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21장 그림자의 구조와 특징(2)

개인의 인격에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좋은 마음, 나쁜 마음, 좋은 생각, 나쁜 생각이 얼마든지 경험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현상적으로 이해할 뿐 아니라, 색채적인 시각으로 구분되는 특성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어두운 인격의 부분이 개인의 무의식에 축적되어 지속적으로 인격에 영향을 준다면, 대체로 좋지 않은 결과를 예감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생활에서 인격의 어두운 부분인 그림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1. 그림자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

그림자는 인격에서 본질적으로 어두운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이 어두운 인격의 부분을 우리가 쉽게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가 그림자를 인식하지 못하면 인격의 개선이나 변화, 그리고 더 좋은 방향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리라는 점에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인격에서 작용하는 그림자의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으로 구분하여 고찰할 필요가 있다.

1) 그림자의 부정적인 측면

그림자는 어두운 속성을 가졌기에 인격의 부정적인 특성으로 논의된다. 실제로 개인의 인격에서 어두운 특성은 부정적인 측면으로 그림자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림자는 인격의 부정적인 요소이기에 제거하거나 해소되어야 할 특성이면서도 이를 다시 발견하여 개발되어야 할 요소라는 점에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림자는 우리의 인격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그림자는 일반적으로 개인이 어떤 사람의 존재로 알려진 것에 비하여 그 평판에 혼동을 주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본의 아니게 그림자가 나타나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이런 그림자로 인해 우리는 평소에 잘 알던 사람을 "이제껏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림자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적으로 그 그림자에 의해 압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석심리학에서 그림자는 자아의 밑바닥에 위치하고 있기에 어두운 그늘이라는 인격으로 존재하는 심리 및 정신의 내용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그림자는 의식될 기회를 상실하여서 미분화된 채로 남아 있는 열등한 인격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자아가 이를 의식할 때는 대개 열등하고, 미숙하고, 그리고 부도덕한 측면이 있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들이어서 우리의 자아가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려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런 특성에 대하여 우리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딸이 어머니의 그림자를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삶 속에 받아들임으로써 어머니의 무의식의 그림자를 자극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기겁을 한 어머니가 어머니대로 자기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딸에게 투사하여 딸의 잘못된 행동만을 야단치거나 몹시 걱정하고 통제하려 든다는 점에서다. 그것은 둘 사이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다가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그림자란 모든 면에서 열등한 특성을 가졌기에 무의식에서 억압되어 있기에 도덕적으로도 열등한 경향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며 이성(異性) 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하고, 모든 면에서 금욕적인 생활을 지향하는 어머니의 무의식에는 정반대로 억압된 자유로운 사랑에의 욕구, 육체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쾌락, 물질적 탐욕, 사치하고 싶은 마음 등 여러 특징을 가진 그림자가 우연히 딸에 의해 계승되어 실천에 옮겨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발견한 어머니는 딸의 방종한 행동을 비난함으로써 더욱 그런 행동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딸의 부도덕한 행동을 고치기 전에 어머니 자신의 부도덕한 그림자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와 유사한 현상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존경받는 교수나 성직자의 '망나니 아들'도 이와 같은 그림자의 무의식의 배열 또는 옮김의 결과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아동이나 청소년의 문제를 다룰 때 부모들의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그림자 또한 살펴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2) 그림자의 긍정적인 측면

