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오라비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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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비는 결국 죽었다. 주일 오후 1시쯤 전화를 받고 나간 것이 마지막 모습이다. 오라비는 창바이(長白)현, 장백교회를 시무하고 있는 목사다. 불길한 예감이 성도들의 마음을 휘감았다. 주일 오후 5시 예배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오라비의 행방을 찾기 위해 중국 공안에 실종 신고를 했다.

들꽃 향기 그득한 4월의 마지막 날, 오라비는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오라비의 목에는 예리한 칼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전화를 받고 나간 오라비가 만난 사람은 두 명의 남자였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오라비는 오후 2시경 창바이현 다오커우(道口) 사형장 근처에서 살해당한 뒤 야산으로 옮겨졌다고 추정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보위부원으로 추정되는 인물 2명이 한 목사를 살해하고 그의 소지품을 모두 가져갔다면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개입됐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초에도 지린성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 허룽(和龍)시에서, 국경을 넘어온 북한 병사에 의해 조선족 주민 4명이 살해돼 중국 당국이 북한에 항의한 사건이 있었다.

오라비는 1993년부터 창바이현에서 탈북자 구호활동을 해왔다. 몇몇 안 되는 조선족 출신 목사들이 탈북을 돕는 구호 활동을 주도했다.

북한인권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동료 목사들은, 오라비의 죽음을 일반적 살인 사건이 아니고 교회 조직을 통해 탈북자를 돕는 인물들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찍어서 살해한 사건이라고 했다.

오라비를 따라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한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을 원망해 본 기억은 없다. 그러나 오늘은 하나님이 원망스럽다. 영생을 주신 하나님께서, 정녕 천국을 보장해 주신 하나님께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처참한 죽음이 되도록 오라비를 방치하셨습니까!

오라비는 개구쟁이였다. 골목대장이었다. 그런 오라비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서부터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마도 두 다리가 멀쩡했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했을 오라비는, 혈기와 울분으로 세상을 활개치고 다녔다. 한쪽 다리를 다치고 난 뒤 어느 날부터 오라비는 성경책을 끼고 살았다. 밤을 새워 성경을 암송하고 기도하며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다. 실성한 사람처럼 변해가는 오라비의 손에 이끌려 교회 문턱을 넘었다.

오라비는 목사가 되었다. 생명이 있는 한 북한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하리라.목사가 된 1993년부터 많은 탈북민을 자유의 품으로 인도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영생을 전했다.

"오라비의 하늘 상급이 크시기에 하나님께서 부르셨지요. 죽음은 옷을 벗는 것입니다. 육신이 중요하다면, 세례 요한, 바울 사도, 베드로 사도, 스데반 집사, 많은 하나님의 사역자들의 죽음을 그렇게 처참하게 하셨겠습니까? 육신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흙이지요. 오라비의 수고를 아시는 하나님께서 안식을 주셨습니다. 살아 있는 우리들은 더 열심히 사명을 감당해야 될 부끄러운 사람들입니다." 동기 목사들의 위로가 따뜻하다.

이제 남편이 목사가 된다. 전도사 직분으로 개척한 교회는 이미 130여 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올해는 남편의 목사 안수식을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교단에서 시행한다. 한국의 국립대학에서 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큰 아들도 졸업 후 신학을 한다고 한다.

오라비의 손에 이끌려 간 교회는 평생의 집이 되었다. 오라비에 이어 남편과 아들도 목사가 된다 하니, 하나님께서 인생들에게 주시는 축복 중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여자다.

내일이면 남편이 목사가 된다. 교파를 초월하여 많은 목사님들이 도움을 주었다. 남편과 시어머니, 한국에 유학 중인 아들과 함께 남편의 목사 안수식을 참석한다.

우리는 자유를 갈구하는 탈북민을 도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영생을 전할 것이다. 기꺼이 오라비의 천국을 동행할 것이다.

/하민국 목사(인천 검암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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