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 기독문학세계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위대한 개츠비, 그 초록의 불빛

2011년 유럽의 한 미국 문학학회에서는 '밥 딜런과 아메리칸 드림(BOB DYLAN AND THE AMERICAN DREAM )'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발제자인 탐 헤르메스(Tom Hermes)의 다음 주장이 특별히 내 관심을 끌었다. "밥 딜런의 시는 20세기 미국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 1896-1948)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그려내면서, 아메리칸드림이 개인에게 과연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미국 각 대학교 영문학과마다 '밥 딜런 시 분석' 강좌가 유행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세계 학계는 자주 밥 딜런의 노랫말을 문학 텍스트이자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 고교와 대학에서 교과서로 쓰이는 '노턴 문학개론(Norton Introduction to Literature)'에도 딜런 작품이 수록돼 있다.

그가 1965년 내놓은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은 2005년 영국 잡지 '언컷'의 조사에서 '세상을 바꾼 가장 뛰어난 대중문화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1996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돼 왔으니, 밥 딜런의 문학을 위한 담론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 세계를 20세기 미국 문학의 거장 피츠제럴드의 아메리칸 드림과 동일선상에 두고, <위대한 개츠비>에서  제이 갯츠비가 바라보고 있는 초록색 불빛을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에 투영하여 삶의 의미와 질서를 부여해 주는 낭만적 환상으로 다시 살려냈다고 보는 시각은, 피츠제럴드를 공부한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러분도 기억하시리라. 조그마한 만 건너편 데이지네 선착장에 켜져 있는 '초록색 불빛'을.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갯츠비>로 '갯츠비적(Gatsbyesque)'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재즈 시대의 왕자였다. 재즈 시대란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계대전을 겪은 뒤, 서구 문명 자체에 깊은 회의를 보이면서 재즈에 심취하던 미국의 1920년대를 가르키는 말이다. 그 시대는 기적의 시대였으며, 예술의 시대이고 풍자의 시대였다.

당시 겨우 스물세 살의 나이로 미국 문학 작가의 반열에 올랐던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작가는 자기 세대의 젊은이들, 다음 세대의 비평가들, 그리고 그 뒤의 영원한 미래 세대의 교육자들을 위하여 작품을 써야 한다."

이 예언적인 그의 말은 단적으로 미국 문학이 구현하고자 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을 나타낸다. 당시 피츠제럴드는 동시대의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나 윌리엄 포크너(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1962)처럼 예술혼을 불태운 작가라기보다, '미국 문단의 플레이보이'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동시대의 젊은 독자에게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제럴드는 그 다음 세대의 문학 비평가들과 작가, 교육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그의 작품은 영화 제작자들과 연극 연출가들, 무용 안무가들, 심지어는 음악가들로부터도 큰 사랑을 받는다. 그리하여 20세기 미국 소설은 포크너와 헤밍웨이, 그리고 제럴드로 대표되고, 그는 넓게는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까지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는 헤밍웨이나 포크너만큼 많은 장편소설을 남기지는 못했다. 이는 일찍 사망한 탓도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하여 세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와 같은 잡지에 상업적인 단편 작품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그 단편소설 가운데 그야말로 문학사에 빛나는 보석 같은 작품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그 학회의 담론의 대상이 된 <위대한 개츠비>이다.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올라와 있는 이 소설은 미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는 물론이고 일반 독자에게도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으며, 비평가들은 위대한 미국 소설을 말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이 작품을 거론한다. 미국의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영어로 쓰여진 20세기 가장 위대한 소설'을 선정했을 때도, <위대한 개츠비>는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1882-1941)의 <율리시즈(Ulysses)>를 이어 두 번째로 뽑혔다.

이제 글의 전개를 위하여 <위대한 개츠비>의 스토리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송영옥 박사(기독문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