그림자는 그 특성상 인격의 어두운 측면이지만, 그림자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는 그림자의 본질적인 정체를 설명하는 것인데, 그림자는 본래부터 악하고 부정적이고 열등한 인격의 부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무의식에 가려져 있어서 분화될 기회를 잃었을 뿐이다. 이런 시각에서 그림자가 만약 의식에 떠올라 다듬어 진다면, 매우 유익한 부분이 될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쓸모없는 것으로 내동댕이쳐진 그림자가 의식에 떠올라 빛을 보는 순간 곧바로 창조적이며 긍정적인 것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잘 사용하지 않는 연장을 창고에 오래 방치해두거나 내버려 두면, 녹이 슬어서 사용하기에 거북스러운 것과 같은 것으로 비교할 수 있다. 그 연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꺼내어 갈고 닦아야 한다. 그러면 그 연장은 다시 사용이 가능한 연장이 되어 윤기가 흐르고 빛이 나도록 손질되는 것과도 같다.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인격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어두운 그림자는 바로 그런 특성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자기의 부끄러운 점으로만 치부하여 내버려두는 개인의 단점을 갈고 닦았을 때 놀라운 승화(昇華)의 결과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주변에서 때로 자기의 단점을 인정하여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을 자신에게 최선의 것으로 발전시켜 인생을 역전시키는 사람을 보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모두 자기의 그림자를 과감하게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활용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비판을 잘하고 따지기 잘하는 사람은 타인에게는 귀찮고 피곤함을 주지만, 이를 잘 갈고 닦아 학자가 된다면, 그는 훌륭한 학자로서의 길을 가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평소에 덮어놓고 옳다는 방식으로 남의 말을 비판 없이 잘 수용하는 사람은 정확성이 부족하다고 핀잔을 받는 사람이지만, 그가 영업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는 사람관계에 유능함을 발휘하여 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으로 뛰어나는 사람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모두 그림자가 본래부터 악하고 열등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 가려서, 즉 무의식에 버려져 있어서 분화될 기회를 잃었을 뿐이며, 그것이 의식되어 햇빛을 보는 순간, 그 내용들은 곧바로 창조적이며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림자에는 그림자의 부정, 긍정적인 측면 때문에 상대적인 특성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그림자의 특성이 자아의 수위조절을 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이면서, 동시에 자아의식의 좋은 면이 억압되어 오히려 자아로 하여금 열등감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상대적인 특성이라 해서 '나쁜 것'을 '좋은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인간 속에는 도저히 고치기 어렵거나 고칠 수 없는 힘든 '악'이라는 절대악(絶對惡, das ab- solut-Boese)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악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그것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으로 그 위험한 영향력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그림자가 원형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깊은 집단무의식과의 문제를 해석해 내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인 악(das Rela-tiv-Boese)의 성질을 인식하는 작업이 가능한 일이지만, 절대악을 인식한다는 것은 흔한 일도 아니고, 충격적인 체험을 의미하는 이유 때문이다.

2. 그림자의 생성과 발생

그림자는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가? 이 질문은 그림자의 발생이란 자신의 일부분이면서도 자신이 알 수 없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생겨났는지의 문제이다. 이 그림자, 즉 자신의 보이지 않는 인격의 일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란 쉽지 않기에 그것의 생성을 아는 일은 더 어려운 문제에 속할 것이다. 우리는 때로 무의식 속에 나도 모르는 내가 있어 나로 하여금 뜻밖에 실수를 한다거나 본래의 내가 의도하는 바와는 다르게 모순된 행동을 한다고 느끼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주체를 내가 아닌 타인으로 돌려 왔기에 나는 잘하고 있는데 다른 무엇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나를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것은 내 안에 있는 나의 일부분인 그림자의 존재이기에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는 이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생성과 그 발생에 대하여 몇 가지로 구분하여 고찰할 수 있다.

