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희 목사(송현교회 부목사)
▲박덕희 목사(송현교회 부목사)
독일 비텐베르크 대학의 교수이자 신부였던 마르틴 루터는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조의 반박문을 붙이게 됩니다. 500년전 이 사건은 '종교개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루터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기에 이 엄청난 개혁을 이루어냈을까요? 마르틴 루터가 뛰어난 성경학자인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처음부터 종교개혁을 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대학교 안에 있는 학자들끼리 모여서 지금 교회가 나아가는 방향이 맞는가 토론 한 번 해보자는 의도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즉, 종교개혁은 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사건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 가운데에서 섭리가운데 진행된 사건입니다. 바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 사건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종교개혁이라는 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셨을까요? 

첫 번째로 로마교회의 변질이었습니다. 교회는 유럽 전 지역의 사회, 문화, 지성의 전 영역에 있어서 사람들의 삶 깊숙이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의 변질은 사회 모든 영역들이 변해버리는 위기를 초래하게 됩니다. 

교리적인 측면에서는 성경적으로 근거가 없는 교리들이 교회회의를 통해 결정되었고 이를 성경과 동일한 권위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죽은 자를 위한 기도의 시작(330년), 연옥교리 제정(593년), 면죄부 판매(1190년), 평신도들의 성경 소유 금지(1229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성경관에 있어서도 변질이 일어나는데, 정경으로 선택된 66권의 성경 외에 근거가 의심스러워 정경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외경을 제 2의 경전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고, 전통을 성경과 동일한 권위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구원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간의 행위, 즉 공로를 중요시하고, 이를 위해 성인들을 숭배하게 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교회가 부패했다는 것입니다. 성직자들의 권력에 대한 야망, 물질에 대한 탐욕, 명예에 대한 욕망이 영성을 파괴하고 교회를 부패로 이끌어갔습니다. 성직자들은 제대로 된 훈련과 교육을 받지 않았고, 돈으로 성직을 사고 파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고위 성직자들은 재정을 낭비하고 사회적 지위와 정치권력에 정신이 팔려있었습니다. 그런 성직자들이 특혜를 누린다는 것을 사람들은 분노했던 것입니다. 

두 번째로 사용하신 도구는 정치입니다. 당시 유럽의 국가들은 오늘날과 같은 국가형태가 아닌 작은 공국들, 영방들, 도시국가들의 연합체였습니다. 그 사이에서 로마교회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던 조직이었고, 중요한 국제적 역할을 했습니다. 당연히 로마교회와 교황의 권위는 엄청났습니다. 그런데 권력을 잡으면 부패하게 된다고, 로마교회는 그런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동시에 국가의 권력은 점점 강해져 갔습니다. 

세 번째 사용하신 도구는 경제입니다. 종교개혁 당시 유럽은 자본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땅을 중심으로 한 경제활동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무역, 상업 등의 상업활동이 경제의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경제적인 변화는 영주들과 농민들의 삶의 형태를 바꾸어놓았고, 특별히 재정적인 압박에 시달리게 된 영주들은 로마교회로 들어가게 되는 돈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와 교육입니다. 당시 중세유럽은 르네상스, 인문주의, 문예부흥, 예술, 건축 등으로 설명될 수 있는 문화적, 교육적 부흥이 일어납니다. 특히 예술의 발전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 활발해졌고, 학문적인 발전으로 문맹률도 급격히 낮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문화적, 교육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이렇게 종교개혁 당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격변을 맞으면서 사회는 혼란의 시기로 빠지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때 루터를 사용하신 것입니다. 모든 상황이 맞물려가며 종교개혁은 불이 붙었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또한 그 역사에 루터와 사람들을 사용하시고 초청하십니다. 그 기준은 루터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능력보다 신실하고 진실된 신앙의 태도였습니다. 말씀이 삶의 중심에 자리잡고 말씀대로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신앙인, 루터를 하나님은 기쁘게 사용하신 것입니다. 

큰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도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 우리의 자리에서 진실한 신앙인의 모습을 지키고, 말씀대로 살기 위해 애쓴다면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는 역사의 한 가운데에 우리도 서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