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이레!!

부활주일을 지나고 4월 18일 한국에서 자원봉사자 교육에 참석하기 위하여 시드니 국제공항으로 새벽에 집을 나섰다. 제2기 한-호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연수교육에 호주에서는 4분이 참석하는데 다른 분들은 먼저 도착하셨다. 특별히 멜번에 호주 호스피스협회(ACC) 지회를 설립하기 위해 기도로 준비하신 이순희 전도사님의 각오는 대단하시다.

한국은 꽃피는 봄이라 산과 길가에 핀 진달래와 철쭉, 그리고 쌍 벚꽃이 산 언저리에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비록 미세먼지로 인하여 목이 아파 가끔 기침을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은 아픔을 삼켜버린다. 미리 호주로 가져갈 홍보책자와 배너들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 인쇄 골목을 누비고 다녔지만 예전에 한곳에 모여있던 인쇄골목은 찾기 힘들고 대부분 컴퓨터로 작업하고 인터넷으로 신청하도록 시스템이 바뀌어 옛날의 정취를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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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교육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김장대 목사(왼쪽 두 번째). ⓒ김장대 목사
4월 23일 대구동산병원에서 주일 설교를 하고 인사를 나누는데 어떤 분이 작년에 뵙고 또 뵙는다고 인사를 하여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환우 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환우들과 보호자들의 힘든 모습을 상상하고 설교에 임하였으나, 마치고 인사를 나누는데 모두 밝은 얼굴에 미소까지 띄시면서 "감사합니다"라고 할 때 천사의 모습을 떠 올리게 하였다.

4월 24일 저녁 5시 30분경에 동산병원에 도착하여 숙소를 먼저 체크를 하였다. 출입구를 지키고 계신 경비원들의 친절한 인사와 아담하게 마련된 Guest House는 사뭇 기독교의 정취를 맛보게 한다. 오후 6시에 호주에서 오신 교육연수생들과 동산병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는 동산병원 맞은편에 있는 서문시장에서 야시장을 개장한다고 하여 방문하여 한국의 정취를 맡으며 거니는데, 처음 대구를 방문하신 분은 연일 카메라를 누르고 계신다.  젊은이들이 야시장 거리를 가득 메우고, 흘러간 옛 가요들이 Rock 음악과 함께 울려 퍼지는,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의 진 풍경을 만들고 있다. 숙소에 돌아와 대구의 딸기와 배를 후식으로 먹으며 한국 TV news를 보면서 한국 대통령 선거토론회를 보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새 대통령을 위하여 기도 드렸다.  

4월 25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연수교육은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진지하다 못해 엄숙한 분위기였다. 오전예배를 필두로 순서를 맡은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후에 호주 호스피스에 대한 소개 및 강의 시간이 주어져서 슬라이드를 보여 주고 호주의 호스피스 실태를 소개하였다. 많은 참석자들이 "호주에서 암 환우와 함께 바닷가 걷기에 한 번 참석하였으면..."  "나도 호주의 너싱홈을 방문하여 그들과 함께 콘서트에 참석하여 좋은 나눔의 시간을 가졌으면..." 등의 반응을 보이셨다. 그러면서 호주에 사는 사람들은 동시대에 특권을 가진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곳에 살든지 예수님께서 함께 하시는 곳이 바로 천국이란 사실이다.

오후에 강의를 마치고 우리들은 뒷동산에 마련된 동산의료원을 세우신 선교사들의 묘지를 방문하였다. 이국 땅에 와서 젊음과 열정을 복음을 위하여 바쳤던 숭고한 이름들이 나란히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고귀한 순교 앞에 모두가 숙연해 졌다. 특별히 마포삼열(Samuel Austin Moffet, 1864~1939) 목사님의 셋째 아들이시고, 오늘날 동산병원으로 발전시키신 마포화열(Howard F. Moffett, 1917~2013) 선교사님의 묘비 앞에서 조용히 머리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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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연수교육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장대 목사
어느덧 교육의 마지막 날, 입관체험과 유서읽기 시간이 되었다. 유서 읽기 시간에 모두가 마음에 찡하는 뭔가를 느끼게 하였고, 간혹 흐느끼는 분들도 있었다. 여기, 한 분의 유서를 소개한다.

아내에게: 여보, 나와 살아 준 지난 41년을 돌아 볼 때 잘한 것 보단 잘 못한 것이 더 많음을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이 내게 베푼 헌신적인 희생과 사랑에 대해 감사해요. 남아 있는 내 여정 속에서 못다한 사랑을 당신을 위해 바치고자 하지만, 너무나 부족할 것 같소. 내 삶이 끝난 후에도 당신을 사랑하며 저 세상으로 가고 싶어요. 여보 사랑해요. 고마워요. 안녕!

딸에게: 아비의 삶이 얼마 안 남은 것을 알고 사랑하는 내 딸에게 몇 자 남긴다. 내가 너희를 기를 때 너무 고생만 시키고,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너는 내가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너무 사랑한 내 딸이다. 너의 삶 속에서 남에게 관용을 베풀 줄 알고 더 차분히 사리를 판단하는 자세를 갖고 결혼했고, 애기를 낳았어도 가정, 자식, 남편뿐 만 아니라 이웃을 위해 후회 없이 열심히 살기 원한다. 살아 있을 때 너희 남편을 더 존중하고 사랑하거라. 아빠가 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힘없고 가난했던 내 과거 속에서도 '아빠는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다. 내 딸아, 가장 사랑스러운 내 딸, 사랑했다. 네가 해 준 임플란트 치아 잘 지니고 떠날께, 안녕.

아들에게: 아들아, 너를 생각할 때 미안한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 것은 억센 이민 생활 속에서 너의 성장기(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음은 간절했지만, 한 것이라곤 하나님께 너를 위해 기도한 것뿐이다. 너는 나의 분신이고 우리 집안의 종손임을 잊지 말고 좋은 배필 만나서 아빠의 잘된 면이 하나라도 있다면 닮고, 그것을 거울 삼아 네 인생에 접목시키거라. 크고 담대하고 착하고 건강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되 믿음과 사랑과 소망 속에 최선을 대해 보는 인생을 만들어 보거라. 사랑한다 내 아들, 안녕.

새로운 다짐: 첫째, 지금부터 잘 죽기 위한 연습을 한다. 둘째, 우선 여행을 통해 내 삶의 재발견을 할 계획이다. 셋째, 아내와 가족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고 간다. 넷째,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여력을 하나님과 사회봉사를 위해 바친다.

유서를 통하여 보듯이 호스피스 봉사사역은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만, 자신의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나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호스피스 봉사사역은 이미 죽음을 앞둔 분들을 보살핌으로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자신의 죽음을 건강할 때 준비해 나가는 호스피스 봉사자의 마음 자세는 죽음 저편의 삶을 이 세상에서 누리는 아름다운 인생일 것이다. 죽음 앞에 후회 없는 삶, 바로 호스피스 봉사를 통하여 배워야 할 것이다.

/김장대 목사(시드니호스피스(SICA)/호주호스피스협회(AC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