1) 개인의 자아 의식과의 관련성

그림자는 자아의식의 생성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그림자는 자아의 어두운 면으로 무의식에 위치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자아의식이 강해질수록 그림자의 어둠도 짙어지는 현상이 바로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자아가 자신의 존재를 의식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림자도 그에 따라 생겨나기 때문이다. 자아의식이 강해지면 자아의 너머에 있는 무의식에는 이미 그림자가 생성되고 있다면, 자아가 의도적이든 혹은 의도적이지 않든 간에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서는 그림자가 어김없이 생성되고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자아의식의 강해지면 그림자가 생기게 된다는 것과 관련하여 다음의 예를 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대학에 가고 싶어 했으나 경제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대학에 갈 수 없었던 어머니가 공부를 못한 한(恨)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그 어머니의 마음에 오랫동안 억압하여 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그것은 그 어머니의 마음에 그림자를 발생시켜 가족 중의 누군가를 대상으로 삼아 한풀이의 희생물로 삼을 수 있다. 그리하여 그 어머니는 자식의 정신장애라는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한의 이름으로 표현되는 그림자에는 공부 못한 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가난에 대한 한, 배경 없고 힘없는 것에 대한 한 등을 부모가 스스로 그것을 풀거나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모가 특별히 강요하지 않더라도 이를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인식하여 부모의 한을 채워주려는 아이가 생기게 된다. 그것이 요행히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아이가 살아나가야 할 자신의 삶과는 전혀 다른 길을 택하게도 만든다. 이런 시각에서 우리는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실패하거나, 사법고시에 수없이 떨어져서 만성적인 신경쇠약증에 걸려 시달리는 사람들 중에는 개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런 부모의 희생물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자아의식과 그림자의 관련성에서는 자아의 무의식에의 적응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아가 자신의 어두운 인격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그림자를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림자가 그 특성상 자아를 무의식적으로 비판하는 입장을 취한다고는 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성질이라는 것에는 틀림없다. 이것은 무의식이 처음에 유용한 형태로 생기든 부정적인 모습을 취하든, 혹은 늦든 빠르든 간에 의식적인 태도가 무의식의 요소에 다시 적응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측면을 개인의 신체성장과 더불어 성장하는 정신과정을 떠 올릴 수 있다. 주체와 객체, 의식과 무의식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는 유아기에는 대체로 그림자 역시 뚜렷하지 않음을 생각할 수 있다. 그 반면에 나와 너를 구별하고 선과 악을 뚜렷이 구분하는 청소년기부터는 그림자의 존재가 더 분명해진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기에 그림자의 생성은 자아의식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아의식이 강해질수록 그림자가 강하게 형성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보편적으로 어두운 특성과의 관련성

그림자는 개인무의식적인 특성이다. 그림자는 자아의 전혀 알지 못하거나 거의 알지 못하는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대부분이 개인적인 영역에 속해 있고, 다른 무의식에 비해서는 의식되는 일도 가능하다. 그림자는 개인무의식적인 성질을 갖지만, 무의식적인 인격의 전부는 아니다. 때로 그림자는 개인의 실생활 밖에 근원을 갖는 보편적인 요소부터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인격은 공동체의 생활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단체나 집단에 잘 적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만 이런 적응의 과정에서 개인의 정신이 집단정신의 침입으로 인한 붕괴에 이르는 것이다. 융은 이런 점에 주목하여 "최대의 위험은 무엇보다도 집단정신의 침입으로 인한 위신의 조기해체이다"고 역설했다. 이는 집단적 사고와 감정, 그리고 집단적 행위는 개인적 기능이나 행위에 비해 비교적 힘이 덜 들기 때문에 개인에게는 인격의 분화 대신에 집단 기능을 대체시켜 등장시키려는 유혹이 굴복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인격의 발전을 위해서는 집단정신과의 엄격한 구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분별력의 결핍은 곧바로 개별적인 것을 집단적인 것 속에 녹여버리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집단정신이 모두 부정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집단은 개인과는 달리 일차적으로 이기적인 특성을 위주로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서 하는 말이다.

