 돌아봄의 조화이다.
쉼을 통하여 정담을 나누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돌아봄의 시간을 마음에 담는, 조화로운 휴가 기간이기를 기대한다.

하민국 목사(인천 백석동 새로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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