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23장 콤플렉스의 이해(1)

자아에 의해 인정되지 않은 정신의 요소는 소멸되지 않고 무의식에 저장된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심리 및 정신의 요소들은 소멸하지 않고 일단 개인무의식에 저장된다. 개인무의식에 저장되는 요소들이란 대개 의식적인 개성화와 기능, 그리고 조화되지 않은 정신적 활동과 내용들이다. 이러한 개인무의식의 대표적인 것을 콤플렉스(Komplex)를 들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콤플렉스를 이해하기로 하자.   

1. 콤플렉스의 기초이해

오늘날 콤플렉스라는 용어는 매우 일반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어떤 콤플렉스라고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컴플렉스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용어는 독일어식의 발음인가 영어식의 발음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의미는 동일하다. 콤플렉스는 일반적으로 복합적인 감정을 의미하지만, 대개 개인의 열등감과 관련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 사람은 나에게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말할 때, 그 사람은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틀리진 않지만, 더 정확한 의미를 알면 콤플렉스는 훨씬 더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여기서는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하여 기초이해에 대하여 기술하기로 한다.

1) 콤플렉스의 정의

콤플렉스(Komplex)는 복잡, 착종(錯綜), 그리고 복합체라는 뜻으로 강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관념이나 기억의 일군의 모임이다. 이 콤플렉스는 특히 정서에서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단순한 의미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정서와 관련하여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오스리아 출신의 의학 생리학자인 브로이어(Josef Breuer)이다. 그는 히스테리를 연구하는데 이름이 높은데, 콤플렉스를 관념복합체(Ideenkomplex)라고 불렀다. 후에 이 용어는 프로이트(S. Freud)에 의해 확대되어 사용되다가 융(C. G. Jung)의 임상실험에 의해 콤플렉스의 존재가 발견되어 일반화되어 상용화되기에 이른다.

융은 언어연상(言語聯想) 시험에서 특정 단어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시간 지연, 연상 불능, 부자연스런 연상내용 등이 그가 명명한 잠재된 감정의 복합체(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융은 환자나 건강한 사람 모두에게 콤플렉스가 있으며, 의식적인 경우나 무의식적인 경우 모두 있다고 했다. 콤플렉스는 깊이 무의식화 될수록 강하게 되고, 또 병리적 특성을 띤다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콤플렉스는 때로는 괴로운 생각, 해결되지 않은 문제, 개인적인 갈등, 도덕 및 종교적인 문제처럼 일단 의식적으로 경험된 것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억압되어 방치된 것도 있다. 이 콤플렉스로 인해 우리가 잘 아는 친구나 친지의 이름이 필요할 때는 의식에 떠오르고 개인의 경험에서 그 당시에는 별로 흥미없던 것이 시간이 지나자 가치의 유용함이 인정되어 주목을 끌게 된다. 더 나아가 낮에는 주목되지 않았던 것이 밤에 꿈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 정신분석학에서의 콤플렉스

콤플렉스론은 정신분석학에서 프로이트가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하지만, 그다지 즐겨 사용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이트는 콤플렉스의 개념이 심리학적 유형화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이 용어를 즐겨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아들러학파에서는 이런 콤플렉스와 관련하여 열등 콤플렉스(inferiority complex)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콤플렉스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하여 프로이트가 사용한 저 유명한 오이디푸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는 정신분석론에서 이성 부모에 대한 성적 접촉 욕구나 동성 부모에 대한 경쟁의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용어는 정상 발달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인데,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Die Traumdeutung, 1899)에서 이 개념을 도입했다.

이 용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베의 영웅 오이디푸스(Oedipus)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약 3-5세 아동들의 특징으로 보았다. 그는 보통 이 단계가 아동이 자기 자신을 동성 부모와 동일시하고, 자기의 성적 본능을 억제하게 되었을 때 마무리된다고 했다.

부모와의 이전 관계가 비교적 애정이 깊고 심리적 외상이 없으며 부모의 태도가 지나치게 억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면, 이 단계는 조화롭게 지나간다. 그러나 심리적 상처가 있었다면 '소아 노이로제'가 일어나는데, 이는 아동이 성인기가 되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중대한 전조가 된다. 성인의 의식 있는 정신을 지배하는 도덕적인 요인이라는 초자아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반작용을 인간정신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성취라고 생각했다.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Komplex)는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으면서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질투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이다. 엘렉트라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로,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Clytemnestra)와 그녀의 정부(情夫) 아이기스토스를 살해했다.

