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의 성령론(32)
최근 한국교회 영성운동에서 교계로부터 가장 우려를 받아 온 대표적인 운동이나 집단은 어떤 것인가? 매스컴이나 교계의 뉴스 뿐 아니라 목회자들과 일반 성도들에게 이르기까지 제일 큰 논제가 되는 대상 중에는 신사도개혁운동을 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대상에 대한 교계의 반응은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본다. 특정 교단에서는 이단이라 정죄하는데, 또 다른 교단에서는 옹호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교계연합기구의 이단 판별 전문기구에서 조차 설왕설래하면서 분별의 기준이 모호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한 판별은 정확하고 또 공정해야만 한다. 이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점의 지적이나 평가를 위해서는 당연히 이 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본 글의 요지는 네오-몬타니즘에 대한 주제에 집중하고 있기에, 이 운동이 네오-몬타니즘의 특성들을 어느 정도까지 보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만일 그 성향이 아직 경미한 정도라면, 교계의 충정 어린 권고가 그들의 오류를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할 경우, 그래서 온건한 복음적 영성의 방향으로 선회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라면, 일치된 교계의 구음(口音)을 모아 확연한 이단으로 배척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네오-몬타니즘 성향을 진단하기 위한 신학적 범주는 고대교회 몬타니즘 당시에 특별한 징후를 보였던 성령론, 교회론 그리고 종말론을 중심으로 한다.
'신사도개혁운동'(New Apostolic Reformation)은 교회성장학자이자 은사주의적 성령론학자인 와그너(Peter Wagner)를 중심으로 전개된 운동인데, 이것은 예수님 시대 사도들의 사역을 계승하자는, 이름 그대로 신사도적(New Apostolic) 운동이라고 당사자들은 말한다. 이 말이 한국교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신사도운동'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신사도개혁운동은 빈야드운동과 마찬가지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운동으로 그 유형을 분류할 수 있지만, 그 운동의 시작이나 우리나라 교계에 확산된 시기는 빈야드운동보다는 늦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이 운동에서는 사도와 사도적 사역을 강조하며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신사도적 교회들이 나타나야 함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선 성령의 초자연적인 권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운동에서는 이른바 '오중 직임'이라 부르는 사도, 선지자, 목사, 교사, 전도자 직임의 현대적 적용을 주장하는 등 사도적 은사 및 예언과 계시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현대 한국교회 내에 큰 논란의 파장을 던지고 있다.
복음적 신학계에서는 대부분 계시라는 용어는 초시대적이며 범인류적 계시인 성경의 객관적 진리에 국한시켜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된 성경만이 예언의 전부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교회 역사상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점 또한 사실이다. 20세기 초의 전통 오순절운동과 1960년대의 은사갱신운동 그리고 1980년대 이후의 제 3의 물결을 거치면서 새로운 계시에 대한 가능성과 성령의 은사로서의 예언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신사도개혁운동'에서 예언의 기능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왔다.
신사도개혁운동의 네오-몬타니즘 성향에 대해서 진단한다면, 이 운동은 성령론, 교회론 그리고 종말론에 있어서 상당히 우려할만한 특성을 보인다. 신사도개혁운동에 나타난 성령론의 오류에 관해서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회 주최의 세미나에서 '예언과 새로운 계시가 지금도 특정인들을 통해 주어진다고 하는 신사도개혁운동은 진정한 성령의 역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개혁주의신학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있었다. 한 예로, 2009년 6월 29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회 주최로 개최된 제3회 세미나 '신사도운동에 대한 장로교 신학적 입장' 논문 발표문을 참조할 수 있다. 이 세미나에서 신사도개혁운동은 새로운 사도와 선지자를 통해 오늘날도 하나님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예언을 받아 말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이른바 '직통계시'를 수용한 셈이 된다는 점을 크게 비판하였다.
이러한 신사도개혁주의의 입장은 오순절 성령 강림의 단회성과 함께 기적적인 성령의 은사들은 사도들의 시대로 마감되었다는 은사중지론(cessationism) 입장을 따르고 있는 개혁주의신학과는 정면으로 충돌되는 것이다. 신사도개혁운동의 그릇된 영성에 대해서는 김영한도 역시 지적하기를, "신사도운동의 이러한 주장은 자칫하면 오늘날에도 새로운 계시가 가능할 수 있으며, 초대교회의 사도적 계시가 오늘날에도 가능할 수 있다는 열광주의 계시운동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신사도개혁운동의 종말론에 대해서도 기독교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은, 그들이 임박한 전천년설적 종말론에 입각한 대종말추수기(The Great End-Time Harvest)를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와그너는 1970년대부터 성령께서 중보자, 선지자, 그리고 사도의 3가지 사역들을 준비시켜오셨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2001년에 이르러 사도와 선지자들에 의한 새로운 제2의 사도적 시대(Second Apostolic Age)가 열렸다고 강조하였다. 그런데 이 시대의 전 인류적 추수가 바로 신사도개혁운동 산하의 사도적 직임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된다고 하는 매우 독선적인 종말론을 펼치고 있다.
네오-몬타니즘 성향의 가장 심각한 범주는 그들의 교회론에 나타난다. 와그너는 자신이 명명한 신사도개혁운동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초대교회적인 사도 기능의 활성화를 통한 기존 기독교의 개혁을 목표로 하였다. 더욱이 신약성경의 오중 직임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목사의 기능 외에도 신사도개혁운동의 지도자들로부터 인정받은 사도와 선지자 기능의 회복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최윤배 교수는 신사도개혁운동이 그동안 교회사 속에서 사라진 사도직과 선지자직을 다시 세워 이룩할 '신사도 개혁교회'를 주장함으로써, 역사상 보편 기독교회의 권위를 전적으로 부정하였다고 비판하였다.
이와 같이 신사도개혁운동은 여러 가지 면에서 네오-몬타니즘의 특성을 많이 보여왔다. 뿐만 아니라 이 운동의 지도자들이 지닌 독선적인 갱신의 극단성은 한국교회에 큰 혼란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배덕만 교수는 한국 내에 설립된 신사도개혁운동의 대표적인 기관들로서 WLI Korea, 한국 HIM선교회, CI Korea, 한국 아이합(IHOP), 영동제일교회, 큰믿음교회, 하베스트샬롬교회 등을 들고 있다.
신사도개혁운동은 성령론이나 종말론뿐 아니라 교회론에 있어서도 개혁주의신학과는 크게 대치되는 부분이 많았다. 바로 이 점이 신사도개혁운동이 대부분의 개혁주의 소속 신학자들과 교단으로부터 배척을 받게 된 주요 원인이었다. 사실 교계를 가장 많이 자극하며 타격을 주는 것이 교회론 범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신사도개혁운동이 그 갱신주의적 극단성의 정도가 더 심해질 경우에는 심지어 한국교회 대부분의 교단과 교계연합기구에 의해 크게 배척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