이런 점은 개인이라면 도저히 그렇게 행동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집단에 관련되는 문제일 때는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집단이기주의의 행동을 우리는 생활에서 목격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집단정신은 때로 개인이 꺼려하는 그림자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에 개인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기 위해서는 타인이 꺼려하는 성질을 보아야 한다. 이는 그림자의 인식과 일부분 관련되는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림자의 생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자기 자신에게는 없지만 타인에게는 명백히 발견되는 성질이나 충동을 인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어두운 특성과의 관련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장의 과정을 생각할 수 있다. 아동이 어두운 환경에서 성장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두운 자신의 무의식을 형성하게 되리라는 생각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동기에는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아서 부모의 의존도가 높은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부모의 가치관이나 도덕관, 그리고 삶의 태도가 아동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아동은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충분히 받아야 정상적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인격의 장애라 할 정도로 심각한 심리적 에너지의 결핍이 드러난다. 임상에서 치료자는 이런 경우를 얼마든지 만나게 된다. 부모의 인정과 사랑은 아동에게 중요한 정신의 자양분으로 역할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성장의 환경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환경이란 자연적인 환경과 심리적인 환경으로 구분하게 될 때, 부모와의 관계는 심리적인 환경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아동의 존재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부모가 아동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억압하는 경우에 그 피해의 심각성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존재는 '환경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외에도 아동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이기주의, 태만, 야무지지 못한 것, 비현실적인 공상, 책동, 음모, 부주의, 비겁, 남다른 금전욕이나 소유욕 등과 지나치게 관련되어 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것에 대하여 아동은 그것을 숨기려 하고, 그것을 정상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 그림자가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숨기는 아동은 때로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대단한 일은 아니니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야,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하는 일들이니까 말이야!" 하고 말하면서 혼자서 무마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어두운 경험들이 모두 아동의 심리에 그림자로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3) 집단무의식의 원형과의 관련성

그림자는 개인과의 관련만 아니라 집단무의식과의 관련에서도 생성될 수 있다. 그림자는 개인적인 것 뿐 아니라, 집단적인 특징에 의해서도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림자가 개인적인 무의식의 차원을 넘어 보다 깊은 무의식에의 관련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집단무의식이란 융에 의하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원초적인 행동유형이다.

집단무의식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여러 원형이 관련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격의 원형과 관련한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 여기에 융은 그림자의 원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그림자에 대해서는 아니마 같은 개념을 알고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원형의 계보를 암기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원형은 여러 체험 콤플렉스이기에 그것은 숙명적으로 나타나며, 우리의 사사로운 삶에서 작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융의 언급은 그림자가 원형에 의해 생성되는 것을 보여 주는 일단이다.

그림자가 집단무의식과 관련된다는 점에서는 인간의 인격에서 어떤 면으로든 부정적인 특성을 상정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아마도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죄의 본성이나 악의 본성에 대하여 언급해야 될지 모른다. 그러면 집단무의식이 갖고 있는 원형(原型, Archetype)에 해당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프로이트의 죽음본능을 들기로 하자. 그는 인간의 마음에 죽음의 본능(Thanatos)이 있어 생명본능(Eros)을 파괴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프로이트가 생명본능만을 구가하던 것과는 달리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한 데서 얻어진 것이었다. 그는 전쟁을 겪은 후에 파괴를 일삼는 인간의 본능을 죽음본능으로 보고, 이 죽음본능은 파괴적인 것으로 무기물로 돌아가려는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런 것은 프로이트가 인간을 상당히 비관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기에 삶에 대해서 일정한 비판의 수위를 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융은 물론 이런 본능이나 본성을 넘어 인간이 태생적으로 타고난 '악'에 대하여 주목하여 여러 연구를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융은 그것을 본성적으로 타고난 것 외에도 혹시 신의 어두운 인격에도 관심을 기울인 결과로 유명한 《욥에의 해답》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는 비록 서로의 관점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의 깊은 심성에 자리하고 있는 인격의 원형을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무의식의 깊은 층에 내재하는 어두운 특성이라는 인격의 원형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그것이 개인적인 특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어두운 인격의 원형이란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것이 죽음본능의 파괴성이든 악으로 인한 무서운 세력에 시달리든 간에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원초적인 특성에 기초한다는 점에서는 인격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그림자의 관련성을 짐작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원형적인 그림자가 특별히 긍정적인 측면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림자의 집단무의식의 생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3. 요약

지금까지 우리는 앞장에 이어서 그림자의 구조와 특징에 대해서 기술했다. 개인의 인격에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는 생활에서 좋은 마음, 나쁜 마음, 좋은 생각, 나쁜 생각이 얼마든지 경험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는 현상적으로 이해할 뿐 아니라, 색채적인 시각으로 구분되는 특성이었다. 다만 이런 어두운 부분이 개인의 무의식에 축적되어 지속적으로 인격에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대체로 좋지 않은 결과를 예감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림자의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으로 구분하여 다루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