여성에게 나타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자기 어머니의 살해를 도운 또 다른 신화 속의 인물 이름을 딴 것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생식기 단계(phallic stage:3-5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의 학문체계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대비가 되지만, 그것만큼 중요시되지 않고 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 단계의 여자아이는 자신의 성기(clitoris)에 관심을 갖는데 남자아이의 성기(penis)에 비해 열등감을 느끼고 페니스를 선망(penis envy)하게 된다. 그러나 남자와 같아지려는 희망을 포기하고 거세(castration)된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아버지를 사랑하고 어머니에 대해 반감을 품게 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초자아(super-ego)를 발전시킴으로써 해소되어 다음 단계인 잠복기로 넘어가는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노이로제의 주된 원인이 된다.

3) 분석심리학에서의 콤플렉스

분석심리학에서 콤플렉스는 매우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특성으로 이해된다. 이 콤플렉스는 일종의 인격을 가진 것처럼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를 넘나드는 존재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콤플렉스 개념은 매우 일반화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이 콤플렉스가 일반화된 것은 융의 공로이다. 융이 콤플렉스의 개념을 정립하여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는 분석심리학에서는 개인무의식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콤플렉스는 개인의 후천적인 무의식이 내포되기 때문이다. 물론 콤플렉스는 그 특성상 반드시 개인무의식에만 해당되지 않고 깊은 무의식에도 내포되지만, 개인이 성장한 후천적인 상황에서 더 많이 형성되거나 관련된다는 점에서 개인무의식으로 구분하려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에서는 개인이나 집단 등의 감정이나 정서가 나타나는 곳에는 항상 콤플렉스가 관련되고 있음을 상정한다. 콤플렉스는 그만큼 감정이나 정서에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물론 개인에게 선천적으로 전해온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이 성장하면서 또는 생활하면서 축적되어 발생한다는 점에서 더 많이 개인의 후천적인 것과 관련되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일한 민족이라도 갖는 감정이 동일할 수 없고, 개인이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결과로 인한 존재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민족 콤플렉스가 일본인의 민족 콤플렉스와 다르듯,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과 비교적 풍족하고 원만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의 감정이나 정서가 다른 것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는 콤플렉스가 집단무의식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더 많이 후천적인 특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무의식의 성격을 가진 것임을 의미한다.

융은 단어연상검사(Word Association Test)를 통하여 콤플렉스의 존재를 발견하였다. 콤플렉스란 융에 의하면 '감정적으로 강조된 심리적 내용(gefuehlsbetonte Inhalte)'이다. 콤플렉스는 그 성격상 강한 감정을 특징으로 하는 심리 및 정신의 알맹이다. 이는 하나의 핵요소(Kernelement)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일정한 군집(Gruppierungen)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강한 정감(Affekt)을 가지고 있는 핵요소는 무의식에 자리하기에 자아가 인식하기가 어려워 주관적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주체적으로 콤플렉스가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콤플렉스의 특징

콤플렉스는 집단무의식과 관련되고 있지만 개인무의식과 더 많이 관련되는 특성을 갖는다고 했다. 이는 콤플렉스가 그만큼 정신에서 다방면에 퍼져 있고, 정신이 작용되는 곳에 관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콤플렉스는 그 특성상 특히 감정이나 정서와 관련되어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콤플렉스는 개인이 무심결에 표현하는 정서의 바탕에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콤플렉스가 작용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콤플렉스의 존재를 알기 위해 다음과 같이 그 특징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콤플렉스의 자율성

콤플렉스의 존재에서 자율성은 그 일차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콤플렉스는 개인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자율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콤플렉스의 자율성은 콤플렉스를 규정하는 가장 특징적인 것이다. 콤플렉스는 개인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면에서 콤플렉스가 개인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자율신경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이 인체의 생리적인 조건에 따라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거나 작용하는 특성을 가진 것과도 같다.

