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김용진 교수.
대한민국은 지금 혼란기에 빠져 있다. 경제, 사회, 문화, 교육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근본을 살펴보면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대 철학자들이 그토록 정치를 중시했던 이유가 인간의 휴마니타스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5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그리스와 정치적으로도 유사점이 적지 않다. 그리스는 한때 사상적으로나 정치·문화적으로 주변 국가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강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주변국들과의 갈등만 아니라 암울한 빚쟁이 국가로 추락해 세계인들에게 근심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실제로 그리스의 10%를 훨씬 뛰어넘은 실업률, 특히 20%를 넘어선 청년실업률은 극심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2007년 저임금과 높은 실업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청년 시위대의 한 청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신민당 정권은 국민들의 지지를 잃게 됐으며, 그로 인해 조기 총선이 실시되고 정권마저 교체됐다. 또 신민당 정권기에 엄청난 재정적자를 대규모로 은폐했음이 드러났고, 결국 그리스는 IMF에게 구걸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추락한 그리스는 고대 철학의 발생지로서 플라톤의 사상을 이어받은 헬레니즘으로 지중해 연안을 독식하던 전성기가 있었다. 그러나 중세에는 로마제국기, 비잔틴제국기로 세력을 잃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오면서 오스만 제국, 제1공화국,그리스 왕국, 제2공화국을 거쳐 현대 그리스 국가가 됐다. 그 가운데 그리스가 겪은 국론분열 사건은 우리 대한민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중대 사안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 가운데 국론 분열이라는 것이 숨어 있음을 그리스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리스의 참전 문제를 놓고 임금 콘스탄틴 1세와 베니젤로스 총리는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왕은 총리를 해임했고 이로 인해 그리스는 왕의 지지자와 총리의 지지자로 양분되고 말았다.

정치적인 분열은 그리스 사회 전체를 분열시켰으며, 결국 총리는 외세의 지원을 받아 왕을 폐위하고 대립 정부를 세웠다. 이러한 국론 분열은 소아시아 작전에서 그리스의 패배를 낳았고, 그리스 제2공화국 정권 붕괴의 단추가 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정권의 정치적인 실패가 국가 경쟁력을 급속도로 떨어트린다는 점이다. 과거에 대제국을 거느렸던 그리스가 이제는 세계 역사 가운데서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거지 신세가 됐음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교훈을 삼아야 한다. 따라서 국민 모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깨끗이 승복하고 빨리 단합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애국심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특정 정당이나 그들이 감언이설로 내세우는 당리당략도 아니며 대통령병에 중독된 정치꾼의 들러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루빨리 대한민국 국민들을 안정시키고 위로하며 그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바른 정치인이나 지도자가 필요할 뿐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대한민국 전체를 패망의 길로 부추기는 무책임한 선동가들이 있어 안타깝다. 하루 속히 구정물이 맑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내 일에 충실해 보자.

/김용진 교수(국제웰빙전문가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