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아카시아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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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면 아카시아 꽃이 만개한 산책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카시아 꽃이 핀 군락은 여지없이 함박눈이 내린 듯한 꽃길이다. 일제강점기에 대량으로 심어진 아카시아 꽃은, 번식력이 강하여 소나무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오명을 안은 채 한반도 전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번식력이 강한 아카시아 꽃은 지극히 농염한 꽃말을 지녔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에 어울리지 않는 아카시아 꽃의 꽃말은 '숨겨진 사랑', '남 몰래 바치는 사랑'이다. 차마 말 못하고 바라만 보는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고, 드러낼 수 없는 사랑의 관계를 의미한다.

어느새 봄의 정중앙을 차지한 아카시아 꽃은 지극히 희생적인 사랑을 전하는 봄의 전령사이다. 다분히 희생적인 사랑을 뜻하는 꽃말처럼 아카시아 꽃은 '미래의 항생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내성이 강한 꽃이다.

우리에게는 달콤한 꿀맛으로 각인된 아카시아 꽃은 헌신적 사랑으로 가 득 찬 내면의 아름다운 심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평가절하 되어 있다.

아카시아 꽃은, 전심으로 주고자 하는 헌신적 사랑의 결정체이다. 받고자 하는 사랑과 이기적이고 수리적인 사랑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아카시아 꽃은, 백색의 온몸으로 헌신적 사랑의 순전함을 외치고 있다. 아카시아 꽃은 이렇듯, 내면의 헌신적 사랑을 근거로 우리에게 상처를 치유해 주는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봄을 떠난다.

치유를 위한 아카시아 꽃의 효능은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효능은 근심과 스트레스로 인해 쌓인 병균들을 제거하는 항생 기능이다. 항생제가 잘 듣지 않거나 고단위 항생제를 투여해도 염증에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꽃이 아카시아 꽃이다.

아카시아 꽃 추출물에는 '로비'와 '아카세틴'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이뇨와 해독 작용을 하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다. 특히 '케미컬'이라는 성분은 세포 괴사를 중지시키고 세포들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세포가 암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막아준다고 한다.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할 아카시아 꽃의 매력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다분히 쾌락적인 사랑을 추구한다. 그러나 사랑의 목마름은 여전하다. 사랑하면 할수록 별리의 괴리감도 증폭되고, 서로의 단점들이 드러나는 시간 앞에서 피안을 위한 갈등과 일탈을 꿈꾸는 것이 우리 사랑의 한계이다.

그래서 인생들의 사랑은 곧 이별을 위한 태동일 수 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막아선 베드로의 사랑으로, 우리들은 제한적인 사랑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나의 사랑은 로맨스요, 내가 아닌 사랑은 불륜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우리는 사랑에 목마르다. 하나님을 떠난 원죄 중 잉태된 생명이기에, 인생들은 모두 절대고독 앞에서 신음한다. 물질과 명예를 다 가져도 우리들의 사랑의 허기를 채울 수 없다.

러브호텔, 무인모텔, 안마시술소, 스포츠 마사지, 출장 마사지, 이발소, 비디오방, 키스방, 노래방... 성을 상품화한 각종 인터넷 홍보물까지 온통 불법, 편법의 성매매업이 성행하고 있다. 세상에는 사랑은 없고 성희(性戱)만 있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임재하실 때다. 거리에 동남동녀가 즐비했던 그때 소돔 고모라를 심판하신 것처럼, 궁핍의 환경에서 우두머리가 되어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극소수 하나님의 사람들을 위해, 이제 그리스도께서 그 눈물을 닦아주실 때다.

세상 소리 들리지 않는 아카시아 꽃길을 걷는다. 낙화가 된 백색의 순결이 포근하다. 꽃잎들이 하나 둘 몸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이내 우레와 같은 하늘 뇌성에 빛 가득 차오른다.

하민국 목사(인천 백석동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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