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조금 더 된 것 같습니다. 베트남 선교사로 가겠다고 하니, 사람들이 저에게 '좌천당하신 겁니까?'라고 묻곤 했습니다. 제가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단지 목회자로서 사명을 따라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가는 것인데, 이런 과격한 질문을 받으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한 번 실수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믿는 '미끄럼틀 사회'에 살다 보니, 사명을 따라 낮은 곳으로 또는 어려운 곳으로 가는 것조차 미끄럼틀 타고 떨어지는 것이라고 믿는 듯 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질문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유명한 교회, 그것도 3만 명이 출석하는 교회의 행정목사와 예배 총괄로 사역하던 능력자(?)가 어느날 갑자기 고작 성도 30명 있는 선교지 이민교회로 떠난다고 하니, 무슨 변고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당연히 들었을 것입니다.

그냥 좋은 청빙 자리 나오면 그곳으로 가는 것이 수순인 것처럼 보이는 길에서 갑작스럽게 유턴을 하더니, 그들이 보기에는 사지와 같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곳으로 간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좌천당하셨어요?'라는 말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좌천 같아 보이는 베트남행의 출발은 어떤 사고 때문도, 문제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간절한 바람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너무도 간절히 아들이 예수님을 잘 믿기를 바라는 권사가, 그것도 죽음을 앞에 둔 권사가 마지막으로 기도처럼 남긴 말 때문에 시작된 것입니다.

2015년 5월 초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머니가 임종을 얼마 남기지 않으시고 마지막 말을 남기셨습니다. "궁 목사, 예수 잘 믿으세요." 그리고 의식을 잃고 몇 일간 더 지내시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하늘나라로 소천하셨습니다. 이것이 저의 베트남행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사실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10여 년 전에 아버님이 먼저 소천하셨던 일도 있고, 그때 상실감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어머님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일찍 극복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믿음대로 빈자리는 극복 되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계속해서 채우는 '말'이 있었습니다. 바로 '예수 잘 믿으세요' 였습니다. 목사가 된 이후 다른 사람들 시선 때문에서라도 잘 믿으려 했고, 열심히 믿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믿는 것이 잘 믿는 것인지는 그때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수를 잘 믿을 수 있을까?'

이 고민이 깊어질수록 '큰 교회에서 경력 잘 쌓아 규모 있는 교회에 청빙 받아 가든지, 대형교회에서 빵빵하게 지원받아 멋지게 개척해야지'라고 생각하던 나의 모습이 부끄럽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코스타 강사로 섬기는 날이라도 되면, 나의 설교를 듣고 눈물 흘리며 헌신하는 청년들의 모습 속에서 주님이 주시는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이 청년들 보다도 못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수치심에 괴로웠습니다. 그들을 사역지로 보내면서, 정작 나는 '꾼이 되어 가는구나' 하는 자괴심에 숨고 싶었습니다.

궁인 리액션
때마침 <리액션>이라는 책을 저술하고 있었는데, 책의 방향이 처음과 다르게 찬양과 예배에 대한 책에서, 헌신과 도전에 대한 내용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부제를 '리액션, Re+Action, 다시+하라' 라고 결정하는 순간, 호치민으로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 먼저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래, 그곳으로 가자. 좁은 길을 걸어 보자.'

성도 30명 있는 교회, 그마저도 갈등 속에서 아파하고 있는 교회, 목회자와 성도 간의 불신으로 성도들이 떠나는 교회로 가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공산권, 여전히 복음을 전하는 것이 쉽지 않고, 어려운 국가....

그리고 1년이 흘렸습니다.

이곳에서의 삶이 반드시 예수를 잘 믿는 삶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곳에서도 여전히 나의 욕심 속에 삽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합니다. 더욱 기도하게 되고, 더욱 찬송하게 되고, 더욱 주님을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작은 것에서 이전에 누리지 못하던 행복을 찾고, 작은 사랑에 감격하고, 작은 기쁨에 감사하는 삶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한 성도, 한 성도가 교회를 찾아오고 이들과 같이 아픔을 나누는 것이 기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감사하게도 30명의 가족이 170명으로 성장하고,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예수를 전하고, 300명 이상이 모이는 비전을 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님의 일하심을 목격하게 되고 감격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을 쓰면서 처음 호치민행을 결정하며 품었던 말씀을 다시 묵상합니다.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고후 4:8-10)".

그렇습니다. 사방이 막혀도, 답답한 일이 있어도, 박해를 받아도, 꺼꾸러뜨림을 당해도, 설령 좌천이 되어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생명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여러분 좌천당했다고 생각되십니까!
버림받았다고 생각되십니까!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더라도, 아니 믿음의 식구들이 그렇게 말하더라도, 이 말씀을 붙드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망해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 봅시다.

작게, 부족하게, 힘든 곳에서.... 여러분, 그 순간 축복이 시작됩니다.  

/궁인 목사(호치민 지구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