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도 참 많고, 맛있는 음식도, 즐거운 일도 많다. 아마 천 년 동안 살면서 해 보고 싶은 일에 다 도전해도, 못해본 것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더욱 분명한 것은, 천 년 동안 그 모든 도전에 성공해도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배워보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 일..., 사람들은 그것을 '꿈'이라 부른다.

실제로 세상에서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웃음이나 감동을 주는 일 등등을 통해 얻는 기쁨은 참으로 크다. 특히 남자에게는 명예욕이 강해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일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다 가족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지만 자신의 일에 승부욕을 가지고 매달리게 되며, 괜찮은 성과를 얻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뛰고 덜 자고 하다 보니 자연히 가족에게서 멀어지게 된다.

물론 밖에서 분주하게 보내는 시간들은 남들보다 많은 노하우와 기량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 크든 작든 놓치는 것들이 생기게 되는데, 가진 것과 놓친 것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인생에는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가지가 너무 많으면 영양분을 빼앗기게 되어 어떤 가지도 건강하지 못하고 그저 무성하기만 한 상태가 된다. 크고 작게 모두 필요한 가지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건강하고 좋은 나무가 되려면 잔가지들을 잘라내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한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자녀들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나 부모에게 할 도리를 다하는 것, 그리고 자기 가족을 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연애는 다큐다
▲ⓒ박민호
영화 <버킷리스트(2007)>에 나오는 불치병 노인 에드워드와 카터는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꼭 해 보고 싶은 일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적게 된다. 그 소원들이란 '눈물 날 때까지 웃어보기'와 같은 현실적인 것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숙녀와 키스하기' 같은 비현실적인 것, 상당한 재력가인 에드워드(잭 니콜슨)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호화로운 여행까지 다양했다. 그들은 소원들을 하나씩 이룰 때마다 리스트의 내용들을 지워나간다.

그러던 두 사람은 다투게 되고, 여행을 접은 뒤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어느 날 에드워드는 카터(모건 프리먼)가 권유했지만 말도 안 된다며 거절했던, 오랫동안 인연을 끊고 왕래하지 않은 딸을 찾아가게 된다. 창 밖에서만 보이는 그는 딸에게 무언가 말하고, 딸은 아버지를 받아들인 후 손녀딸을 소개한다. 감격한 에드워드는 앉아서 두 팔을 벌려 어린 손녀를 안아주고, 꼬마의 볼에 뽀뽀를 했다. 그 집을 나온 잭은 리스트를 꺼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숙녀와 키스하기'라는 목록을 지운다.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자기 집에 두고, 밖을 헤매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인생의 여러가지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것을 찾아낼 수 없고, 그 영양분이 절대 내 영혼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차피 다 해내지도 못할 일들이라면, 어차피 다 해봐도 끝내 나의 영혼을 채울 수 없는 일들이라면 과감히 잘라내고 소중한 것을 위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에게는 이 세상이 끝이 아니다. 천국은 매일 찬송가만 부르는 따분한 곳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움과 모든 것이 가능한, 정말 신나는 세상이다. 거기서는 즐거우면서도 죄가 되는 것이 없는 진정한 기쁨과 꿈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인생에서의 실현만을 꿈꾸며 고집하는 것은 마치 안락한 자궁 속을 벗어나기 싫어 바깥 세상을 알려고 하지도 않으며 거부하는 신생아보다 더욱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지금 내 인생에 뻗쳐놓은 가지들을 돌아보라. 그 많은 가지들이 나무의 중심을 흔들 만큼 무거워지지 않았는가. 그 가지들을 그대로 계속 키우기만 한다면 나무뿌리를 흔들고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재욱 작가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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