이런 콤플렉스의 자율적 특성에 따라 "사람이 콤플렉스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콤플렉스가 사람을 가진다"는 표현을 하게 된다. 사람은 콤플렉스에 자극을 받으면 자신도 통제하기 힘든 강한 감정적 반응을 나타낸다. 이처럼 감정적으로 동요하거나 흔들리는 이유를 우리는 곧잘 "그 사람의 아픈 데를 찔렀기 때문"이라고 하거나, "약점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외면적으로는 개인이 상대방에 대한 반응을 보인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콤플렉스가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열등감도 동일한 성질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열등감은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콤플렉스의 특성과 유사하기 때문인데, 이는 어떤 사람이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콤플렉스란 흔히 "아픈 곳에 자리한다"고 말하며, 열등감이 콤플렉스의 동의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콤플렉스의 특징상 일종의 억압된 감정이라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콤플렉스와 열등감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열등감은 그 특성상 '아픈 데를 찔렀다느니, 열등감을 가진다느니'하여 주로 억압된 정신감정이 아픈 데에 자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콤플렉스는 정신의 전반에 관여하는 심리적 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열등감은 콤플렉스와 가장 빈번하게 관련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상당히 맞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는 열등감이 정신의 특성 중에서는 가장 강력하게 정신에너지를 발휘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콤플렉스는 열등감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 분명하다. 콤플렉스는 억압된 감정이나 열등의식이라는 열등감 뿐 아니라, 인간정신의 전반에 관계되어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의식의 질서를 혼란케 하는 등의 모든 희로애락(喜怒哀樂)감정의 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시각에서 융은 이 콤플렉스를 일단 감정적으로 강조된 심리 및 정신의 내용(ge fuehlsbetonte Inhalte)이라고 하였다.

또한 콤플렉스는 그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일정한 군집(Gruppierungen)이다. 그것은 특히 핵요소(Kernelemente)를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이 핵요소는 강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콤플렉스의 특성으로 인해 개인이 자극을 받으면 자기도 모르는 강한 반응이 나오고, 때로는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의 걷잡을 수 없는 돌출행위까지도 나타내는 알 수 없는 힘이 나온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경우에서는 배움에 대한 것이나 한(恨)에 대한 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리 민족은 유달리 배움에 대한 것에 자부심과 열등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루지 못한 것이나 억울하게 당한 것에는 한을 갖고 있다. 이런 것이 어떤 상황에서 건드려지면, 참을 수 없는 정도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2) 콤플렉스의 막강한 에너지

콤플렉스는 정신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콤플렉스의 막강하고도 강력한 에너지는 자율성과 함께 폭발력을 가지고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콤플렉스의 현상을 가리켜 산 아래에서 들끓고 있는 마그마(magma)에 곧잘 비유한다.

마그마는 압력이 높아지면 더 높은 온도가 되어 암석이 녹기 시작하여 형성된 뜨거운 바위물이다. 이 마그마는 맨틀 물질이 대류에 의해 상승하면서 압력이 낮아지면서 녹아서 된 것이지만, 이것이 일정한 온도와 압력이 가해지면 해저산맥이라는 해령(海嶺, oceanic ridge)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분출된다.

해령 바로 아래의 맨틀 안에는 수분 함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해령의 마그마는 온도가 매우 높은 이유이다. 마그마가 엄청난 파괴력으로 분출되면, 그 괴력을 막을 다른 방도가 없다. 정신에서 콤플렉스가 터져 나오는 현상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콤플렉스의 에너지는 그 성격상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그것이다. 그러나 콤플렉스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대개 부정적인 측면에서 논의되는 편이다. 부정적인 측면의 콤플렉스는 의식의 흐름을 방해하는 특성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심리 및 정신에서 사고의 흐름을 훼방을 놓거나 의식을 압도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이러한 콤플렉스의 존재가 나타나면, 사람은 갑자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화를 낸다거나 그리고 가슴을 찔러 목매게 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콤플렉스란 그 에너지를 통하여 의식의 질서를 갑자기, 일시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교란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의 질서를 훼방을 놓는 에너지의 정도는 물론 콤플렉스의 강도에 따라 다르다.

