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요즘 노인들은 샌드위치 세대다. 자녀들을 교육하고 돌보느라 막상 자기 자신의 노후 준비는 하지 못했다. 그런데 자녀들이 부모를 모실 수도 없으니, 빈털터리로 속수무책의 노년을 맞이하게 됐다. 인터넷에서 그 실상을 인용·소개해 본다.

'노년을 스스로 준비하라'가, 늙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통 화제이다. 쏘아버린 화살은 활을 떠나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활시위를 당긴 이상 마음대로 붙잡아 둘 수가 없다.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노년을 슬프게 한다.

지난해에 미국에서 어느 분이 순회강연 중 만난 P 박사 이야기이다. 그는 서울에서 인류 대학을 나와 결혼을 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한다. 그곳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직장을 잡아 근무하고 있다. 미국에서 그런대로 정착된 사람이다.

이제 그의 부모를 소개하는 이야기이다. 귀국해서 그의 아들 이야기를 전해주었다고 한다. 만나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 소식을 자상하게 전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을 얼마쯤 듣다가 나온 말은 이랬다고 한다. "그래요. 지금 우리 늙은이들 둘이만 살고 있어요. 둘이 살다가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나겠죠. 그리고 혼자 살다가 얼마 있으면 그마저 또 가야죠." 너무나 의외의 대답이었다고 한다.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자신들에 관한 한탄조의 이야기만 있었다. 그 소리가 너무 처량하게 들렸다고 한다.

서글픈 생각이 들었단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오매불망 오직 그 아들이 잘되어서 부모 봉양해 주길 바랐지만, 찾아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다 목소리라도 들어보고 싶어서 전화를 걸어보지만, 그 쪽에서 걸어오는 전화는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네들 살기가 바쁜가보다. 부모의 용도는 폐기된 것인가? 부모를 챙기지 않는 세대다. "3번아 잘 있거라. 5번은 간다"라는 수필이 있었다. 시골에서 살던 부모가 모처럼 아들집을 찾아갔다. 며칠 있어 보니 거추장스럽고 천덕꾸러기 같았다.

귀함 받는 서열이 있었다. 첫째는 손자손녀다. 둘째는 며느리였다. 셋째가 아들이다. 넷째가 자기이기를 바랬지만 4번도 아니었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였다. 그리고 다섯째가 자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일 꼴찌가 부모인 것이다.

며느리한테 당당하게 요청 한 번 하기가 두려웠다. 며느리나 손자손녀도, 아니 강아지마저도 마음대로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밥도 눈칫밥 먹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들에게 "3번아 잘 있어라. 5번은 간다"라고 써놓고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방송에서 소개했더니 순위가 틀렸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5번이 부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5번에서도 밀려 겨우 7번에 있다는 것이다. 5번과 6번은 장모·장인이라는 것이다.

여권(女權)이 신장되면서 친가보다는 처가 쪽으로 판세가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자녀의 효도 기간은 만 4세까지라고 한다. 부모한테 엉기고, 따르고 재롱부리고 웃음을 선사할 때까지 그래서 효도의 90%를 4세까지 마친다고 한다. '품 안의 자식'이란 말의 실제 상황이다. 자식 농사 잘 지었다고 말들 하지만 그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반론에 부딪힌다.

자의식이 생길수록 부모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게 자식 문제다. 부모는 진땅을 걸어가도 자식은 메마른 땅을 걸어가게 되기를 바라는 게 부모 심정이다. 그래서 전체를 바쳐 희생하는 게 부모다. 개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오직 자식 잘 되기만을 마라며 자기 인생 전체를 다 바쳐 뒷바라지를 해 왔다. 바로 그것이 노후보람과 보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가족문화가 바뀌었다. 자녀들은 부모를 모시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 부모를 모실만한 여력도 없다. 부모 부양문제는 형제간·부부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병환 중에 있는 부모는 더욱 그렇다. 이제부터는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어찌 보면 오늘의 노년 세대는 부모를 모신 마지막 세대일 것 같다. 또한 자녀로부터 배척당하는 최초의 세대일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노년을 맞이하면 초라해진다. 그리고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된다. '노년을 스스로 준비하라'가 이 시대 노년이 되어가는 많은 중년들에게 명심해야할 명제가 되어 있다.

이후로는 공자가 가르쳤던 "孝子之事親也, 居則致其敬, 養則致其樂, 病則到其憂, 喪則致其哀, 祭則致其嚴(효자가 부모를 섬길 때에 살아계실 때 공경을 다하고, 받들어 섬길 때 기쁨을 다하고, 병드신 때에는 근심을 다하고, 돌아가실 때에는 슬픔을 다하고 제사 모실 때에는 엄숙함을 다할지니라)" 같은 글처럼, 앞으로는 이 같은 공경(敬), 즐거움(樂), 근심(憂), 슬픔(哀), 엄숙함(嚴)의 5대 예절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