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교수 (한동대학교 교목)
▲김기호 교수(한동대학교 교목)
성경의 권위와 성령의 내적 증거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와 요한 칼빈(Jean Calvin, 1509-1564)의 종교개혁사상은 기독교변증학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기독교변증학의 관점에서 루터와 칼빈은 다음 세 가지 특징에서 동일하다. 첫째, 중세의 스콜라 신학자들이 시도한 신학과 철학의 종합을 유해하다고 본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명료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한다. 둘째, 기독교 신앙의 진실성은 하나님이 친히 보장하시며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되었기에 오류가 없다. 셋째, 교황, 공회, 신학자들의 권위는 성경의 권위에 종속된다고 주장하며, 성경의 권위를 최고 우위에 두었다.

우선, 마틴 루터의 주장을 살펴보면, 그는 철저하게 성경의 권위를 근거로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인 틀에 상당히 의존했던 아퀴나스와는 달리, 비텐베르크의 성서주석담당 교수였던 루터는 항상, 우선적으로, 철저히 성경에 의존해서 말했다. 성경은 주님의 사역에 대한 사도적 증언이었고,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되었기에 오류가 없으며, 오직 성경만이 교회와 성도에 대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다고 보았다.

당시 34세의 젊은 신학자인 루터가 내건 95개조의 핵심은 진정한 회개의 촉구와 타락한 교황권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루터의 명저 "독일 크리스천 귀족에 고함"은 교황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루터는 "왜 우리가 믿음도 성령도 갖지 못한 교황을 따라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칼빈은 루터를 넘어서서 더욱 성경에 근거한 종교개혁사상을 구체화했다. 칼빈 역시,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성령이 성경의 저자이기 때문에 권위를 가지며 오류를 갖지 않는다고 보았다. 칼빈에 의하면, 성경은 우리 죄인들을 위한 "영원한 진리의 척도"이다. 피조된 자연이 전할 수 없는 것을 성경은 전한다. 성경은 우리에게 안경, 거울, 거룩한 저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의 절대권위를 강조하고 성경을 가장 근원으로 여긴 성경중심주의자였기에, "나는 오직 하나님의 권위위에 세워지고 성서로부터 도출된 인간적 제도만을 승인한다"고 주장하였다.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특별히 "성령의 내적인 증거"를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성경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을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는 것이다. 성경의 저자는 인간이 아니라 성령이시기 때문에, 부패한 본성을 가진 인간은 반드시 성령의 조명을 받을 때에만 말씀을 깨닫고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다. 성령의 내적인 증거는 조명의 역사이며, 설득의 역사이다. 특별계시는 구속적 계시로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다. 성령의 내적 증거를 통해서만 우리는 성경을 하나님의 구원의 말씀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기독교변증학의 입장에서 볼 때, 루터와 칼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현대 기독교변증학에서 사용하는 주요한 논거들을 성경의 권위를 재확인하는 2차적인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성령의 내적증거와 기독교 신앙의 확실성이 결합된 후에, 다른 객관적인 증거들은 성경의 권위를 재확인하는 보조자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제주의 변증학을 주장한 코넬리우스 반틸과는 달리, 칼빈의 변증적 사상은 인간이 신의식(sense of diety)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의 마음속에 울리는 하나님의 자기증언(witness of God)이다. 신의식과 신의 자기증언은 인간의 내면에 "종교의 씨앗(semen religionis)"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칼빈이 성경의 영감성을 지지하는 "외적인 근거들"로 제시하는 항목들은 "기적, 성경말씀 그 자체의 위엄성, 성경교리의 신성한 특성, 성경의 오랜 기원과 놀라운 보존, 예언의 성취, 성경에 대한 교회의 지속적인 증거, 그리고 순교자들의 피의 증거" 등이다. 물론 이러한 외적인 증거들만을 통해서 부패한 본성을 가진 불신자들에게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칼빈은 모든 의심을 제거하고 확신을 갖게 할 수 있는 분은 오로지 성령 뿐이라고 주장하며, "성경의 권위의 확실성"이 "성령의 내적인 설득"에 근거할 때에만, 비로소 성경은 하나님에 대한 구원의 지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성령이 성경에 대한 증거를 우리 마음 속에 심어주시면(성령의 내증), "기독교적 증거들"이 그것을 재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외적 증거). 성경의 권위를 확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변증적 증거와 방식들은 "제2차적인 보호자의 역할"을 하며, 이는 성령의 내적인 조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루터와 칼빈의 종교개혁사상은 오늘날에도 비성경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다시 성경으로 돌아갈 것을 한국교회에서 요청한다. 루터와 칼빈의 "성경의 권위에 입각한 변증"이 한국 교회의 위기를 극복할 혜안이 되기를 바란다. 

김기호 교수(한동대학교 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