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영
▲손원영 교수가 돈암그리스도의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진영 기자
서울기독대학교(총장 이강평) 신학전문대학원 손원영 교수가 지난 17일 학교 측으로부터 '파면' 처분을 당했다. 이에 손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돈암그리스도의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중순, 60대의 한 기독교 남성이 늦은 밤 경상북도 김천에 있는 불교의 한 사찰에 난입, 불상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손 교수는 "당시 이 소식을 접하고 신학대 교수로서 심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사랑과 평화의 종교인 기독교가 어떻게 폭력과 증오의 종교로 변질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손 교수가 직접 사찰 관계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고,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는 것.

그러나 학교 측은 이것을 '우상숭배'로 보고,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교수에게 있어 사형에 해당하는 '파면' 조치를 했다는 게 손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종교간 평화를 위해 신앙의 양심에 따라 한 일일 뿐 우상숭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도) 학교 측이 저를 파면한 행위는 학문의 전당이자 양심의 보고인 대학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종의 변란"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과 종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반헌법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손 교수에 대한 징계와 관련, "손 교수는 우리 대학과 그리스도의교회 정체성과 관련해 2013년부터 논쟁의 대상이 됐다"며 "지난해 사찰 돕기 모금 활동이 언론에 보도된 후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가 손 교수 신앙의 정체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그의 말과 행동이 그리스도의교회 신앙의 정체성과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와 신학과는 손 교수의 신학적 정체성이 그리스도의교회 정체성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즉, 손 교수는 자신의 신학적 바탕이 해방주의와 수정주의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는데, 이는 서울기독대의 정신과는 어긋난다는 것.

이 밖에도 손 교수가 학교 측 입장과는 상반되는 발언들을 한 것 등을 장계 사유로 적시했다.

그러나 손 교수는 해방주의와 수정주의 신학을 따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손 교수는 학교 측의 이번 파면 결정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편, 본지는 손 교수가 추진했던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 운동'이 이번 징계의 직접적 사유인지 등을 묻기 위해 학교 측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구체적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