특별히 강한 콤플렉스는 강한 감정으로 되어 있다. 강력한 콤플렉스는 그만큼 강한 에너지를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의 내용과는 연관되지 않는 콤플렉스가 때로 어떤 심리적 감정에 자극되어 의식으로 침입하면, 전술한 대로 마치 잠자던 용암이 화산으로 분출되는 것과 같다.

화산이 폭발하면 주변에 있는 것을 덮어버리듯이 콤플렉스의 존재는 그와 같은 것이다. 누구든지 억압된 감정이 자극을 받거나, 더욱이 강한 자극을 받게 되면, 잠자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 강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마치 들끓는 용암이 지표위로 뚫고 나와 지면을 모두 덮어버리는 현상과도 같다. 개인에게서 콤플렉스가 작용하면 의식을 뒤덮어 그 흐름을 마비시키거나 압도하여 버리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다가도 정상 이상으로 엉뚱한 태도와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콤플렉스가 자극된 결과에 해당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이 콤플렉스가 억압된 감정 중에서도 열등의식, 열등감이 다른 어떤 감정의 강도보다 강할 뿐 아니라, 뚜렷이 드러나는 특성 때문에 열등의식, 열등감을 콤플렉스로 대치하여 부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그 상황의 정도에 따라서 나타나는 강도 역시 다르기 마련인데, 약하게 반응하여 나타나면 그 관련된 강도가 약한 것이고, 강하게 나타나면 그 반응의 강도 또한 강한 것이다. 그러나 강도가 강한 경우에는 대체로 얼굴이 굳어진다거나, 창백해지기도 하고 벌겋게 상기되거나 목소리가 떨리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말문이 막히고 더듬거리거나 갑자기 횡설수설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징후를 나타낸다.

3) 콤플렉스의 부분인격

콤플렉스는 개인의 부분적인 인격이다. 콤플렉스는 개인에게 속하여 있는 인격의 한 부분이다. 이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콤플렉스는 개인 안에, 개인에게 속하여 있기에 개인의 부분인격(Teilspersoenlichkeit)이라고 한다. 부분인격이란 개인의 존재와 소유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내 안에 존재하는 심리적인 세력으로서 나에게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자아가 얼마나 그 존재를 인식하고, 관계를 하는지의 문제와는 다른 것이다.

콤플렉스는 무의식에 해당하는 특성 때문에 자아가 쉽게 통제하거나 인위적으로 관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콤플렉스는 부분적인 자신에게 속한 인격이라는 점이지만, 인격으로서의 또 하나의 의식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은 의문일 수 있다.

콤플렉스는 부분적인 인격이기는 하지만, 매우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이한 성격이란 그 표현에 의한 것으로서 일반적인 인격과는 다른 측면이 드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은 융에 의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가장 실수하지 말아야 할 상황이나 장소에서 실수하게 만드는 장난을 일삼는 것과 같으므로 표현한다.

"콤플렉스란 마치 물에 떴다 잠겼다 하는 무자맥질 인형처럼 행동하며 요괴 같은 장난질에 흥겨워하는 것 같다. 그것들은 사람에게 바로 틀린 단어를 혀끝에 오르게 하고, 하필이면 소개해야 할 사람의 이름을 기억 속에서 빼앗아 가고, 그리고 연주회에서는 바로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곡이 연주될 때 기침을 하게 만들며, 그리고 아주 늦게 왔으면서도 눈에 띄지 않게 있으려는 사람으로 하여금 큰소리를 내며 의자 위에 비틀거리고 넘어지게 한다."

이런 점에서 융은 콤플렉스가 요괴 같은 장난을 일삼는 짓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이런 특성은 다른 것이 아니라 콤플렉스가 개인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우리의 내면에서 자기 스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3. 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콤플렉스의 이해에 대하여 기술했다. 자아에 의해 인정되지 않은 정신의 요소는 소멸되지 않고 무의식에 저장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심리 및 정신의 요소들은 소멸하지 않고 일단 개인무의식에 저장된다는 점에서였다. 개인무의식에 저장되는 요소들이란 대개 의식적인 개성화와 기능, 그리고 조화되지 않은 정신적 활동과 내용들이라는 점에서 개인무의식의 대표적인 것을 콤플렉스(Komplex)를 보고 이해하고자 그 정의와 특징으로 구분하여 기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